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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진 Jul 08. 2020

세상의 모든 것을 배우는 직업, 리포터

리포터 하느라 참 애썼다. 참 마이 아팠다.

*아나운서 파헤치기. <김나진 아나운서의 마.이.아.파.>는 매주 수요일 연재됩니다. 마음껏, 이토록 자세히,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한번, 파헤쳐봅니다! 아나운서 하면서 그동안 마.이.아.파.왔거든요^^*


1편 <아나운서요?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이죠?>

2편 <아나운서의 고용형태는? 연봉은?>

3편 <아나운서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 발음? 발성? 애드리브?>

4편 <라디오 DJ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5편 <아나운서 되려면 무슨 과를 나와야 하나요?>나운서 되려면 무슨 과를 나와야 하나요? < 아나운서 되려면 무슨 과를 나와야 하나요?



리포터는 화제의 현장에 직접 나가 그곳의 분위기를 전하고 인터뷰로 현장의 상황을 녹여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리포터는 아나운서로 입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거치는 입문 과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신입사원들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어찌 보면 가장 고되고 힘든 분야라고 볼 수 있다. 현장 상황에는 항상 변수가 많이 발생하니 발 빠른 대처능력과 강인한 체력이 요구되는 분야이고 그렇다 보니 촬영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체력, 용기, 순발력 등 다양한 자질이 필요한 리포터


 리포터로서의 활동 범위는 참 넓다. 내가 했던 프로그램만 살펴봐도 이렇게 많은 분야가 있을까 싶다. 나 역시 입사 후 <생방송 화제집중>, <불만제로>, 특별 생방송 및 각종 스포츠 프로그램 등에서 리포터 역할을 많이 하게 됐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로그인 싱싱 뉴스>라는 프로그램에서 '김나진의 세상 배우기'라는 코너를 진행했을 때였다. 최근 화제가 된 유튜브 <워크맨>처럼 온갖 직업을 체험해 보는 일을 했는데, 그 어떤 제한된 영역도 존재하지 않았다.


농업은 기본, 제한된 영역이 없는 리포터


 모내기, 추수, 고기잡이, 젖소 방목, 연근 캐기, 수박, 복숭아 따기 등의 1차 산업은 금세 마스터했고, 옥 광산 체험, 숯 공장, 죽염 공장, 주물 공장, 유리 공장 등의 2차 산업도 여기저기 찾아 돌아다녔다. 사육사 체험, 특수견 조련사 체험 따위의 동물 관련 체험은 물론 연탄 나르기, 사랑의 김장 행사, 보육원 일일 선생님처럼 나눔 활동도 할 수 있었고, 그 외에도 초가집 지붕 갈기, 가야금 만들기, 한지 만들기, 환경미화원 체험 등 모두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참 다양한 곳을 돌아다녔다. 이렇게 리포터라는 직종은 어떤 한 분야의 일들만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살아가는 모든 사람과 모든 일을 다룬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따뜻함을 전하는 리포터


 참 힘들고 고된 리포터 일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보람도 많다. 사랑의 김장 행사를 통해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을 때도 참 뿌듯했고,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 작은 힘 하나를 보탰을 때도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환경미화원 편이 방송되고 나서는 출연하신 환경미화원의 아들이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남긴 일이 있었다. 그동안 아버지가 환경미화원이라는 걸 부끄러워했는데 방송을 보니 이렇게까지 고생하시는 줄 몰랐다며 펑펑 울고 뉘우쳤다는 사연이었다. 나 역시 눈시울을 적실 수밖에 없었다.


눈시울을 적셨던 환경미화원 체험


전국 각지의 맛있는 먹을거리를 만나는 일도 참 기쁨이 충만한 일이다. 죽염 공장에서 갓 나온 네모난 보랏빛 죽염 위에 삼겹살을 올려 3초 만에 구워진 그 맛을 영접하는 것,

배에서 막 잡아 올린 우럭을 회 떠서 매운탕과 함께 시식하는 것 등 그 누구도 쉽게 접하기 힘든 맛들을 경험할 수 있으니 이 또한 행복한 일일 것이다.


때로는 이런 걸 먹기도 한다 ㅠㅠ


 리포터 일을 하며 세상을 배우느라 참 마이 아팠다.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되고 그 안에 숨겨진 아픔과 설움, 보람과 행복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부족한 나 자신을 돌아봤기 때문이다.

 리포터 일은 단순히 현장에서 정해진 멘트를 하는 일로만 설명하기엔 한없이 부족하다.

 우리가 모르던 삶, 미지의 세계를 파헤치는 설레는 일이며, 우리 삶의 가장 뜨거운 곳에서 사람, 장소, 시대의 의미를 알아가는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걸 배우는 직업, 리포터.

 ps. 돌아보니 참 많은 걸 했다 싶다. 10년도 넘는 시간 전에 나를 하나하나 챙겨준 동갑내기 장복길 PD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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