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가죽 덮개

고마워요 나의 뮤직스타 2

by 단짠

5,000원, 너무 큰돈이었다. 용돈의 반을 차지했고, 그건 나의 전 재산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난 돈을 내기 위해 고민하는 대신 그 녀석을 끌어안고 듣기 시작했다. 1번 테이프부터 한 곡 한 곡 차례대로 들었다. 마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돈이 쌓이기라도 할 것처럼 잠도 자지 않고 듣고 또 들었다.


3번 테이프 노래 중에는 스모키의 '리빙 앨리스'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너무 좋아 스모키! 나의 사춘기는 엉덩이가 유난히 튀어나온 입심 좋은 미경이의 가짜 가죽 케이스 속 카세트테이프로부터 엄청난 변화를 맞고 있었다.


"너무 좋아."


겨울 동인 방 안에서 나만의 세상에 잠식돼있었다. 마치 물속에 잠수된 듯이, 나만의 세상에 빠져 버렸고, 그 세상은 가짜 가죽 케이스와는 달리 명곡이 들려주는 찬란함으로 안내했다. 음악을 타고 내 방 너머 지구 여기저기로 여행을 다녔다.


그러나 가끔 겨울 마녀가 나타나서 여행을 악몽으로 바꾸기도 했다.


"야, 뭐 하노."


새엄마의 카랑카랑한 소리가 나를 끔찍하게 만들며 문을 연다.


"왜요. 난 안 가고 싶어요."

"고마해라. 니 때문에 내가 마 신경 쓰인다 아이가."


새엄마는 얼마나 신경 쓰이는지 증명하려는 듯 철썩, 동생의 의미를 때린다. 늘 내겐 화풀이 안 하고 동생에게 해댄다.


"알았어요. 갈게요."


얼마나 보고 싶어 했던 엄마인가, 나는 걸음이 빨라지고 심장마저 뛰기 시작한다. 새엄마 눈치가 보여서 이불속에서 뭉그적거렸을 뿐, 난 이불속에서도 엄마를 향해 두 발로 달려가고 있었다. 아버지와 새엄마, 그리고 엄마. 내가 원한 것이 아니다. 마치, 미경이가 내게 맡긴 가짜 가죽 케이스 테이프처럼 말이다. 내가 시작한 것도 아닌데 그 몫은 내가 지고 있는 것마저 똑같았다.


내가 도착한 곳은 부산에서 가장 큰 백화점 푸드 코너였다.

'엄마, 어디 있어?'

난 간절히 엄마를 찾았다. 얼굴이 하얗고 가름하고 미소가 예뻤던 엄마를 찾았다.


"미희야."


엄마다. 나를 부르는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니, 화려한 원피스를 입은 엄마가 보였다. 엄마는 내게 반칙을 했는데도 여전히 화사하게 웃고 있다. 엄마가 행복한 건 반칙이다.


"미희야, 왜 이리 살쪘어? 여자애가."

"이번에 재혼할 땐 이태리제 수조로 화장실을 꾸미려고."


엄마와 식사를 하며 엄마의 얘기만 들었다. 엄마가 나에 대해 한 얘기는 명문대 가야 해, 공부해야 해, 살 빼야 해, 여자는 예뻐야 해. 온통 해야 할 것뿐이었다.


"엄마, 나 엄마가 마음에 안 들어."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또 사라질 거니까. 내 것이 아니니까.


나의 엄마이지만 나의 엄마라 부를 수 없었던 그녀를 바라보며 한없이 슬펐다.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동생은 잘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는 서울로 올라갔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나는 길만 바라봤다. 고개를 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기둥이 휜 나무에 머리를 쿵 박으며 불현듯 깨달았다.


"뭐지? 난?"


그 순간 엄마를 버렸다. 그리고 내게 남은 건 가짜 가죽 케이스 테이프뿐. 추운 계절 동안 그 테이프 속 음악을 들었다.


"엄마, 왜 나의 엄마로 살 수 없었어요?"

"엄마, 왜 그냥 나를 보지 않아요? 엄마는 엄마가 바라는 것만 봐요! 왜 내게 요구만 해요?"


https://youtu.be/Z6qnRS36EgE


LVING NEXT DOOR TO ALICE

Sally called when she got the word
She said, 'I suppose you've heard about Alice.'
Well, I rushed to the window and I looked
outside
Well, I could hardly believe my eyes
As a big limousine rolled up into Alice's drive

샐리가 할 말이 있다고 전화를 했어요
"앨리스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었으리라 생각하는데?"
그래서 나는 창문으로 가서 바깥을 보았는데
난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어
큰 리무진이 앨리스 집으로 들어왔어요

I don't know why shie's leaving
or where she's gonna go
I guess she's got her reasons
but I just don't wanna know
Cause for twenty- four years
I've been living next door to Alice
Twenty four years, I just waitin' for a chance
To tell her how I'm feeling, maybe get a second glance
Now I've gotta get used to not living next door to Alice

나는 왜 그녀가 떠나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어떤 이유가 있을 텐데 나는 알고 싶지 않아요
왜냐면 24년간 앨리스와 이웃으로 살아왔으니까요
내 마음을 말하거나 흘깃이나마 볼 수 있는 기회를 24년간 기다렸어요
이젠 앨리스가 이웃에 살지 않은 것에 대하여 적응해야 해요

- Smokie -



사진 © stre

etart_in_germany,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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