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편안함에 이르기 위해, 지금 가야 할 길

(feat. 씽큐베이션)

삶은 고해다. 이것을 직시하지 못하면 인생은 고달프다. 삼만 년을 산다고 해도 이 문제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나의 아저씨>의 지안(이지은)은 수없이 태어난 생 모두를 합치면 삼만 살쯤 살았다고 동훈(이선균)에게 말한다. 왜 자꾸 태어나서 고해를 짊어지고 사는지 답을 찾을 수 없다. 빚을 진 아버지를 대신해 빚쟁이가 되고, 사채업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 괴롭히고, 청각장애 할머니를 모시고 살 수밖에 없는,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밤에 아르바이트까지 해야지만 빚을 값을 수 있는, 누구 하나 믿지 못하는 세상에 계속 태어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 차가운 현실을 온몸으로 버티는 거 밖에 할 수 없다. 그런 지안을 걱정하는 동훈은 "자기 집이 아닌데 자기 집으로 착각해서 계속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계속해서 힘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동훈에게 정희(오나라)가 그 이유를 알려준다.




우리는 항상 길을 걷고, 어느 길로 갈지 고민을 한다. 이 길이 맞는 길인지, 안개가 쌓여 길이 잘 보이지 않으면 걱정한다. 길 끝에는 무엇이 있으며, 돌다리를 두들기며 건너듯 여정을 항상 검토한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 우리는 성장한다. 비포장도로를 걷다 보면, 울퉁불퉁한 돌에 발을 잘 못 디뎌 접질릴 수 있다. 혹여나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잔디밭에서 넘어지는 것 이상 심한 상처를 입는다. '그 길'을 누군가 말끔히 정리해주지 않으면 내 힘으로 돌을 솎아내고 평평하게 다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일어나 걷는 망아지가 아니다. 길게는 몇십 년, 짧게는 몇 년 동안 누군가 돌봐야 하는 나약한 인간이다. 고해의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좋은 부모와 스승을 만나고, 가르침을 자양분 삼아 일어서야 한다. 



ACOA(Adult Children of Alcohoics)는 알코올 중독자의 성인 자녀를 뜻하는 단어다. 부모의 관심 밖에서 성장하며 어른이 된 이들은 낮은 자존감 속에서 살아간다. 홀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또래보다 조숙해야 하며, 자신에게 의존적 욕구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된다. 어린 시절을 잃어버린 그들은 어른의 모습 속에 아이를 키운다. 긍정적 관심을 무시하고 죄책감이 높으며 자아존중감이 낮다. 모든 알코올 중독 부모의 자녀가 불행하지는 않다. 시발점은 '부모의 알코올 중독'이지만 그렇다고 '알코올중독'이 문제의 근원은 아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족의 역기능이 발단이다.



'부모가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은 '훈육'이다. 금을 물려줘봤자 금덩이에는 아무것도 자랄 수 없다. 흙을 물려줘야 생명을 싹 틔울 수 있다. 영양분 없는 황무지를 물려줄지, 자양분이 풍부한 흙을 물려줄지를 결정하는 것이 '훈육'이다. "사랑이 넘치는 부모의 훈육 방식은 사랑 없는 부모의 그것보다 질적으로 월등하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바치는 시간의 질과 양이, 아이에게는 자신이 부모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고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말한다. 아이를 사랑하며,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끄는 행동이 부모가 가져야 할 태도다. 



'꿈을 이루기 위한 길'과 '가리워진 길'은 우리가 '아직도 가야 할 길'이다. 이 '길'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비포장도로여서 '게으름'과 '무기력'이라는 돌무더기가 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돌부리에 저항해야 한다. 이 힘은 '사랑'에서 오고, 이 힘의 시작은 '훈육'이다. <아직도 가야 할 길> 저자 M. 스캇 펙은 "훈육이란 문제 해결의 고통을 피하는 대신, 문제 해결의 고통을 건설적으로 취급하는 기술의 체계"라고 한다. 살면서 끊임없이 만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 모든 문제가 같을 수 없기 때문에 해당 문제별로 즐거운 일을 미루거나, 책임 지거나, 진리와 현실에 헌신하거나, 균형 잡는 방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중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은 '균형잡기'다.




최근 신조어 중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있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의 줄임말이다. 삶 속에 일이 있지 않으면 고달프다. 그렇기 때문에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려 한다. 일을 포기하지 못하면 삶이 힘들어지고, 삶을 포기하면 행복할 수 없다. "가장 결정을 잘하는 사람이란, 자기 결정에 따르는 최대한의 고통을 기꺼이 감수할 용의도 있으면서 여전히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한 사람을 판단하는 위대성의 척도는 고통을 감수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고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말한다. 혹자는 탄생과 죽음 사이에 선택이 있다고 한다. '선택'이라는 표현은 1차원으로 생각하면 '무언가를 고른다'는 표현이다. '무언가를 고른다'는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말과 거울의 양면처럼 붙어있다. 즉, 삶은 포기의 연속이다. 포기는 심리적 부담과 정신적 부담을 동시에 준다. 자원이 무궁무진하다면 굳이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삶이 죽음의 한계를 넘지 못하듯, 유한한 자원 속에 사는 우리는 계속해서 포기해야 한다. 이렇듯 정답 없는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초석이 훈육이다. 훈육을 통해 포기로 인한 고통을 건설적인 행동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나의 아저씨>는 글쓴이가 인상깊게 봤던 드라마다. 할 일 없이 빈둥대며 드라마를 보는 것과 달리, <나의 아저씨>는 없는 시간을 쪼개며 보고 또 봤다. 처음 이 드라마의 제목을 접하고, '뻔한 막장 불륜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아저씨는 나이가 많은 사람, 혹은 유부남을 뜻한다. '나의 아저씨'라고 부르는 당사자는 남자일리 없다. 제목만 보고 '어린 여자가 나이 많은 유부남을 좋아하는 내용'이라는 생각에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우연히 유튜브에 드라마 영상 클립을 봤다. 글쓴이가 생각한 내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1화부터 진지하게 감상했다.



동훈(이선균)은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며 모험을 하지 않는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말처럼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살아간다. 변호사 아내에, 조기유학 가 있는 아들, 골칫덩이 형과 동생이 있지만, 큰 굴곡 없는 인생이다. 지안(이지은)은 여섯 살부터 병든 할머니와 혼자 세상에 남겨졌다. 아무리 찬 바람이 부는 시린 날씨에도 춥게 입고 다닌다. '선량해 보이고 싶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나의 불행함을 이용하는 인간들'을 멸시한다. 이미 맘은 시베리아 얼음처럼 굳게 얼었고, 죄책감 없이 나쁜 짓도 서슴지 않는다. 불륜 드라마는 아니지만, 동훈과 지안은 서로 사랑했다. 사랑에 빠진 게 아니다. 서로를 사랑한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은 사랑에 대해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영적 성장을 도울 목적으로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라고 정의한다. 애착관계의 '사랑'은 개인의 한계나 경계를 확장시키지 못하며, 그 경험으로 인해 성장하지 않는다. 동훈과 지안은 서로에게 분별 있게 칭찬했고, 분별 있게 비판했으며, 분별 있게 사과했으며, 분별 있게 힘이 되었다. 그들은 관심사는 '영적 성장'이었다. 




<나의 아저씨>에는 편안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지안은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람들과의 관계를 일부로 끊었다. 막연한 불안감에 찌든 지안에게 동훈은 존재의 의미가 되었다. 동훈은 지안을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봤다. 21살 어린 여자아이로 보지 않고 뚜렷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인지하고 대우했다. 그들은 영적 성장의 여정에서 만나 서로에게 촉매재가 되며 변화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45년과 21년을 뒤로하고 익숙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 동훈은 지안을 참을성 있게 지켜보고, 잘못된 행동을 하면 거침없이 비판한다. 동훈이 고리타분한 말을 하면 정신이 번쩍 드는 무미건조한 팩폭을 날린다. 


동훈 : 아버지는 뭐 하시고?
지안 : 아저씨 아버지는 뭐 하시는데요? 난 아저씨 아버지 뭐 하시는지 하나도 안 궁금한데. 왜 우리 아버지가 궁금할까?
동훈 : 어른들은 애들 보면 그냥 물어봐, 그런 거.
지안 : 잘 사는 집 구석인지, 못 사는 집 구석인지, 아버지 직업으로 간 보려고?
동훈 : 미안하다.
지안 : 실례예요. 그런 질문.
동훈 : 그래, 실례했다.


성실한 모범수로 사는 동훈의 가치관이 지안을 만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다. 지안 역시 철옹성 같은 가치관이 동훈의 따뜻한 행동에 점차 금이 간다. 겉치레로 하던 인사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이 담긴다. 글쓴이가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는 '힘내'이다.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상황에서 본인 맘 편하려고 내뱉는 무성의한 말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되도록 이 말은 쓰지 않고, 글쓴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을 주려고 노력했다. <나의 아저씨>는 이 뻔한 말 한마디가 어떻게 승화되는지 보여준다. "진정으로 사랑할 때 나 자신은 확장하며, 나 사진을 확장할 때 성장한다. 다른 사람의 영적 성장을 도우면 도울수록 나 자신의 영적 성장도 더욱더 촉진된다."고 M. 스카 펫은 말한다. '힘내'라는 말 한마디가 무책임한 게 아니다. 그 단어를 입에서 내뱉을 때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고 확장하지 않았으며, 성장하지 못했다. 지안과 동훈은 진정으로 사랑했으며, 그들을 확장하고 서로의 영적 성장을 도왔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파이팅', '고마워', '행복해', '너는 괜찮은 사람이야', 이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지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보여줬다. 



'훈육', '사랑', '성장', '은총'은 우리가 제대로 성장하기 위한 도구다. 제대로 된 훈육을 받아야 하며, 훈육을 통해 제대로 된 사랑을 해야 한다. 게으름에 안주하지 않는 사랑을 통해 성장할 수 있고, 의식이 진화되어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물질적 만능주의에 휘둘리지 않는 편안한 행복을 얻기 위해 파랑새를 찾을 필요가 없다. 권력을 공허하게 만들고, 의미 없는 금괴는 고독하게 만들 뿐이다. 46억 년의 지구 나이에 비해 우리는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생을 살아간다. 하루하루가 지옥인 세상에 온 이유를 이해하려면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는 사랑을 주어야지만 자신의 마음속에 백만 송이 꽃이 피어남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지만 편안함에 이를 수 있다.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至(이를지), 安(편한 안)




<출처 : 매직캣 커뮤니케이션 공식 블로그(">https://blog.naver.com/magicatcommunication)>




※ '씽큐베이션 2기'에서 함께 한 책 ※

[순간의 힘]

1. 특별한 보통날을 만드는 마법의 힘

[냉정한 이타주의자]

2. 이런 시빌.... 워 같은 경우가 있나

[평균의 종말]

3. 끊어야 하는 것은 담배만이 아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

4. 편안함에 이르기 위해, 지금 가야 할 길

[아주 작은 습관의 힘]

5. 꾸준함을 지속하는 비결

[성공의 공식 포뮬러]

6. 조별 과제 할 때 독박 쓰지 않는 비법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

7. 선량함에는 반드시 '가시'가 있어야 한다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8. 하마터면 나를 죽일 뻔했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9. 대표님, 제발 이 책을 씹어 먹어주세요

[초콜릿 하트 드래곤]

10. 초콜릿 공방의 성공공식

[오리지널스]

11. 독창적인 아이로 키울 수 있는 핵심 비법




※ 참고자료 ※

   - M. 스캇펙, <아직도 가야 할 길>, 율리시즈

   - 김명아, <알코올 중독 아버지와 사는 자녀의 경험>, 연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 강민호, <편하는 거소가 변하지 않는 것>, 턴어라운드

매거진의 이전글 끊어야 하는 것은 담배만이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