(feat. 씽큐베이션)
트렌드가 실시간 변하는 장소가 있다. 바로 방송국 내에서도 예능국이 대표다. 토크쇼가 유행하다가, 야외 버라이어티로 옮겼고, 그 후에 관찰 예능이라는 장르가 자리 잡았다. 무한도전이 한창 인기를 끌던 2007~2010년에는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이 야외 버라이어티 형식을 채용했다. 현재 무한도전이 종영하고, 1박 2일은 불운의 사고로 제작을 무기한 중단했다. 관찰 예능으로 판이 옮겨 오면서 'SBS 미운 우리 새끼', 'MBC 전지적 참견 시점',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대표 예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시점에 유일하게 지상파 리얼 야외 버라이어티 자리를 지키는 프로그램이 있다. 2010년부터 장작 9년간 방영하고 있는 '런닝맨'이다.
'런닝맨'은 장수 리얼 야외 버라이어티라는 타이틀 외에 주목할만한 점이 하나 더 있다. 한류 예능의 중심에는 '런닝맨'이 있다. 예능을 잘 보지 않아서 큰 인기가 실감 나지 않으면, 단 한마디의 설명으로 가능하다. '런닝맨'은 '예능계의 방탄소년단(BTS)'이다. 2013년부터 대만, 싱가포르, 홍콩을 넘어 중국에서까지 런닝맨은 상상을 초월한 인기를 끌고 있다. 2018년부터 베트남에서 현지판 제목으로 '짜이띠쪼찌(Chay Di Cho Chi)'라는 타이틀을 달고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런닝맨'은 SBS 연예 대상에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 연속으로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2017년에는 '글로벌 스타상', 2018년에는 '베스트 팀워크상'을 연달아 수상했다. 2019년 1월부터 '런닝맨'은 'SBS 일요일이 좋다'에서 분리되어 독립 편성되었다. 이토록 '런닝맨'이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런닝맨'은 대표적 한류 예능이었던 '1박 2일'보다 3년 늦게 시작했다. '1박 2일'은 컨셉에 따라 촬영 장소가 '시골'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런닝맨'은 백화점이나 고층 빌딩 등의 도시에서 촬영되는 '도시형 리얼 액션 버라이어티'다. 액션을 가미한 추격전과 심리전을 이용한 토너먼트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물론 언제나 이런 형식을 띄고 있지 않지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대부분 추격전이다. 추격전은 '성공'을 놓고 멤버들끼리 경쟁을 한다. 착하기만 한 사람은 당하고 적절한 시기에 배신을 하며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다. 이는 우리가 사는 사회의 작은 축소판이다.
애덤 그랜트는 비니지스 측면에서 인간을 3가지로 분류한다. 기버(Giver)는 자신이 들이는 노력이나 비용보다 타인의 이익이 더 클 때 남을 돕는 사람이다. 심지어 노력이나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고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을 채 남을 돕는다. 테이커(Taker)는 노력 이상의 이익이 돌아올 경우에만 전략적으로 남을 돕는다.1) 기버와 테이커는 양극단에 존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매처(Matcher)인 경우가 많다. 매처는 손해와 이익이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하는 사람을 뜻한다.
캘리포니아주의 엔지니어 1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기버는 평가에서 최저점을 기록했고, 노스캐롤라이나의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기버의 판매 실적이 매처와 테이커에 비해 2.5배 낮다는 결과를 도출했다.2) 자기 잇속만 차리는 테이커가 남들에게 베푸는 기버보다 성공의 사다리에서 우위에 있다. 그 사다리의 가장 밑에는 기버가 있었다. 기버는 남 좋은 일만 실컷 하다가 말라죽을 수 있다. 타인을 과도하게 허용하며 무작정 돕는다면, 이는 자신을 학대하는 행위이며 사랑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3)
그대의 선량함에는 반드시 '가시'가 있어야 한다.
- 랄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
이솝우화나 디즈니 만화의 상징은 '권선징악'이다. 드라마와 영화를 봐도 선한 자는 상을 받고, 악한 자는 벌을 받는다. 어렸을 때 봐왔던 책과 만화와 다른 세상이 학교에 입학하고 회사에 입사하는 순간 시작된다. 권모술수와 거짓이 난무하고, 믿음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화 같은 세상을 바라는 희망고문을 버티며 살지만, 테이커와 매처에게 휘둘리며 지쳐간다.4) 그래서 우리는 드라마와 영화에 더 열광한다.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을 대리만족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희소식이 있다. 성공의 사다리 밑에 기버가 있지만, 성공의 사다리 최상단에도 기버가 있다.5) 받은 만큼 주는 '매처'와 언제나 많이 받으려는 '테이커'는 중간에 있다. 과연 성공한 기버와 실패한 기버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한국 연애물 드라마의 '찌질한 기버'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테이커에게 당하는 기버는, 이미 성공한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다. 성공한 실장님 또는 재벌 2세가 한눈에 반해서 '실패한 기버'를 '신데렐라'로 만드는 일은 현실에 없다.
훈민정음 창제의 이유에 대해 유명한 문구가 있다. '나라말이 중국과 달라 임금이 이를 어여삐 여겨 한글을 만들었다'고 해례본에 쓰여있다. 이 말을 본다면 '세종대왕이 백성을 이뻐했구나'라고 해석할지 모른다. 국어사전에 '어여삐'를 찾으면 '보기에 사랑스럽고 귀엽게'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당시 '어여삐'는 '측은하고 불쌍하게 여기다'라는 뜻이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착하다'는 단어도 이와 비슷하다. 사전적 의미는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는 뜻이지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착하다'의 뜻은 '멍청하다', '자기 주관이 없다'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렇게 '착하다'는 단어가 세월에 따라 뜻이 변한건 우리 잘못이다. '선량함' 자체가 나쁘지 않다. 다만 우리가 '선량함'을 대하는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6) 여기서 '선량함'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M. 스캇 팩의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면 된다. 선량함은 단순히 거저 주는 것이 아니다. 선량함은 분별 있게 주고, 마찬가지로 분별 있게 주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분별 있게 선행을 베풀고, 분별 있게 비판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과 더불어 분별 있게 논쟁하고, 싸우고, 맞서고, 몰아대고, 밀고 당기는 것이다. 그것은 심사숙고해야 하며 때로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필요로 한다.7)
실패한 기버는 착한 아이 한 마리를 마음속에 키운다. 착한 아이는 언제나 남을 도와야 하고,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고 속삭인다. 하지만 이 믿음은 잘못되었다. 착한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우울증과 공황장애다. 착한 아이 증후군(Nice Guy Syndrome)을 겪는 사람은 '남의 말을 잘 들으면 착한 사람이 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지나치게 남을 의식해서 자신의 감정을 속이면 안 된다. 무분별한 선행은 자신에게 독이 든 잔이 될 수 있다.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기에 남들에게만 신경 쓰면 자신을 발전시킬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이를 근절하려면 현재 자신의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 지나간 과거를 잊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남을 잘 도와주는 착한 아이'라는 꼬리표를 떼야 한다. 이런 꼬리표는 삶을 지탱하는 역할이었지만, 성장을 방해하는 꼬리표는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8) 남을 돕고자 한다면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고, 서로 윈윈(win-win)하는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 윌리엄 맥어스킬은 '어떻게 하면 남을 도울 때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 질문이야말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효율적 이타주의의 핵심적 접근법이다'고 했다.9)
성공한 기버는 선량하게 베풀고, 실패한 기버는 무분별하게 퍼준다. 선량하게 베풀기 위해 성공한 기버는 어떤 전략을 사용할까?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에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통해 이 해결책을 설명한다. '죄수의 딜레마'는 1950년대 메릴 플레드와 멜빈 드레샤에 의해 재정립된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서로가 협력할 경우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개인의 욕심으로 서로에게 불리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눈치게임이다. 로버트 액설로드는 연속된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최선의 전략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게임의 룰은 이렇다.
1. 내가 협력하고 상대방도 협력하면 3점을 얻는다.
2. 내가 배반하고 상대방이 협력하면 5점을 얻는다.
3. 내가 협력하고 상대방이 배반하면 0점을 얻는다.
4. 내가 배반하고 상대방도 배반하면 1점을 얻는다.
이성적으로 본다면 최선의 선택은 1번이다. 하지만 서로에게 신뢰가 없으면 배반이 최선이다. 배반하지 않았다가 독박이라도 쓰면 점수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협력할지 배반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배반했을 때 최소 1점이라도 얻을 수 있으니 계속 배반하는 게 이득은 아닐까? 이 게임을 단 한 번 한다고 해도 머리가 아플 텐데, 200회 반복해야 한다면 전략을 아주 잘 짜야 한다. 이 게임 참가자는 코딩해서 제출하며, 모든 참가자와 1 대 1로 겨루는 리그전 방식을 채택했다. 당신이라면 어떤 알고리즘(전략)으로 게임에 참가할 것인가?10)
All-C(올씨) : 어이없을 정도로 착하게 구는 프로그램. 상대 프로그램이 배신을 해도 신뢰했다.
All-D(올디) : 언제나 상대를 배신한다.
Tester(테스터) : 상대의 행동을 간 보면서 이용할 수 있으면 이용하고, 배신하다가 걸리면 다른 전술로 변경한다.
Tit for Tat(팃포탯) : 언제나 먼저 협력하고, 다음 라운드에서 상대의 행동을 따라 한다.
Tit for Two Tat(팃포투탯) : 첫 게임은 무조건 협력한다. 이후 상대방이 협력하면 협력하고, 상대방이 2회 배반하면 배반한다.
Friedman(프리드먼) : 첫 게임은 무조건 협력한다. 이후 상대방이 협력하면 협력하지만, 상대방이 배반하면 계속 배반한다.
Downing(다우닝) : 첫 게임은 무조건 배반한다. 이전 게임의 결과를 총합하여 협력 가능성이 높으면 협력하고, 배반 가능성이 높으면 배반한다.
이 알고리즘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알고리즘은 티포탯(Tit for Tat)이었다. 명령코드는 딱 두 줄이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11) 이 프로그램 이름은 팃포탯(Tit for Tat), 영어 의미는 동등한 앙갚음(Equivalent Retaliation)을 뜻한다. 팃포탯은 상당히 단순한 방법으로 경기에 임했다. 배반하기 전까지는 항상 협력하며, 배반당하면 복수했다. 단 한 라운드만 본다면 팃포탯이 승리한 적이 없다. 하지만, 200번이나 반복해야 하는 이 게임의 승자는 항상 팃포탯이었다. 팃포탯은 여러 번 배반 당해도 항상 손을 먼저 내밀었다. 착한 프로그램을 만나면 둘 다 협력해서 최고의 점수를 올린다. 나쁜 프로그램을 만나서 배반당하면, 다음번에 똑같은 상대를 만나면 배반한다. 팃포탯은 응징에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로써 다른 프로그램은 팃포탯에게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12)
하지만, 팃포탯 전략은 기버의 전략이 아닌 매처의 전략이다. 남에게 받은 만큼만 그대로 돌려주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의 수리 생물학자 노왁(Martin Nowak)은 팃포탯 전략에 문제 제기를 했다. "팃포탯은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충분히 용서하지 못해 가끔 발생하는 사고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엑셀로드와 다른 학자들은 티포탯 전략을 '너그러운 팃포탯'으로 변경했다.13)
'너그러운 팃포탯'은 상대가 배신하면 똑같이 배신한다. 하지만 3번 중 2번은 경쟁적으로 행동하고, 1번은 협력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이 결과 성공률이 훨씬 높아졌다.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은 "팃포텟의 성공 비결은 착하게 행동하고, 용서했으며, 다른 참가자들의 협력을 쉽게 끌어냈고, 필요하면 보복도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14)
좋은 사람과 쓰레기를 구분하려면, 그에게 착하고 상냥하게 대해주어라.
좋은 사람은 후일 한 번쯤 너에게 보답할 일을 고민해 볼 것이고,
쓰레기는 슬슬 가면을 벗을 준비를 할 것이다.
- 모건 프리만 -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는 항상 기브(Give)가 앞에 있다. 기브(Give)와 테이크(Take)의 순서를 바꿔, 테이크 앤 기브(Take & Give)라고 할 수 없다. 세상의 이치는 먼저 주고, 그 후에 받기 때문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법이다. 너그러운 팃포탯은 착하지 않고 선량하다. 열정에 속지 않은 냉정함을 지녔다. 기버는 결과를 예측하고 돕지 않는다. 이런 과정에서 약간의 손해를 볼 수 있다. 테이커를 만나서 준 만큼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버는 다른 기버를 만난다. 매처는 기버에게 받은 것이 있기 때문에 상호성 감정이 있다.15) 무언가 빚진 거 같은 기분 말이다. 매처는 권선징악을 좋아하며 받은 만큼 돌려주려는 속성이 있다. 매처는 기버를 테이커로부터 보호한다. 그리고 테이커가 입힌 손해는 매처가 채워준다.
성공한 기버는 All-C(올씨)처럼 남을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호구가 아니었다. 상대가 배반하면 앙갚음으로 응징한다. 이 말을 사회에 적용하면 상대가 배반하면 복수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드는 질문은 '과연 어떤 복수를 해야 하는가'이다. 하지만 복수는 복수를 낳고, 결국에는 배반의 굴레(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서로 배반만 하는 게임을 반복해서 1점만 획득하는 상황)에 들어간다. '복수'라고 표현해서 상당히 거창하게 들린다. 굳이 칼을 들고 상대방에게 갈 필요 없다. 우리는 천리도 한 걸음에 달려가는 '말'이 있다. 에릭 바커는 가장 효과 좋은 복수의 방법은 '소문 내기'라고 한다. 흔히 뒷담화를 통해 상대방의 평판을 깎는 것이다. 누군가의 뒷담화가 맘에 걸리는가?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는 이전부터 그렇게 살아왔다.
언어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진화했다. 무한에 가까운 문장을 만들 수 있는 능력으로 진실만 전달하는 것은 용을 때려잡을 수 있는 검으로 오이를 써는 것과 같다. 뒷담화는 악의적이지만, 수많은 사람이 협동하려면 필요악이다. 찌라시에 환장하고, 가짜뉴스가 퍼트린 음모론은 인간 본능을 건드린다. "뒷담화 이론은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무수히 많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의사소통의 대다수가 남의 얘기다. 이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우리의 언어가 이런 목적으로 진화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라고 <사피엔스는>는 말한다.16) 소문 내기를 통해 테이커에게 경고하고, 매처에게 감시의 역할을 주고, 다른 기버에게 주의를 줄 수 있다. 이를 통해 점점 더 기버가 많은 집단을 만들어야 한다.
흔히 '사람이 속이는 것이 아니라, 돈이 속이는 거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누구든 기버, 매처, 테이커로 변할 수 있다. 단, 우리는 '팃포탯'보다 '너그러운 팃포탯'이 더 좋은 성과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뒷담화보다 용서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인간이기에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를 인지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용서해야 한다. 용서는 배반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있다.17)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다. '강한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라는 말이 있다. 4차 산업시대에 도래하고 허브와 링크로 연결된 이 시점은 '단순히 강한 자'보다 '연결에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 성공은 개인적 현상이 아니라 집단적 현상이기 때문이다.18) 매처와 테이커도 성공을 하지만, 기버의 성공과는 다르다. 기버의 성공은 폭포가 쏟아져 물이 사방으로 퍼지듯 요란스러운 성공을 한다.19) 기버에게 받은 사람은 누구나 기버가 성공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버의 성공은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이타적 성공이다.
뒤통수를 때리는 사람은, 항상 상대방의 뒷모습 밖에 보지 못한다.
2011년쯤 런닝맨은 팀전 대신 배틀로얄 방식을 처음 적용했다. 멤버끼리 협동을 할 수도, 배신을 할 수도 있다. 런닝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캐릭터 안에도 기버, 매처, 귀여운 테이커가 존재한다. 지석진은 최약체 컨셉으로 의심은 하지만 대부분 믿고 뒤통수를 맞는다. 유재석은 호의를 보이지만 배신자는 응징하는 캐릭터다. 이광수는 매처보다 테이커쪽으로 약간 더 기울었다. 시시 때때 배신을 생각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오면 대 놓고 배신을 한다. 하하는 대표적인 매처 캐릭터를 연상케 한다.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죄수의 딜레마'나 사회 현상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 멤버의 실제 성향보다는 런닝맨 속 캐릭터는 제약에 따라 변신하기 때문이다. 배틀로얄 방식이 적용되고 약간 시간이 흐른 2011년 후반에 대표적으로 탈락한 사람은 지석진과 이광수였다.
러닝맨의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후계자(231화)다. 유임스 본드(유재석)은 광불암(이광수)와 함께 나머지 팀원을 아웃시키는 미션을 받는다. 우여곡절 끝에 모든 멤버를 아웃 시키고, 재석과 광수만 남았다. 재석은 광수에게 유임스 본드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마지막 테스트를 실시한다. 광수가 재석의 이름표에 물총을 쏘면 차후에 단독 미션을 수행할 수 있다. 물총을 쏘지 않으면 앞으로도 함께 미션을 수행할 수 있다. 광수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물총을 쏘지만 물총은 광수에게 발사되었다. 사전에 광수의 본능을 꿰뚫어 보고 재석이 물총에 거꾸로 발사되도록 장치해 놓은 결과다. 마치 '죄수의 딜레마'의 실사버전을 보는 듯했다.
이토록 런닝맨을 통해 우리 인생을 엿볼 수 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성공의 사다리로 올라가려는 노력은 가끔은 테이커가 이기기도 하고, 매처가 이기기도 한다. 히지만, 최근에 방영한 457화(6월 23일 방영)에서 유재석은 런닝맨 역사상 최초로 3연속 단독 우승이라는 거의 넘을 수 없는 기록을 세운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선한 일을 하는데 전념하라.
끊임없이 행하면 마음이 기쁨으로 채워지리라.
- 석가모니 -
덧. 오래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글을 써서 런닝맨에 대해 정확하게 못 읽은 거 같습니다. 런닝맨 마스터님이 댓글로 달아주셨어요. 그분은 김종국을 팃포탯으로, 송지효를 너그러운 팃포탯으로 생각하시네요. 그러고 보니 김종국은 스파르타식으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 정확하네요. 송지효는 이광수가 맨날 배신하면 응징하지만, 협력의 손길도 내밀어 주네요. 다양한 캐릭터가 만드는 런닝맨, 앞으로도 쭈욱 장수하세요~
- 콘셉터 이신님 댓글 중 -
<출처 : 매직캣 커뮤니케이션 공식 블로그(https://blog.naver.com/magicatcommunication)>
※ '씽큐베이션 2기'에서 함께 한 책 ※
※ 참고문헌 ※
1) 애덤 그랜트, <기브 앤 테이크>, 생각연구소, 2013, p. 21
2) 애덤 그랜트, <기브 앤 테이크>, 생각연구소, 2013, p. 24
3) 뮤옌거, <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쌤앤파커스, 2018, p.48
4) 김태희, <지정생존자>, tvN, 2019, Ep.15
5) 에릭 바커,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 갤리온, 2018, p. 56
6) 뮤옌거, <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쌤앤파커스, 2018, p.5
7) M. 스캇 펙, <아직도 가야 할 길>, 율리시즈, 2011, p.158
8) 웨인 다이어, <행복한 이기주의자>, 21세기 북스, 2019, p.112
9) 윌리엄 맥어스킬, <냉정한 이타주의자>, 부키, 2017, p. 29
10) 로버트 액설로드, <협력의 진화>, 시스테마, 2009
11) 에릭 바커,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 갤리온, 2018, p. 62
12) 에릭 바커,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 갤리온, 2018, p. 64
13) 애덤 그랜트, <기브 앤 테이크>, 생각연구소, 2013, p. 324
14) 에릭 바커,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 갤리온, 2018, p. 65
15) 에릭 바커,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 갤리온, 2018, p. 67
16)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 2015, p.47
17) 에릭 바커,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 갤리온, 2018, p. 76
18)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성공의 공식 포뮬러>, 한국경제신문사, 2019, p.48
19) 고영성, 신영준, <완벽한 공부법>, 로크미디어, 2017, p.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