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대표님, 제발 이 책을 씹어 먹어주세요

(feat. 책 읽는 의자)

로봇을 데려다 키우면 되겠네.


대표님, 저 말 기억나시나요? 저와 업무 스타일이 정 반대라서 항상 의견 분쟁(이라고 쓰고 싸움이라고 읽는다)이 있었죠. 스타팅 멤버가 모여 매직캣을 창업한지 10년이 되었네요. 예술 관련 서비스업 10년 차 생존율이 27.2%라고 하니, 이 치열한 곳에서 잘 버티고 있는 거 같아요.1) 기업에 취업한 적도 없고, 행정업무는 군대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한 2년이 전부여서, 경험이 너무나 부족했죠. 뼛속까지 공대 스타일이다 보니 저의 계획에 없던 일이 갑자기 치고 들어오거나, 기존에 기획했던 업무를 뒤집어야 할 때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항상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고, 여느 스타트업이 그렇듯 인력 문제에 제정 문제까지 겹쳐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창업한지 3년 후쯤이었나요? 회사 맞은편에서 소주를 마시다가 회사 간판을 보며 서럽게 울었던 일이 기억나요. '너만 포기하면 나머지는 내가 다 짊어지고 끝낼게.'라는 말을 꺼내기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성공하겠다는 거창한 목적보다 하루하루 버티기가 목표였던 시절이 흘러 매직캣과 함께 하는 마술사들을 볼 때면 그때 포기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지금 와서 고백하건대 저는 '정서적 성과'보다 '전술적 성과'에 집착했어요. 테일러리즘에 찌들어 마술사들의 개개인을 보지 못하고, 조직 성과와 이익에만 초점을 맞췄어요. 개성과 창의성이 중요한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직원을 기계 부품처럼 취급하려는 계획을 세운 적도 있었죠. '일을 가르치는데 매뉴얼이 없어서 제대로 된 교육이 힘들다.'라며 상담 응대 매뉴얼을 몇 페이지나 만든 적도 있었죠. 그때 당시에는 가장 '모범적인 전략'이라고 자만했어요. 다양한 사람을 상대하지만 정작 사람을 1차원으로 생각했고, 나의 시나리오에 맞춰 움직일 거라는 오산을 했어요. 항상 매뉴얼 타령을 할 때마다 대표님은 저에게 저 말을 했었죠. "그럴 거면 로봇 데려다가 알고리즘이나 짜면서 인생 허비해."라고 했어요. "사람을 혈액형 마냥 4가지로만 구분할 수 없다"며 "개개인에 맞춰 1 대 1로 응대해야 한다"는 말에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만약 그때 대표님이 제 계획에 동참했다면 너무나 끔찍한 회사가 되고 말았을 거예요. 그때 대표님이 제게 말한 뜻을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깨우치게 되었어요.



저는 매직캣이 좋습니다. 단순히 저희가 만든 회사라서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 안에 철학과 즐거움이 있고, 나를 성장시키는 배움이 있고, 그 배움을 통해 만족감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아합니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에 한 업체가 등장해요.2) 한 은행의 소비자금융사업부 내 고객서비스 콜센터라고 하네요. 드라마에서 봤던 콜센터 사무실과 이따금 전화해서 '핸드폰을 새 걸로 바꿔주겠다'며 로봇처럼 스크립트를 읽는 일을 상상하면 될 거예요. 이들의 업무는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제발 끊지 말라며 사정하는 게 주 업무였다고 해요. 계속되는 거절에 스트레스를 받고 학습된 무기력에 빠졌을 거예요. 거절에 익숙해지고 실패가 계속되면서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었겠죠.3)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는 가장 '모범적인 전략'을 사용했데요. 이 전략은 '전문가들이 작성한 고객 응대 스크립트'였고, 심지어 통화할 때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단어'까지 적혀있었다네요. 닐 도쉬와 린지 맥그리거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즐거움'에 집중했어요. 팀원들이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스크립트를 폐기하고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독려했어요. '어려움에 처한 고객을 돕는다'가 이 팀의 주된 미션이 되었어요. 팀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객을 도왔고 팀원과 자신의 찾은 방법을 공유했어요. 그 결과 200% 성장을 경험했다고 해요. 그들은 고객을 돕는 행동에서 '의미'를 찾았어요. 어느 한 대학 콜센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대학 콜센터 직원들은 졸업생에게 전화해 기부금을 받는 업무를 했어요. 기부는 대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어요. 하지만 졸업생 90% 이상이 부탁을 거절했죠. 와튼 스쿨 교수인 애덤 그랜트는 직원들에게 장학금 혜택을 받은 졸업생을 만나게 해 줬어요. 그 결과 평균 412 달러였던 기부금이 2,000달러로 늘었다고 해요. 5배가량의 성과가 나타난거죠.4) 일을 하는 의미를 알고 이런 힘을 발휘한 거죠.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에 따르면 사람은 어떤 일을 할 때 '일을 하는 동기'와 '성과'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해요. 동기는 흑백 논리처럼 0과 1이 아니에요. 빛이 프리즘을 통과할 때처럼 다양한 색으로 표현돼요. 그것 저자는 '모티브 스펙트럼(Motive Specturm)'이라고 해요. '즐거움', '의미 동기', '성장 동기'는 성과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정서적 압박감', '경제적 압박감', '타성'은 성과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일의 즐거움'은 일을 하는 동기가 즐거움이기 때문에 일 자체가 보상이에요. 최고의 성과를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이죠. '의미 동기'는 일 자체보다 어떤 일을 했을 때 결과를 가치 있게 여기기 때문에 즐거움 보다 영향력이 낮아요. '성장 동기'는 일을 한 결과가 자신이 믿는 가치와 신념에 상응할 때 발생한다고 해요. 즐거움이나 의미보다는 영향력이 낮지만 긍정적으로 작용해요. '정서적 압박감'은 실망이나 죄책감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때 나타나요. 예를 들어서 부모님과 대표님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마술을 하는 상태인 거죠. '경제적 압박감'은 보상을 받을 목적으로 일할 때 발생돼요. 승진 하거나 해고를 면하려고 일하려는 상태죠. '타성'이 가장 심각한데요,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자신의 기대를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에요. 국어사전에는 '오랫동안 변화나 새로움을 꾀하지 않아 나태하게 굳어진 습성'이라고 해요.5) 이렇게 '즐거움', '성장 동기', '의미 동기'를 직접 동기라고 하고, '정서적 압박감', '경제적 압박감', '타성'을 간접 동기라고 해요. 직접 동기는 효율과 성과를 높이는 반면 간접 동기는 일반적으로 성과를 낮추는 역할을 해요. 직접 동기와 간접 동기를 바탕으로 '총 동기'를 파악할 수 있어요. 대표님께 말씀드리지는 않았지만, 이번 주 마술사들에게 부탁해서 총 동기를 파악해 봤어요.



총 동기는 직접 동기 점수에서 간접 동기 점수를 빼서 계산해요. 이 점수는 -100점부터 100점까지로 확대되고, 총 동기 지수가 높을수록 조직문화가 건실하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총 동기 지수는 진단 도구일 뿐 성적표는 아니니까 긴장하지 마세요. 마술사들의 정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절대불변의 진리는 아니에요. 그럼, 매직캣의 총 동기 지수는??



69.78점이 체감이 안 올 거예요. 비교하자면 조직문화의 독보적인 항공사 사우스웨스트는 41점이고, 일하는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기업 스타벅스가 18점, 혁신의 아이콘의 최전선 애플 스토어가 26점,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통 업체 노드스트롬이 27점이에요. 그러니 69.78점은 엄청나게 높은 숫자예요. 좀... 미친 얘들이 있나 봐요.


세계 유명 기업보다 월등히 높은 총 동기 지수가 매직캣이 대단해서만이 아니에요. 내적 동기가 충만한 사람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래요. 다른 마술업계를 조사해도 대부분 30~40점이 나올 거라고 생각돼요. 더 높게 나오는 곳도 있겠죠. 하지만 제 생각에는 매직캣 총 동기 지수는 다른 마술업체보다 적어도 2~3배 높게 나올 거에요. 



이 인터뷰를 했던 게 벌써 7년 전이에요. 2012년 이명준 마술사는 참 어리네요. 제가 생각했을 때 매직캣은 총 동기가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마술사가 꿈인 사람들과 마술을 하고 싶어 모인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잖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저희들에겐 매직캣은 놀이터와 같은 곳이에요. 관객들을 직접 만나고, 수강생에게 직접 피드백을 들으면서 마술사로 일하는 의미가 있어요. 우리의 신념과 매직캣 철학이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확실해요. 정서적 압박감이 어느 정도 있지만, 이 정도는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매직캣에 있으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 욕구인 의식주(衣食住)가 해결되기 때문에 경제적 압박감에서 대체로 자유로워요. 가끔 자아를 찾기 위해 방황할 때도 있지만 고인 물이 되지 않게 만드는 대표님 덕분에 타성에 젖을 시간이 없어요.


매직캣이 잘 성장하려면,
저의 기획력과 K실장의 실행력과 대표님의 유연성이 더해져야 합니다.


예전에 제가 이런 말 했던 거 기억나세요? 인간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고 하지만, 제 경우는 좀 더 심각하죠? 모든 일에는 확실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고, 그 계획을 기반으로 철저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편 대표님은 저와는 달리 모든 일에 유연하게 대처하셨죠. 이 책에서는 저 같은 능력을 '전술적 성과'라고 하고, 대표님과 같은 능력을 '적응적 성과'라고 표현해요. 군대에서는 전술적 성과의 한계와 적응적 성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뷰카(VUCA)'라는 단어를 사용해요. 변동성(Volatile),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함(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앞 글자를 따서 뷰카(VUCA)라고 해요. 제가 추구했던 전술적 성과로는 VUCA를 실행할 수 없고, 이는 복잡계에 적응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전술적 성과와 적응적 성과는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라서 균형이 중요해요. 전술적 성과를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면 적응적 성과가 파괴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는 적응적 성과가 필요한 마술이기 때문에 간접 동기는 줄이고 직접 동기는 높여야 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직접 동기가 적응성을 높이니까요.6)


사스, 메르스, 조류독감, 세월호 참사까지, 참 많은 사건이 있었어요. 문제는 저 사건들이 행사 대목인 5월 전에 벌어졌었죠. 많은 행사 업체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직원 수를 감소했을 때 기억나시나요? 제가 마술사들 급여조건을 '기존의 연봉제를 폐지하고, 기본급과 인센티브 형식으로 전환'하자고 건의했잖아요. 대표님이 아예 묵사발을 만들어 버려서 다시는 꺼낼 수 없었지만...... 전 이때 너무 무식해서 몰랐어요. 높은 인센티브에 집중하면 직원은 자신이 보상받게 될 미래와, 그렇지 않은 불안한 미래를 떠올리며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주의분산 효과(Distraction Effect)'가 나타나면 정서적 압박감을 느끼고, 성과가 떨어지더라구요.7) 매직캣 업무가 '인형 눈 붙이기'나 '박스 접기'면 성고를 높이기 위해 간접 동기를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경제적으로 보상된다면 인형 눈을 더 많이 붙일 수 있고, 박스를 더 많이 접을 수 있을 거니까요. 하지만 창의성을 요하는 문제 해결에는 간접 동기가 전혀 도움이 안 되더라구요.


- 열심히 박스 접는 기택씨 가족 <기생충> -



저는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던 것이 있어요. 대표님은 마술사들이 매직캣의 얼굴이니 돋보여야 된다고 하시잖아요. 맞춤 의상부터 각종 액세서리에 심지어는 속옷까지 제공하시잖아요. 그냥 막 퍼주는 게 사실 이해가 잘 가지 않았어요. 그냥 제공할 바에 '어떤 성과에 달성하게 하고, 보상으로 주면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대표님이 이것을 '의도 상실 효과(Cancellation Effect)'를 피하려고 하신 걸 알았어요.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에 일본에서 진행되었던 '의도 상실 효과와 끈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가 등장하더라구요. '보상 그룹'과 '무보상 그룹'으로 나눈 다음에 과제를 줬어요. 스톱워치를 정확히 5초마다 누르는 과제였어요. 보상 그룹에는 5/1000초 오차 범위 내에 있으면 2.20달러를 지급했데요. 무보상 그룹에게는 실험을 마치면 일정 금액을 지급하겠다고 했구요. 실험을 진행하고 얼마 지나서 휴식시간을 주었어요. 일반적인 생각으로 보상 그룹이 무보상 그룹보다 휴식시간에 더 연습하지 않았을까요? 정확히 눌러야지만 돈을 계속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근데 결과는 정 반대였데요. 첫 번째 휴식시간에 무보상 그룹이 보상 그룹보다 2배 더 연습을 많이 했고, 두 번째 휴식시간에는 무려 4배 더 연습을 했다고 해요. 휴식이 끝나고 약간 다른 방식으로 실험이 계속되었데요. 두 그룹 모두에게 보상하지 않기로 한 거예요. 그랬더니 무보상 그룹은 동기부여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부분이 그대로였는데, 보상 그룹은 그 부분의 활성화가 거의 사라졌다고 해요.8) 인센티브 제도나 성과에 따른 보상은 즐거움에 대한 의식을 없애서 끈기를 약화시킨다고 하네요. 어차피 쓸 돈, 성과와 연결된 보상으로 일석이조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돌로 맞을뻔한 생각이었더군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양성반(매직캣에서 프로 마술사를 목표로 삼은 아이들이 배우는 과정) 아이들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정자(正) 노트'를 도입했었죠. 하루 전에 어떤 기술을 얼마나 연습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다음날 정(正) 자를 그리며 횟수를 체크했던 방식이었죠. 그리고 선생님에게 검사를 받아야 했구요. 학교에서 그렇게 배워왔고, 단어를 외우기 위해 수많은 깜지를 썼던 것이 제 DNA에 박혀있었나 봐요. 하루는 저를 불러 "이 방법은 아닌 거 같아. 너무 재미없을 거 같아. 저렇게 로봇처럼 횟수 채우기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진짜 실력을 늘려야 하잖아? 좋은 방법 없을까?"라고 하셨죠. 그때 마침 공부하고 있던 부분과 맥락이 맞아 아이들에게 '인지 노트'를 도입했죠. 아이들이 자기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계획을 짜는 일종의 '자가학습법'이 만들어졌어요.9) 만약 교육방식을 바꾸지 않았다면 '코브라 효과(Cobra Effect)'가 나타났을 거예요. 코브라 효과는 1800년대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을 때 한 사건이 이 단어를 만들었어요. 영국 정부는 코브라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코브라 사체를 가져오면 포상금을 주겠다고 했데요. 처음에는 코브라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몇몇의 잔머리 빠른 사업가들이 죽은 코브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코브라 농장을 차렸어요. 영국 정부가 이 사실을 알고 포상 제도를 없애버려요. 코브라 가치가 떨어지자 코브라를 방생했고, 결국 코브라 수가 더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데요.10) 만약 계속해서 기존 방식대로 했다면, 선생님들이 원했던 계획의 의도와 정 반대가 되는 상황이 벌어졌을 거예요. 연습을 하기 위해 정(正) 자를 채우는 게 아니라 검사받기 위해 채웠겠죠. 


철저한 계획을 세워 최고의 효율을 달성하는 능력은 '전술적 성과'를 내는 거예요. 소수의 리더가 만든 목표와, 계획을 따라 직원은 쫓아갈 수밖에 없어요. 헐레벌떡 뒤쫓다 보면 '주의분산 효과', '의도 상실 효과', '코브라 효과'가 나타나고 성과는 냈지만, 제대로 된 성과가 아니라는 거죠.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모래 위에 성을 지은 성과에요. 그렇다고 계획이 없어야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목적을 향한 제대로 된 계획 위에 현실의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만 제대로 된 '적응적 성과'가 나타날 거예요.




리더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사람이 아니에요. 완벽한 카리스마와 조직원을 압도하는 언변력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에요. 좋은 리더는 적응적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고 유연성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책에는 리더십을 네 가지로 구분해요. 첫 번째로는 '거래형 리더'에요. 거래형 리더는 착한 행동은 보상하고, 나쁜 행동은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직접적 동기는 활용하지 않고, 간접적 동기를 활용해 무언의 압박을 가하죠. 두 번째는 '무관심한 리더'에요. 방종을 자유로 착각하고 조직에 문제가 생길 때만 관여해요. 직접 동기나 간접 동기는 전혀 활용하지 않죠. 세 번째는 '열정적인 리더'에요. 직접 동기, 간접 동기 할 것 없이 끌어다 쓸 수 있는 건 모두 사용해요. 당근을 주기도 하고 채찍을 주기도 하죠. 네 번째는 '파이어 스타터'에요. 직접 동기를 최대한 활용하고, 간 적 동기는 가급적 억제해요. 리더가 함께 참여해서 즐거움, 의미, 성장 동기를 부여하죠. 대표님은 본인이 네 가지 유형 중 어떤 리더라고 생각하시나요?


리더의 유형을 스펙트럼으로 길게 늘어뜨린다면, 저는 제 자신이 '무관심한 리더'와 '열정적인 리더' 그 중간 어디쯤에 있다고 생각해요. 제 일이 아닌 거에는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고, 콘서트를 할 때면 어떤 동기든 끌어와서 사용하니까요. 제가 볼 때 대표님은 '파이어 스타터'에 많이 치우친 거 같아요. 그렇다고 순도 100% 파이어 스타터는 아니에요.


훌륭한 리더는 직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권장한다.


대표님은 저희에게 항상 즐거움을 찾길 원하시죠. 마술사들이 실험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기꺼이 할 수 있게 해 주시잖아요. 그 때문에 허리가 휜다고는 하시지만, 자기계발을 원하는 마술사에게는 적극적이세요. 이명준 마술사가 3D 프린터를 사용하고 싶다고 하니까, 대표실까지 내주시면서 허락하셨죠. 덕분에 소음 때문에 고생하고 계시지만요.


훌륭한 리더는 직원들이 업무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해준다.


대표님이 저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죠. "마술사는 자기부터 행복해야, 남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어." 매직캣의 모든 답은 여기서부터 시작인 거 같아요. 삭막한 세상에 마술사가 없다면 어떨까요? 신기한 일은 기적을 바라야 하고, 놀라움을 직접 경험하는 일은 별로 없겠죠. 마술을 보는 사람, 마술을 배우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의미를 알 수 있어요.


훌륭한 리더는 직원이 업무와 개인의 목표를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


2014년쯤이었던가요? 마술계에도 유행하는 마술 스타일이 있어서, 대회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마술사는 느린 음악으로 우아하게 마술을 하려 했죠. 그때 대회에 나가면 공인성 마술사만 신나는 음악에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마술을 선보였어요. 그때 당시 14살 아이가 무대에서 눈을 반쯤 뜨고, 우아하게 마술을 하는 장면은 지금 상상해도 재미있네요. 마술계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갔지만, 대표님은 공인성 마술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혀주셨죠. 익살스러운 어린이 컨셉을 그대로 입혀 강점을 살렸죠. 약점보다 장점이 커지면서 약점은 보이지도 않았어요. 그 결과 세계대회에 출전해서 최연소로 우승하는 일까지 벌어졌죠.


- 공인성 마술사 -


훌륭한 리더는 정서적 압박감을 낮추기 위해 공포감, 수치심, 죄책감, 긴장감을 줄인다.


"난 큰 실수한 거 가지고는 뭐라고 안 해. 작은 실수를 더 나무라지. 큰 실수는 불운이 섞여 자기가 통제할 수 없을 수 있어. 그거 해결하라고 대표가 있는 거야. 하지만 작은 실수는 경우가 달라. 자기가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작은 실수는 안 할 수 있어. 근데, 실수해도 되는데 두 번은 하지 마." 몇 년 전 한 프로젝트를 통째로 날려버리고 좌절한 저에게 이런 말을 하셨어요. 실패의 비용을 계산하고 저에게 맡기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사를 떠나야 하나...'라고 생각했던 저에게 위로를 해 주셨죠. 근데 작은 실수는 정말 용서를 안 하시... 가끔 대표님이 공포감과 긴장감을 형성할 때가 가끔 있긴 하죠. 원생을 제대로 관리 못 했을 때나, 저희가 업무에 대해 너무 확신에 차서 고집부릴 때. 타산지석을 노려 전체회의에서 압박을 하시죠. 이따금 수치심과 죄책감이 느낄 때도 있어요. 이런 부분은 조금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떨까 싶네요.


훌륭한 리더는 경제적 압박감을 낮추기 위해 업무를 강요하는 도구로 보상과 처벌을 사용하지 않는다.


음...... 기억에 없어서 모르겠어요.


훌륭한 리더는 직원들이 타성에 젖지 않도록 길 앞에 놓인 장애물을 제거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에게 매직캣이 100% 마음에 드냐고 묻는다면, "아니오."라고 답할 거 같아요. 아직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어요. 더 좋은 문화를 정착시켜야 해요. 그래야 튼튼한 조직이 만들어지니까요. 제가 생각했을 때 매직캣 총 동기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유는 내적 동기가 만땅인 사람들이 모여있고, 한 걸음 더 나가서 '산·학·연'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어서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워라벨 균형이 엉망이에요. 대부분 삶(life)이 일(work)에 잠식되어 있죠. 경계가 애매하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일하고('일하고'라고 쓰고 '놀고'라고 읽는다), 언제 어디서든 마술 생각뿐이죠. 이 책에는 동기를 6가지로 구분하는데, 저는 번외로 하나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로 휴식이에요. 열정이 남아있는 상태라면 괜찮지만, 열정이 언제까지 활활 타오를 수는 없잖아요. 열정이 사라지고 지루함과 사랑에 빠져야 할 때가 올 거예요. 총 동기가 아무리 높아도, 제대로 된 휴식이 없으면 한순간 번 아웃 증후군을 겪을 수 있어요. "때때로 손에서 일을 놓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잠시 일에서 벗어나 거리를 두고 보면 자기 삶의 조화로운 균형이 어떻게 깨져 있는지 보인다."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말했어요. 더 박차를 가하기 위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휴식은 필요해요.


저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제 주장을 펼칠 거예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잡아줄 대표님이 있으니까요. 저도 제가 만들고 싶은 조직문화가 있어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매직캣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가끔 시기 상조일 때는 대표님이 브레이크를 걸어주세요. 하지만 무작정 마술사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거부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어디선가 읽었는데, 임원과 직원 중 평균수명이 임원이 더 길다고 해요. 가장 큰 이유는 임원은 자유가 있고, 직원은 없어서라고 해요. 저는 마술사들에게 최대한 많은 자유를 주고 싶어요. 물론 방종이 되면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억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매직캣은 마술사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돼야 해요. 맘껏 놀 수 있는 자유는 있지만, 놀이터 안에는 그들만의 질서가 있죠. 술래는 한 발로 뛰어야 한다거나, '얼음'을 하면 움직이면 안 되는 것처럼요. 제가 마술사들에게 그런 질서를 만들고자 합니다. 제가 공부한 것을 여과 없이 마술사들과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매직캣을 보고 싶어요. 인간의 수명보다 훨씬 오래 살아남는 기업을 만들려면 저의 사명감과 매직캣의 뿌리 깊은 철학을 배워야 하니까요.


대표님,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이면 이 책이 대표님 책상 위에 도착할 거예요. 꼭 읽어주세요. 이 책에는 우리가 적용할 수 있는게 너무 많아요.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조직 내 모든 사람과 모든 프로세스에서 전술적 성과와 적응적 성과가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올바른 조직문화는 저 혼자 만들 수 없습니다. 같이 걱정하며 '아직도 가야 할 길'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봐요. 조직 문화는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야 하니까요.


<출처 : 매직캣 커뮤니케이션 공식 블로그(https://blog.naver.com/magicatcommunication)>




※ '씽큐베이션 2기'에서 함께 한 책 ※

[순간의 힘]

1. 특별한 보통날을 만드는 마법의 힘

[냉정한 이타주의자]

2. 이런 시빌.... 워 같은 경우가 있나

[평균의 종말]

3. 끊어야 하는 것은 담배만이 아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

4. 편안함에 이르기 위해, 지금 가야 할 길

[아주 작은 습관의 힘]

5. 꾸준함을 지속하는 비결

[성공의 공식 포뮬러]

6. 조별 과제 할 때 독박 쓰지 않는 비법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

7. 선량함에는 반드시 '가시'가 있어야 한다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8. 하마터면 나를 죽일 뻔했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9. 대표님, 제발 이 책을 씹어 먹어주세요

[초콜릿 하트 드래곤]

10. 초콜릿 공방의 성공공식

[오리지널스]

11. 독창적인 아이로 키울 수 있는 핵심 비법





※ 참고문헌 ※

  ★ Hommage to 유여송, <대표님, 제발 이 책을 씹어 먹어주세요>, 책 읽는 의자, 2019(https://qmshu.blog.me/221531775444)

  1) 손장훈, <창업 10년 지나면... 음식점 4곳 중 1곳만 살아남아>, 조선일보, 2017

  2) 닐 도쉬, 린지 맥그리거,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생각지도, 2016, p.46

  3) 고영성, 신영준, <완벽한 공부법>, 로크미디어, 2017, p.25

  4) 애덤 크랜트, <기브 앤 테이크>, 생각연구소, 2013, p.267

  5) 닐 도쉬, 린지 맥그리거,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생각지도, 2016, p.35

  6) 닐 도쉬, 린지 맥그리거,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생각지도, 2016, p.74

  7) 닐 도쉬, 린지 맥그리거,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생각지도, 2016, p.78

  8) 닐 도쉬, 린지 맥그리거,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생각지도, 2016, p.82

  9) 이현석, <ㅉㅈㄱ 대마왕, 완벽한 공부법>, 매직캣커뮤니케이션, 2019

  10) 닐 도쉬, 린지 맥그리거,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생각지도, 2016, p.8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