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세 소녀가 살았다

고마워요 나의 뮤직스타 1

by 단짠

"저 엉덩이 좀 봐."
사진 모서리에 불쑥 튀어나온 엉덩이를 본 우리는 교실이 무너져 버릴 듯 웃었다. 정말 얼마나 신나게 웃었는지. 까르르 웃음이 교실을 넘어 여름으로, 가을로, 그리고 저 먼 알 수 없는 곳으로 바람처럼 날아갔다.


… 그땐, 난 내 삶을 몰랐다. 그땐, 너도 네 삶을 몰랐다. 그땐, 우린 누구도 삶을 몰랐다. 그저 바람은 언제나 이어져 어디론가 부는 것이었으니까….


“야! 닌 어째 엉덩이만 사진에 나오노? 살 좀 빼라 가시나야.”
“뭐라케샀노? 내 엉덩이가 사진을 살리기다 문디 가시나들아.”
“어째 니들은 맨날 싸우노?”

우리 셋의 한결같은 하모니다. 경숙인 키가 크고 곱슬머리가 심해서 늘 무심한 듯 질끈 묶은 머리스타일로 고집스러운 인상이다. 무심한 듯 묶인 그녀의 꽁지머리처럼 우리의 우정도 무심히 서로를 묶었다.
아, 엉덩이만 나온 그 가시나? 미경이다. 유독 엉덩이가 똥그랗게 솟아서 친구들에게 놀림당하곤 했지만, 그녀 특유의 넉살로 유머로 승화시켜 내는 그녀만의 순발력은 정말 경쾌했다. 그렇게 우리 셋, 키 큰 경숙, 엉덩이 큰 미경, 그리고 눈 작은 미희는 친구였다. 투닥투닥 그래서 즐거운.
미희는 나다. 이름이 너무 촌스럽다고? 하도 들어서 이젠 그러려니 한다.
장미희가 내 이름이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이름을 따라지었다고 했다. 연예인의 이름과 같아서 놀림받은 적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장미희만큼 나도 예뻤기에 '예쁜 애들의 이름은 다 이래. '하는 자부심으로 여겼다. 그러마 마음은 투박하기만 했다. 엄마를 잃고 난 후 병이 생긴 걸까. 애초에 내게 병이 있었던 것일까. 늘 마음이 스산하고 무거웠고 못나 보였다.
봄, 엉덩이가 삐져나온 사진으로 웃어댔던 우리의 계절은 여름으로 이어지며 교정 가득 더위가 물들어갔다. 그런 어느 날, 미경이 내게 스윽 내밀었다
"이게 뭔데?"
서울 가시나였던 난 부산 사투리가 여전히 익숙하지 않아 그녀에게 늘 핀잔을 듣곤 했다
"이거 내가 큰 맘먹고 내놓는 거다.”
미경이 특유의 활기찬 어투로 나를 집중시킨다.
“난, 필요 없어.”
“네가 팝을 몰라서 그런다 아이가? 일단 사서 들어봐라 쥑인다. 가시나야.”
“됐다. 고마.”
국민학교 6학년 어느 날 듀란듀란을 알게 되고 푹 빠지긴 했지만 그저 그들의 멜로디와 외모에 반했을 뿐, 팝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미경의 판매가 전혀 끌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난 미경이 판 30개 세트 팝 앤 클래식 테이프를 듣고 있다니…, 유머나 넉살이 그녀의 장점이 아니라 판매가 장점인가 보다. 아무튼 클래식에서 올드팝 그리고 최신 팝까지 다 실려 있다는 테이프를 사야 했고, 듣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가방의 가로 크기에 세로는 그 반 정도인데 모양은 제법 가죽인 듯 보이지만 실제 가죽 아닌 외곽으로 모양새를 제대로 잡으려다 만 그런 카세트테이프 모음집이 미경과의 첫 금전거래 품목이 되었다. 매달 그녀에게 5,000원씩 여섯 달 주기로 했으니까 정말 비싼 물건을 사버린 거다.
큰 금액을 주어서 그 돈 값어치를 알아야겠다는 오기로 매일 테이프를 하나씩 들어보기 시작했다. 역시, 돈을 써야 해. 끈기 없는 내가 일주일 동안 매일 음악을 들었으니까. 그러다 열정? 돈에 대한 압박이 사라지자 나는 일상으로 돌아갔고, 가죽? 가짜 가죽 음악테이프 상자는 잊혔다.
가을이 지나 어느새 겨울이 되고, 방학 동안 우린 자주 만날 수 없었다. 아니 만나지 못했다. 한 동네 살지도 않았고, 전화로 연락하기도 쉽지 않았다, 왜 우린 만나지 않았을까? 우린 서로가 필요했지만, 학교 밖 일상의 영역에선 서로가 필요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외톨이끼리 모인 친구였으니까.
2월. 시린 손 보다 더 시린 마음으로 학교에 등원하고 그 싫은 일을 해낸 우리끼리 교실에 모여 수다로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았다.
“야, 이 문디 가시나야. 돈을 왜 안내노?”
미경이 탱크와도 같은 추진력으로 내게 달려들었다.
“왜? 아니, 와?”
“서울 가시나라고 믿고 줬드만 완전 거짓부렁이 구만?”
그녀는 알 수 없는 험담을 그녀의 엉덩이 보다 더 튀어 나 온 입으로 뱉어댔다.
“지랄 마.”
경숙이 우리 둘을 떼어 놓기 전까지 난 머리체가 뜯겨나갈까 걱정했었다. 역시 경숙이다. 카리스마 짱. 그런데 사실, 그녀는 반에서 변두리에 있다. 나도, 미경이도. 우리 셋은 변두리에 있는 서로를 묶어 서로의 위로가 되었다. 미경이 너무 수다스러워서, 나는 서울 가시나라서, 경숙이는 가난해서, 그래서 우리는 반 친구들,
담임 선생님, 그보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외톨이로 여겼었다. 그래서 서로를 아껴야 했던 우리가 싸우다니, 경숙이 눈에서 불꽃이 튄다.
“고마 해라, 문디 가시나야.”

미경이 내 긴 머리칼 한 줌을 뱉었고, 난 울음을 멈췄다.
내가 사간 가짜 가죽에 싸인 테이프 값을 미경에게 안 줘서 그녀가 무척 시달렸다? 난 그 재야 미경이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았다. 그녀가 못 갚는 것에 대한 대체였던 거네….
나와 가죽케이스에 담긴 테이프의 인연은 그렇게 지리멸렬했다.


https://youtu.be/y6prflPqZr4


Love of My Life - Queen -

Love of my life you've hurt me
You've broken mh heart and now you leave me
Love of my life cna't you see
Bring it back, Bring it back
Don't take it away frome me

내 평생의 사랑, 당신은 내게 상처를 줬어요
당신은 내 마음을 부수고 이제 당신은 가버리는군요
내 평생의 사랑이여, 당신은 모르겠나요?
돌려줘요, 다시 돌려줘요
내게서 이를 앗아가 버리지 마요
왜냐면 당신은 이제 내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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