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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을 지속하는 비결

(feat. 씽큐베이션)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남자라면 의무로 가는 군대에서, 글쓴이는 행정병이었다. 간부가 지시하는 문서를 만들어야 했고, 하루에도 수십 개 공문을 만들어 하달하고 보고했다. 주로 다루는 프로그램은 '한글'과 '엑셀'이었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문서를 만들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다루는 속도를 높여야 했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동시에 사용하면 작성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하지만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꽤 빠른 속도로 작업할 수 있다.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은, 키보드만 사용한다는 뜻이다. 키보드만 사용해서 문서를 작성하려면 단축키 사용은 필수다. 익숙하지 않은 신병을 위해 선임은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 단축키를 외우게 한 후, 문서 작성을 지시하고 뒤에서 지켜본다. 단축키를 잊어버려 오른손이 마우스 쪽으로 가려면 뱀 한 마리가 기어 다닌다. "쓰~~~읍~~~~ 쯧!!!" 진땀을 뻘뻘 흘리는 신병에게 한 마디 툭 던진다. "컨트롤 N, T." 신병은 가벼운 탄식 소리를 내고 다시 손이 바빠진다. 그러다가 또 단축키가 기억나지 않고, 뱀 한 마리 기어 다니고, 진땀 흘리고, 선임이 단축키를 알려주는 일이 반복된다. 이렇게 일주일 정도 시간을 보내면, 손에 모터를 단 듯 마냥 전투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그 소리가 마치 비 오는 소리 같고, 그 소리는 문서 작업이 끝날 때까지 그치지 않는다.



마우스를 전혀 건드리지 않고 이런 문서를 만들었다면 거짓이겠지만, 최소 1~2번만 터치로 작성할 수 있다. 군대를 전역한지 20여 년 가까이 되었지만 지금도 잊어버리지 않고, 실무에 활용하고 있다. 대학교 리포트를 쓸 때나, 회사에서 문서를 작성할 때 사람들은 신기하게 쳐다본다. 단축키를 모두 외운 사람의 문서작성 장면은 마치 마술과 같다. 짧은 시간에 모니터에 개요가 달리고, 각주가 달리고, 표가 만들어지고, 그래프가 만들어진다. 정확하게 말하면 단축키를 외우지 않았다. 단축키가 체화되었다. 생각하고 내뱉지 않는다. 굳이 생각을 하지 않아도 손이 알아서 움직인다. 이것이 습관이다. "수많은 연습을 통해 쓸모없던 시도는 사라지고, 유용한 행동들은 강화된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부딪히면 이제 뇌는 해결 과정을 자동화하기 시작한다. 습관이 만들어지면 뇌 활동은 감소한다. 더 이상 상황을 모든 관점에서 분석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말한다. 선임의 눈치를 보며, 이런 살벌한(?)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단축키를 외우는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은 자동적인 행위를 넘어 몸에 밴다.


습관은 절댓값이 아니다. 누구에게는 좋은 습관이, 다른 이에게는 나쁜 습관일 수 있다. 객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명칭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습관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다. 문제 해결을 위해 효율적인 습관이 있고, 비효율적인 습관이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을 습관으로 들이고 싶다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과 저녁에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은 효율적인 습관이다. 그러나 밤늦게까지 TV를 보는 것과 알람을 다시 끄고 자는 것은 비효율적인 습관이다. 우리의 삶은 '습관의 연속'이라고 해도 전혀 과하지 않다. 효율적은 습관을 만들기는 어려워도, 비효율적 습관은 자신도 모르는 순간에 생긴다. 습관이 축적되고 복리로 작용하면 좋은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의 저자 M. 스캇 팩은 인생을 지도에 비유한다. 인생을 확장하는 것은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성장하면서 이미 그려져 있는 지도를 지우고, 다시 그리고, 그 위에 채색을 하는 과정을 인생이라고 보고 있다. 지도가 정확해질 때까지 수차례 다시 그려야 한다. 종종 선택의 갈림길에 선 자신을 마주 볼 수 있다.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갈림길에서, 옳은 길인지 잘못된 길인지 당장은 알 수 없다. 걸어가 본 후에 잘못된 길임을 깨달으면 이미 갈림길은 저 먼 뒤에 있다. 갈림길 사이에는 큰 벼랑이 있어서 반대편으로 쉽게 넘어갈 수 없다. 결국에 길이 아닌 곳을 갔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멀리 가면 멀리 갈수록 되돌아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로스앤젤레스 공항을 출발한 조종사가 남쪽으로 단 3.5도만 경로를 조정해도 우리는 뉴욕이 아니라 워싱턴 D.C.에 착륙하게 된다. 비행기 앞머리가 단 몇 미터 움직이는 것처럼 작은 변화라 해도, 미국 전체를 가로질러 가면 결국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도달하는 것이다."라고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말한다. 근소한 차이는 그 순간에는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복리로 쌓이면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 반대편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편법은 없다. 지도를 지우고 다시 그려야 한다. 출발 지점으로 돌아와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 3.5도의 차이 -


마술은 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 기술과 연기를 합쳐 마술공연을 할 수 있는 작품(엑트)이 만들어진다. 반복적인 기술 연습을 통해 숙달된다. 처음 기술을 익힐 때는, 전혀 몸에 익숙하지 않아서 천천히 기술에 집중을 한다. 어느 정도 기술이 몸에 익숙해지면 의미 없는 반복 연습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의미 없이 기술을 반복하다 보면 잘못된 버릇에 점유된다. 트릭이 노출됨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편한 방식만 찾다 보면 기술의 디테일이 무너진다. 기술을 터득하고 나면 대개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행 능력이 조금씩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기술을 충분히 연습해서 몸에 익혔다고 안주하면 어김없이 습관은 반격에 나선다. 이불 정리나 세면과 같은 사소한 일상적인 습관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숙련자가 되기 위한 습관은 의식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끊임없이 복기하고 피드백해야 한다.


- 매직캣 마술학원에서 진행하는 주말 테스트 -


"1년 동안 매일 1%씩 성장한다면 나중에는 처음 그 일을 했을 때보다 37배 더 나아져 있을 것이다. 반대로 1년 동안 매일 1%씩 퇴보한다면 그 능력은 거의 제로가 된다."고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긴다. 나아져있기 바란다면, 퇴보한다고 느끼려면 '무엇'과 비교해야 한다. 기준점을 정하고 과거의 자신과 비교하며 성장해야 한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 레이커스라는 농구팀이 등장한다. 최고의 농구팀이라는 전문가의 예상과 달리 NBA 챔피언십에서 탈락한 레이커스는 실패를 겪고 CBE(Career Best Effort)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농구 시합을 하며 이룬 기술의 결과(득점, 어시스트, 리바운드, 스틸, 턴 오버)와 시합에 참여한 시간을 조합하여 객관적인 점수를 산출한다. 일반적인 선수는 CBE 점수가 600점대, 엘리트 선수는 800점대, NBA의 전설 매직 존슨은 1000점이 넘었다. 레이커스는 각 선수에게 시즌 당 최소 1% 향상된 결과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CBE를 시작한 지 8개월 후 NBA 챔피언 팀이 되었다. 습관을 만들기 위해 명료한 계획을 만들고, 매력적으로 만들고, 이행하기 쉽게 만들고, 보상이 만족스럽게 만들었을지라도 나날이 발전하지 않으면 효율적인 습관으로 만들 수 없다. 성장하고 있음을 거시적으로 파악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 객관적이고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과정은 쉬워야 한다.


글쓴이는 2017년부터 데일리 리포트(DR)를 작성하고 있다. 데일리 리포트는 시간마다 자신이 한 일을 기록해서 과거를 반성하고, 성장하기 위해 작성합니다. 시중에 데일리 리포트를 위한 <폴라리스>가 있지만, 글쓴이와는 맞지 않아서 따로 작성하고 있다. 컴퓨터를 통해 작성하다 보니 하루 일과에 대한 데이터를 뽑을 수 있었고, 이를 객관화하여 점수로 표기했다. 평가하는 시스템은 간단하다. 우선 일과에 대한 항목을 나눈다. 글쓴이는 '수면, 휴식, 개인정비, 식사, 간식, 업무, 강의, 운전, 독서, 공부, 운동, 여가, 폰질, 기타'로 구분했다. 이것은 또다시 4개의 항목으로 압축할 수 있다. '수면, 휴식, 정비, 식사, 간식'은 [휴식]으로, '업무, 강의, 운전'은 [업무]로, '독서, 공부, 운동'은 [자기계발]로, '여가, 폰질, 기타'는 [기타]로 나눴다. 한 시간에 한 일에 대해 몰입도와 평가로 나눈다. 몰입도는 한 시간이 지나면 'A', 'B', 'C'로 평가하고, 최고의 몰입도를 느끼면 간혹 'S'라고도 표기한다. 데일리 리포트를 다 쓰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평가했다. 꼭 해야 했던 일에는 별 5개(★★★★★), 해서는 안 될 짓(뻘짓)은 별 1개(★)로 구분했다. 이를 기준으로 '몰입도(A)와 평가(별 5개)'를 동시에 만족하면 +1.5점, 몰입도가 'C'랭크이면 -1.5점, 몰입도가 'S'면 +2점으로 계산했다. 


- 어느 신의 데일리 리포트(개 망한날) -


- 어느 신의 데일리 리포트(Perfect Green Day!!!) -


데일리 리포트를 작성했던 이유는 단 하나다. 무의미한 시간을 없애고, 자기개발(독서, 공부, 운동)을 통해 스스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일과만 적는 데일리 리포트에 지쳐 평가했고, 채점하고, 반성하고, 데이터를 뽑았다. 이전까지 독서하지 않고, 운동하지 않는 핑계를 찾기 바빴다. 일을 많이 한다는 것을 자기 위안 삼아 핑계를 대고 있었다. 공부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음을 깨닫고 독하리만큼 시간을 쪼개기 시작했다. 객관적인 점수는 게으름을 방지한다. 점수가 30~40점대로 떨어지면 폭망한 듯한 기분이 든다. 다시금 평균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다음날 눈 뜨면서부터 분주하게 움직인다. "습관을 한 번도 복기해보지 않는 건 거울을 한 번도 보지 않는 것과 같다. 주기적 숙고와 복기는 적당한 거리에서 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것과 같다."고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말한다. 무의미한 반복이 버릇을 만들어 줄 수 있어도, 효율적인 습관을 만들지 못한다. 좋은 습관은 날카롭게 세공해서 숙련해야 하며, 이것이 복리로 쌓일 때 성공의 길로 인도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아주 작은 습관에서 비롯된다.






함께 보면 좋은 글
글쓴이의 데일리 리포트 작성법을 포스팅한 글입니다.
안 보시면 후회합니다~~ ˃̵͈̑ ᴗ ˂̵͈̑ (데헷)





※ '씽큐베이션 2기'에서 함께 한 책 ※

[순간의 힘]

1. 특별한 보통날을 만드는 마법의 힘

[냉정한 이타주의자]

2. 이런 시빌.... 워 같은 경우가 있나

[평균의 종말]

3. 끊어야 하는 것은 담배만이 아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

4. 편안함에 이르기 위해, 지금 가야 할 길

[아주 작은 습관의 힘]

5. 꾸준함을 지속하는 비결

[성공의 공식 포뮬러]

6. 조별 과제 할 때 독박 쓰지 않는 비법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

7. 선량함에는 반드시 '가시'가 있어야 한다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8. 하마터면 나를 죽일 뻔했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9. 대표님, 제발 이 책을 씹어 먹어주세요

[초콜릿 하트 드래곤]

10. 초콜릿 공방의 성공공식

[오리지널스]

11. 독창적인 아이로 키울 수 있는 핵심 비법




※ 참고자료 ※

   -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비즈니스북스

   - M. 스캇펙, <아직도 가야 할 길>, 율리시즈

   -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인플루엔셜(주)

   - K. Anders Ericsson and Robert Pool, <Secrets from the New Science of Expertise>, Mariner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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