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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옐로 Sep 20. 2019

[뮤지컬 추천] 키다리 아저씨

편지로 전하는 따뜻한 감성

(원본 출처 : http://ticket.yes24.com/Pages/Perf/Detail/Detail.aspx?IdPerf=34868)0


 이 뮤지컬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진 웹스터(Jean Webster)의 소설 '키다리 아저씨(Daddy Long Legs)'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입니다. 2009년 캘리포니아에서의 정식 초연 이후에, 웨스트엔드*, 오프-브로드웨이**까지 진출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2016년 초연 이후, 올해 무려 사연까지 성공했습니다. 이 뮤지컬은 원작과 동일하게 제루샤가 그녀의 후원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제루샤와 키다리 아저씨 두 명만이 등장하지만, 2인극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공연이 꽉 찬 느낌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두 주인공의 감정에만 오롯이 집중한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대가 화려한 것도 아니고, 큰 갈등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잔잔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저는 단 한 순간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사실 저는 잔잔한 감동 힐링 스토리를 선호하는 편이 전혀 아닙니다) 상처 많은 고아원 소녀에서 독립적인 한 여성으로 자라는 제루샤를 보고 있으면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 웨스트엔드(West End) : 영국 런던에 위치한 뮤지컬의 본고장으로,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Broadway)와 더불어 연극 및 뮤지컬 시장의 양대 산맥을 이룹니다.

** 오프-브로드웨이(Off-Broadway) : 100-5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극장을 의미합니다. 참고로, 브로드웨이(Broadway)는 5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극장, 오프-오프-브로드웨이(Off-Off-Broadway)는 100명 이하의 소형 극장을 의미합니다.


진 웹스터(Jean Webster)

 소설 '키다리 아저씨'의 주인공인 제루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 진 웹스터의 성장 배경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그녀는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조카 손녀입니다. 그녀의 아버지 또한 출판사 사장이었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그녀는 문학 작품에 많이 접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자랐습니다.


 또한 그녀는 어릴 적 외증조할머니, 외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외증조할머니는 금주운동을 하셨고, 그녀의 조모는 인종 차별 금지 및 여성 참정권 운동을 했다고 합니다. 그녀가 어린 시절 영향을 받았을 법한 여성들은 모두 다 진취적이고 사회 참여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바사 여성 대학(Vassar Female College)을 다녔는데, 이곳은 소설 '키다리 아저씨'에서 제루샤가 다녔던 대학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이곳에서 공부하며,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고아원, 소년원, 교도소와 같은 곳을 견학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그녀의 소설 속에 녹여냈습니다.




시놉시스 및 캐릭터

20세기로 넘어가는 뉴잉글랜드...
존 그리어 고아원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 제루샤 애봇

고아원 밖의 넓은 세상을 꿈꾸던 제루샤에게
어느 날 수수께끼의 한 남자가 대학 공부를 후원해주겠다고 한다.

단, 후원의 조건은
그의 정체를 알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그에게 편지를 보내야 한다는 것!

후원자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제루샤는
그에게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매달 편지를 보내며 점차 성장해나간다.
좌충우돌 대학 생활을 하던 제루샤는
룸메이트인 줄리아의 '젊은' 삼촌, 제르비스 펜들턴을 만나게 된다.
제르비스는 제루샤를 문학과 여행, 그리고 모험의 세계로 인도하고
이 둘은 급격히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이름도 모르는 후원자 키다리 아저씨와 새로운 인연인 제르비스,
그리고 그녀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아주 놀라운 비밀이 남아 있는데...


- 제루샤 애봇(Jerusha Abbott) : 비록 고아원에서 후원자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풍부한 감수성과 긍정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작가가 꿈인 그녀 앞에 나타난 "키다리 아저씨" 덕분에 근현대 미국의 신여성으로 당당하게 성장한다.

- 제르비스 펜들턴(Jervis Pendleton) : 제루샤의 대학 룸메이트이자 친구인 줄리아의 '젊은' 삼촌. 제루샤가 대학 생활 밖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실, 제르비스는 제루샤가 고아원 밖으로 나와 그녀가 꿈을 좇을 수 있도록 도와준 후원자 '키다리 아저씨'이다.




매력 포인트 1 : 편지로 전하는 성장 일기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 뮤지컬은 제루샤가 그녀의 후원자 '키다리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로 꾸며졌습니다. 두 주인공이 직접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제루샤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로 인해 생겨나는 오해가 극을 보는 관객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뮤지컬의 가장 큰 재미는 무엇보다도 제루샤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제루샤는 후원자의 도움으로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대학 생활에 적응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점차 대학 생활에 적응해나가고, 친구도 사귀고, 다양한 학문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여성 인권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죠. 그리고 그녀는 단순히 후원자의 그늘에 있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저씨가 강압적으로 명령한 것에 화를 내기도 하고, 따르지 않겠다며 거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돈을 갚겠다고도 합니다. 상처 많고 세상 물정 모르던 고아는 진취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성장합니다.

 

 제르비스 또한 제루샤와의 관계 속에서 점차 성장합니다. 제르비스는 겉모습만 어른이었을 뿐 여전히 부잣집 도련님일 뿐이었습니다. 자선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정작 후원하는 아이들과 직접적인 교류는 꺼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이름도 흔하디흔한 '존 스미스'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제루샤를 좋아하면서도 그녀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도록 강압적으로 지시하다가 제루샤의 미움을 사기도 합니다. 이렇게 제루샤를 통해 제르비스 또한 진짜 어른이 되어갑니다.


 공연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두 주인공의 따뜻한 성장 일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매력 포인트 2 : 감성 가득한 노래

 제루샤의 편지글이 가사가 되어 따뜻한 감성을 가득 전해줍니다. 보내는 사람으로 시작해 받는 사람으로 연결되는 노래 구조가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진짜 편지가 전달되는 듯한 느낌을 듭니다. 대표적인 곡 소개하겠습니다.


 'The Color of Your Eye'는 제루샤가 제르비스를 처음 만난 순간의 설렘을 노래하는 곡입니다. 제르비스는 자신이 바로 그 '키다리 아저씨'라고 밝히지 않고 제르비스 본인으로 찾아갑니다. (제루샤는 키다리 아저씨의 이름을 가명인 '존 스미스'로 알고 있습니다) 제르비스의 비밀을 알고 있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당장이라도 "제르비스가 키다리 아저씨야!"라고 소리치고 싶어 지죠. 그 마음을 아는지 제루샤 또한 제르비스를 보며 키다리 아저씨의 젊은 시절을 상상해봅니다. 과연 우연의 일치인 걸까요? 아니면 그에게서 키다리 아저씨의 느낌을 받은 것일까요? 그리고 자신과의 일화가 담긴 편지를 읽는 제르비스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그를 보는 순간 생각났어요
아저씨 젊은 날 모습들이


 'The Secret of Happiness'는 이 뮤지컬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담긴 대표곡입니다. 제루샤를 통해 우리는 행복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습니다.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 모두 밝은 분위기인데도,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 뭔가 모르게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면서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동시에 입가에 미소도 절로 지어지고요. 함께 가사를 감상해볼까요?


행복이란 '물 흐르듯 살아가기' 그걸 배웠죠
행복이란, '그 흐름을 즐기는 것' 그걸 배웠죠
속 좁은 자존심 던져 버리고

행복이란, '다 지나간 일 때문에 울지 않는 것'
행복이란, '너무 서둘지 않고 살기' 그걸 배웠죠
꼴찌가 되어도 지는 게 아냐
행복의 비밀은 그 비밀은 바로,

행복이란, '두려움을 이기는 것' 그걸 배웠죠
행복이란, '그 미지의 두려움을 떨쳐 내는 것'
미래를 두려워할 필요 없어

행복의 비밀은, 그 비밀은 바로 현재를 살기
이 순간 지금 살아있는 이 순간을 느끼면서 살기

행복이란, '나 자신의 꿈을 찾아 살아가는 것'
행복이란, '저 언덕을 뛰어오른 그 순간 지나고 고요한 시간에 찾아오는 것'

행복의 비밀은 그 비밀이란,

그 행복의 비밀이 뭔지
나 이제는 분명히 알아
내 행복은 내 곁에 있어


 'My Manhattan'은 제르비스와 함께하는 맨해튼 여행에서 나오는 노래입니다. 맨해튼은 제르비스의 공간이며, 그곳에 제루샤를 초대한다는 것은 제르비스에게는 큰 의미입니다. 제루샤와 함께 하는 맨해튼은 이전과는 다른 곳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루샤에게도 이 여행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기회가 됩니다. 그리고 제르비스와의 행복한 추억을 쌓기도 합니다.


매력 포인트 3 : 따뜻한 무대와 소품

 무대는 포스터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목재로 꾸며져 따뜻한 분위기를 주며, 제루샤의 편지로 가득합니다. 무대는 크게 앞뒤로 공간이 나뉘어 있습니다. 무대 뒤쪽은 제르비스의 서재가 있으며, 무대 앞쪽은 제루샤의 공간입니다. 제르비스는 제루샤의 편지를 받기만 하고 답장은 하지 않는 것처럼, 제르비스는 무대 뒤편에서 제루샤를 지켜보고 있지만, 제루샤는 제르비스를 볼 수 없습니다. 코멘터리 영상을 보면, 실제로도 제루샤 역의 배우는 제르비스가 뒤에서 어떤 행동과 표정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 하네요.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또한 원작 소설을 감명 깊게 읽거나, 이 소설이 뮤지컬로 어떻게 꾸며졌을지 궁금한 분에게 추천합니다. 평소 감성 힐링 뮤지컬을 좋아하거나, 제루샤를 통해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은 분께도 추천합니다. 그리고 2인극 소극장 뮤지컬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배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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