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씽큐베이션)
공연 시작 한 시간 전. 백스테이지(Backstage)에서 바쁘게 뛰어다니는 스태프들, 막바지 공연 준비가 한창인 공연 연출팀, 큐시트를 꼼꼼히 체크하는 감독들, 메이크업을 하고 합을 맞추는 배우들. 그 사이로 연출 감독이 배우와 스태프를 호출한다. 모두들 하는 일을 멈추고 무대로 모인다.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
신기해야 한다.
재미있어야 한다.
부드러워야 한다.
리허설을 했지만 돌발 상황이 언제 발생될지 모릅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이 세 가지 사항을 기억하면서 행동하세요. 그러면 모두 한 마음으로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프리쇼 인원은 좌석 배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해주세요.
하우스 오픈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고 객석문이 활짝 열린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이의 눈은 공연을 기대한 만큼 반짝인다. 엄마는 한 손에는 아이를, 다른 한 손에는 공연 티켓을 들고 입장한다. 공연장이 낯선 듯 좌석표와 티켓을 번갈아 쳐다본다. 나지막한 전구 빛 조명에 익숙해질 때 즈음, 형형색의 화려한 옷을 입은 풍풍이와 퐁퐁이들이 관객을 맞이한다. 한 손에 풍선을 들고 있는 풍풍이와 퐁퐁이가 아이의 손을 잡고 자리로 안내한다. 이따금 소소하지만 신기한 마술을 보여주고, 아이와 가위바위보 게임을 한다. 퀴즈의 정답을 맞히면 사탕을 선물로 준다. 음악으로 가득 찼던 공연장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진다. 관객들은 공연이 시작하기까지 지루해 할 시간이 없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양한 풍풍이와 퐁퐁이가 객석을 휘젓고 다닌다. 이런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엄마는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금세기 최고의 조직 행동론 전문가 칩 히스와 세계 500대 CEO들의 리더십 멘토 댄 히스는 특정 경험을 더욱 인상 깊고 오래 기억하게 하는 요인이 있다고 했다. 결정적 순간을 창조하는 4가지 요소는 고양, 통찰, 긍지, 교감이다.
고양(elevation)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감정이 고조되는 경험을 할 때 발생한다. 만족스럽고 행복한 시간들, 즐겁고, 기쁘고, 소중하고 의욕에 넘치는 순간들, 즐 절정의 순간이다. 고양의 순간은 우리를 평범한 일상 위로 고조시킨다.
통찰(insight)은 깨달음을 알려주고 변화를 촉구한다. 어떤 깨달음은 작고 소소하지만 깊은 의미를 부여한다. 통찰의 순간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리 자신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한다.
긍지(pride)의 순간은 우리가 지닌 최선의 모습을 드러낸다. 용기를 무릅쓰고, 남들에게서 인정받고, 도전을 극복하는 것처럼 말이다. 자부심을 느낀 순간은 오래도록 기억된다.
교감(connection)은 인간관계를 강화한다. 교감을 느끼는 찰나는 사회적 순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순간들이 기억에 깊이 남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결정적 순간은 삶을 풍부하게 만들고 교감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된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은 최고의 경험이 된다. 결정적 순간은 4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는 포함해야 한다. 관객과 교감하며 공연을 펼치는 마술사는 고양과 긍지의 순간을 함께한다. 마술사와 교감하며 공연을 보는 관객은 고양의 순간을 함께한다. 공연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 결정적 순간을 느낀다.
마술하면 빠지지 않고 항상 등장하는 단어가 '남녀노소'다. 예술 장르를 통 털어서 '남녀노소'가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얼마나 있을까? 어린이에게 초점을 맞추면, 성인에게 시시해진다. 그렇다고 성인에게 중심을 맞추면 어린이들에게 지루해진다. 남자아이는 공룡을 좋아하는 반면, 여자아이는 공주를 좋아한다. 남자와 여자, 성인과 아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공연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뜻이다. 같은 공연물이지만 마술이라는 소스가 첨가된 극과 그렇지 않은 극은 관객 반응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 고유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유치원을 지나 초등학생이 되는 만 6~7세가 되면 고정관념과 편견이 생긴다. 사람은 날 수 없다는 통념과 물체가 한순간 사라질 수 없다는 사실은 인지한다. 고정관념과 편견이 생긴다는 뜻은 '자신만의 각본'이 생겼다는 뜻이다. 히스 형제는 "여기서 '각본'이라는 단어의 유래는, 모두가 흔히 예상하는 진부하고 정형화된 경험을 가르킨다"고 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각본에 갇혀 살까?
중력 때문에 물건은 밑으로 떨어지며, 물체는 변형될 수 없고, 다른 사람 생각을 읽을 수 없고,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일은 오로지 영화에서 가능하며,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경험을 철저하게 박살 내는 것. 이것이 바로 마술이다. 그래서 '누구나' 마술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각본이 깨지고, 공연을 관람하는 60분 내내 편견이 박살 나는 경험을 맛보는 기분은 어떨까? 진실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각본이 깨지면 관객은 환호성으로 답변한다. 그 순간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라면, 최고의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각본을 깨뜨린다는 뜻은 단순하게 놀래는 것이 아니다. 프리쇼(Pre-Show)는 각본을 깨뜨린 거지만, 공연은 각본을 깨뜨린 것이 아니다. 어차피 마술 공연을 관람하러 온 사람들은 마술 현상에 대해 어렴풋이 기대하고 있다. 비둘기가 나타나고, 비어있는 손에서 카드가 나오고, 물체가 연결되는 마술은 관객에게 단순한 놀라움밖에 주지 못한다.
매직캣은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들에게 최고의 순간을 선물할 의무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단순한 놀라움을 주는 것 이상으로 짜인 각본을 깨야 했다. 각본이 깨졌을 때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각본'에 대해 생각해보기 때문이다. 공연을 관람하러 온 관객이 생각하는 공연 전 극장의 모습은 어떨까? 잔잔하게 깔려있는 음악, 웅성거리는 관객의 목소리, 공연 시작 전까지 들여다보는 스마트폰, 공연을 기다리는 지루하고 따분한 시간, 공연 시간이 다가오면 점점 더 어두워지는 조명, 그리고 시작되는 공연. 대부분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공연 전 모습 각본'이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막이 열리는 순간부터 공연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매직캣이 펼치는 공연은 극장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뒤통수를 맞으면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할 수밖에 없다. 각본이 깨지는 순간은 고양의 순간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순간의 힘>은 "고양의 순간을 판단하는 가장 단순한 기준은 사람들이 사진기를 꺼내고 싶어 하느냐이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면 그것은 특별한 순간이다. 우리의 본능은 특별한 순간을 영원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이것이 바로 고양의 순간이다."고 한다.
트립 어드바이저 호텔 리뷰에 관한 한 연구에 의하면, '뜻밖의 즐거움'을 경험한 고객의 94%가 해당 호텔을 무조건적으로 추천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반면, '매우 만족스러운'고객의 경우에는 추천 의사가 60%에 불과했다고 한다. 심지어 '매우 만족스러움'은 굉장히 긍정적인 기준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분명 처음에는 각본이 깨졌지만 시간이 흐르면 각본은 수정될 것이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따르며 새로운 것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핸드폰을 새로 구입하면 처음에는 고이고이 다루지만, 익숙해지면 침대에 던지는 모습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각본을 깨뜨려도 한계효용이 존재하지 않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우린 팔러 마술(Parlor Magic)을 한다.
마술은 크게 일루전(Illusion), 스테이지 매직(Stage Magic), 팔러 매직(Parlor Magic), 클로스업 매직(Close-up Magic)으로 구분한다. 일루전은 사람이 사라지거나, 공중부양을 하는 대형 마술을 뜻한다. 스테이지 매직은 흔히 '마술사'하면 떠오르는 무대에서 진행하는 마술을 뜻한다. 스테이지 매직은 대부분 음악과 함께 공연을 진행한다. 60분 동안 음악을 들으며 일방적으로 보기만 한다면 관객은 피로감을 느낀다. 하이텐션이 계속 유지되면 집중도가 떨어지고 지루함을 느낀다는 단점이 있다. 클로스업 매직은 소수의 관객과 함께 진행하는 카드 마술이나 소도구 마술을 뜻한다. 팔러(Parlor)는 '응접실'이라는 뜻으로 팔러매직은 '응접실에서 대화하며 진행하는 마술'을 뜻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관객과 함께 대화하고 소통하며 진행하는 마술이다. 마치 개구리가 더 높이 점프하기 위해 움츠리듯 텐션을 살짝 낮추는 역할도 한다.
팔러 매직은 관객과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관객을 무대 위로 초대해야 한다. 관객의 관점에서 보면 '마술사에게 선택'되어야 한다. 마술사의 시점에서 보면 '관객을 무작위로 선정'해야 한다. 이는 지속적인 각본 속에서 '예기치 못한 선물'을 뜻한다. 마술사에게 선택되기 위해 손을 들고 "저요!!!!"를 외치고, 엄마는 아이의 손을 하늘 높이 들고, 심지어 아빠는 아이를 목말을 태운다. 각본이 있지만, '예기치 못한 선물'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아이가 운 좋게 선택되어 무대 위로 올라가면, 엄마 아빠의 카메라는 쉴 줄 모른다. 그 절정의 순간을 간직하려 연신 셔터를 누른다.
<순간의 힘>은 예기치 못한 '뜻밖의 즐거움'에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를 예로 든다. 재미있는 안전 수칙 방송으로 정평 나 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고객 소비 형태를 분석한 결과, 우스꽝스러운 기내 방송을 들은 고객이 그렇지 않은 고객에 비해서 이듬해에 항공사를 1.5번 더 이용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만약 이 방송을 들은 고객수를 2배로 늘린다면 고스란히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 수익은 연간 1억 4천만 달러(한화로 약 1,635억 원)다. 재정적 투자 없이 어마어마한 금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단순한 '즐거움'은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는 '절정대미 법칙'과 연관 있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사람을 제외하고, 비행기는 재미있는 공간이 아니다. 어떤 이에게는 따분하고, 지루한 공간일 수 있다. 여행을 떠난다면 들뜬 기분이겠지만, 휴가가 끝나고 돌아가는 이에게는 호송차 같은 곳일 수도 있다. '우스꽝스러운 기내 방송'은 각본을 깨고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몇 시간이나 비행기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특정한 경험을 평가할 때 그 경험이 지속되는 시간을 잊거나 무시하는데, 이 같은 현상을 '지속 시간 경시'라고 부른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기억할 때 대부분의 사건은 무시하고 몇몇 특정한 순간만을 떠올린다"고 <순간의 힘>은 말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를 이용한 고객은 이 과정에서 최고의 순간만 기억하게 될 것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 재미있는 비행기
이 공식이 성립된 후 다음에 비행기를 예약한다면 어떤 항공사를 이용할까?
누구나 드라마 같은 삶을 원한다. 역설적으로 드라마같이 결정적 순간을 원하지만, 드라마같이 구덩이 순간을 원하지 않는다. 여기서 '구덩이 순간'은 '결정적 순간'의 반대말이다. 히스 형제는 "우리는 모두 살면서 결정적 순간을 맞이한다. 결정적 순간이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유난히 도드라지게 새겨진 의미심장한 경험을 가리키는데, 보통은 그중 상당수가 운에 좌우된다"라고 했다. 우리의 결정적 순간은 '운'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지만, 관객의 결정적 순간은 매직캣이 의식적으로 만들 수 있다. 그 순간을 만들기 위해 마술사들은 지금도 절정을 만들기 위해 긍정적 경험과 부정적 경험을 쌓으면서 통찰의 순간을 보내고 있다.
<출처 : 매직캣 커뮤니케이션 공식 블로그(https://blog.naver.com/magicatcommunication)>
※ '씽큐베이션 2기'에서 함께 한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