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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복에 대한 추억

겨울엔 역시 내복인가?

by 글사랑이 조동표 Jan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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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들은 내복을 좋아한다.


   중국은 늦가을인 10월 말부터는 한기를 느끼는데 이 시기를 히터와 같은 난방 기구에만 의존해 추위를 버텨내야 한다. 개별난방을 설치한 가구가 점차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체적으로 완치(氣)라 불리는 라디에이터를 이용해 중앙난방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이 중앙난방의 공급 시기가 11월 중순이지만 이 시기는 앞이 보이지 않는 심각한 대기 오염과 조우해야 하는 때이기도 하다. 중앙난방의 주 에너지원이 석탄이기 때문이다.


   11월 중순부터 중앙난방이 시작되는 북방지역과 달리 남방지역은 난방 공급이 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의 겨울철 상해는 평균 기온이 영하 20도인 하얼빈보다 더 춥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이다. 중앙난방으로 집안에서 반팔을 입을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한 북방지역에 비해 남방 지역에서는 개별적으로 난방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난방식이라고 해도 북방지역 난방비가 무료는 아니며, 난방이 시작되기 전 10월이면 11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의 난방비를 일시불로 선납지불해야 한다. 평방미터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데 보통 2,000위안(약 38만 원 정도) 이상으로 중국 가정에 부담이 되는 금액이라서, 난방을 신청하지 않는 가정도 적지 않다.


   중앙난방은 되지만 11월 중순까지 추위를 참아내야 하는 북방지역, 개별적으로 추위를 물리칠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남방지역 모두 월동준비가 필요해서인지 겨울이 올 때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내복이기도 하다. 옷으로 보온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자전거나 전동차를 탈 때 바람을 막아주는 천 바람막이, 낮잠을 자거나 일을 할 때 손을 따뜻하게 해주는 전기 손 쿠션(베개), 핫팩 등 다양한 월동 준비 물품들이 등장한다.


   상해에서 근무했을 때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창문틈 사이로 황소바람이 들어와도 나는 젊다며 큰소리치다가 결국 내복을 입게 되었는데, 이듬해부터는 습관이 되어서 겨울철 외출할 때에는 꼭 내복을 착용하게 되었다.  

사무실 난방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중국의 백화점에 가보면 내복 매장이 엄청 넓고 색색의 다양한 내복이 진열되어 있으며 내복 사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이다. 중국 부임 첫해 북경에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내복을 껴입었는데, 습관이 되다 보니 몸이 적응되어 내복을 안 입으면 허전하기도 하였다.


   가을까지 날씬해 보였던 여자들이 겨울이 되면 둔해져서 오리걸음 걷는 모습에 놀란 적도 많았고, 빨간색 내복을 패션으로 생각하고 엘리베이터를 탄 아저씨를 보고 기겁을 한 적도 있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내복이 기본이었고, 방안의 빨랫줄에 빳빳하게 언 내복이 줄줄이 걸려있었다. 심지어 내복 소매나 바지 끝에 고드름이 매달려 있기도 했다. 찢어진 문풍지 사이로 황소바람이 들어오는 속에서도 남매들이 한 이불에 의지하고 살던 시절, 시꺼멓게 절은 아랫목에 8개의 다리들이 엉켜서 자곤 했다. 가난했지만 강추위를 내복으로 극복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귀국 후 20여 년 동안 겨울에 내복을 입지 않고 있는 내 오기도 머지않아 나이가 들면 어린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가 내복을 껴입기 시작할 것이다.


   내복과 털신, 귀마개, 그리고 두 겹 씩 껴입던 해어진 양말과 흰 면장갑 위에 닳아빠진 아버지의 가죽 장갑을 끼고 자전거로 통학하던 중학생 시절도 떠오른다.


   중국 추억을 다시 소환하면, 대륙을 횡단하는 장거리 기차에서 내복바람으로 화장실에 다니여행객들 모습도 기억난다.


   동네 슈퍼에서 내복바람 아저씨들도 자주 보았고, 반면에 한여름엔 웃통 벗고 일하는 아저씨들도 많았다.

우리 눈에는 무례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땐 왠지 인간적이라고 느꼈다는...


   소설 '정글만리' 책 마지막에 주인공 전대광이 중국에서 빨간색 내복에 가슴팍에는 용무늬에 88 숫자를 넣어 팔아보겠다는 것으로 끝을 맺던데... 갑진년 용띠 해에는 엄청 팔렸었을 듯하다.


   지금쯤 전대광은 내복부자가 되어 있을까?


*이미지: 네이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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