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구를 많이 잃었다. 그것도 최근 수년 사이에 그랬다.
동창회, 반창회, 취미모임의 보직을 맡으며, 속된 말로 돈도 안 되는 명예직을 맡으면서,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을 맡고, 나름 분골쇄신의 자세로 시간과 열정, 때로는 돈도 써가며 애를 썼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의 성취감은 맛보았을지언정 친구를 꽤나 잃었다.
일을 추진해 가는 과정에서 이름만 알았지 잘 몰랐던 친구를 새로이 알게 된, 일종의 면(面)의 확대도 있었지만, 반면에 몇몇 친한 친구를 잃기도 했다. 상황상 공과 사를 구분하다 보니 생긴 일일 수도 있고, 회비를 언급해야 할 피치 못할 입장에서 돈과 얽힌 갈등, 실망, 그로 인해 알지 않아도 되었을 일을 직책상 어쩔 수 없이 알게 되었고, 또 거기서 비롯된 우정의 갈등과 다툼, 등등의 이유로 사람을 잃기도 하였다. 그 범주에는 동급생뿐만 아니라 선후배도 포함되어 있다. 인간사 실타래는 한번 꼬이면 엉켜버리듯 40년 지기 50년 지기를 멀리하게 되기도 하였다. 이유야 어떻든 다 내 업보요 내 탓이다.
어차피 우리 나이면 사람을 새로 늘려서 확대하기보다는 친교 관계를 좁히고 깊이 있게 가는 것이 맞는 듯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는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현실을 직시하고 살 뿐이지만, 많이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동문수학을 하였다고는 하지만 60살이 넘어 생면부지의 친구들을 만나 함께 어깨동무를 하기에는, 본래 수줍어하는 성격으론 쉽게 친해지기 어려워서 그랬으리라.
수십 년 지기였지만 최근에 부쩍 더 자주 소통하다 보니 어떤 선을 넘어서서 내면까지도 알게 되어 그에 따른 실망도 컸으리라.
친구도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었고, 어떤 우정은 파면 팔수록 흙탕물이 나오기도 하였다.
결론은, 우정에도 적당한 거리가 중요하다는 깨달음.
단 한 사람의 친구라도 노년까지 오랫동안 사귄다는 것이 이렇게도 어려운 일인지 문득 상념에 잠겨본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