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듬한 세상

고마워요, 나의 뮤직 스타 3

by 단짠

"뭐하니? 불 좀 붙여봐라."

"니, 담배 잘 피우네, 벌써 몇 개째고?"


미경인 경숙을 나무랐다 그러나 나는 나무랄 수가 없었다. 25년 만에 나타나서 친구 행세를 할 순 없다. 키가 큰 경숙이도 엉덩이가 큰 미경이도 눈이 작은 나도 이제 마흔이다.


"경숙아 장사는 잘 되니?"


부산 말투와 서울 말투 어떤 것도 아닌 내가 말을 건다. 경숙인 지쳐 보인다.


"가시나야. 미희야. 니는 우째 이제야 나타났노, 미경이랑 나랑 닐 음청 찾았다 아이가."

"날? 날 찾아?"

"그래, 이 가시나야. 니가 갑자기 사라지고 우린 음청 찾았재, 엽서도 마니 보내고."

"엽서?"

"우리가 닐 찾을 방법이 뭐가 있노. 라디오에 니가 들을까 심서 여러 번 보냈다 아이가."

"진짜?"

"닌 싸가지가 읎어."

아무 말도 없던 미경이가 거든다.

"야, 이 가시나야. 닌 진짜 문디 싸가지 바가지야."


잠시, 멍하게 그녀들을 바라본다. 난 그녀들과 내가 소외된 자들의 단합일 뿐이라 여겼는데, 그것 또한 나의 무수한 오해와 같은 선에 있었다.


"미안해."


25년 전 아무 말도 없이, 카세트테이프 값도 갚지 않은 채 그녀들 곁을 떠났다.

엄마가 다년간 후, 나의 삶이 겨울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아주 오랫동안.

엄마가 나를 바라보지 않는 게 뭐라고, 그렇게 의욕을 잃었을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공허함이 성능 좋은 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 듯 내 모든 가능성을 흡입해 버려서 남은 건 빈 껍데기뿐이었다. 역사 속 패잔병처럼 지냈다.


어둠을 관통하던 날들. 그 차가움을 뚫고 내 마음에 들어온 노래가 있는데, 그 찰나의 생명력이 영원을 가를 것 같은 노래가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였다. 그 노래를 들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가사를 이해하지 못해도 짐작할 수 있는 아픔 탓이었다.

'무슨 노래가 미치광이 같아. 우는 거야. 미친 거야?'


그 노래는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꽂혀왔지만, 노래와 반대로 콧수염 난 가수는 한결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보헤미안 랩소디는 엄마를 향한 나의 절규 같아서 놓칠 수가 없었다. 그때 난, 내가 외모보다 성격에 반하는 성향인 걸 눈치챘다. 미치광이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 안에서 구원을 바라는 작은 불씨 같이 흔들리는 선함을 보았기 때문일까?


단절하기 위해 그녀들을 멀리한 것이 아니다. 고개를 들고 눈을 마주치며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힘들어져 그녀들을 버렸을 뿐이다. 사랑을 받아야 하는 대상에게 사랑받지 못한 난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엄마로부터 도망치며 더 이상 괜찮은 척, 평범한 학생으로 지낼 수 없게 됐다. 엄마가 미웠고 그녀의 사랑을 받지 못한 나도 미웠다. 그날 이후 나의 세상은 비스듬해져 버렸다. 내 감정도 내 일상도 내게 다가오는 인연도 내 미래도 자꾸 미끄러져 바닥을 향했다.

Bohemian Rhapsody

Is this the real life?
Is this just fantasy?
Caught in a landslide,
No escape from reality.
Open your eyes
Look up to the skies and see,
I'm just a poor boy, I need no sympathy,
Because I'm easy come, easy go,
Little high, Litte low,
Any way the sind blows doesn't really matterto me, to me

이건 현실일까, 아니면 그저 환상일까?
산사태에 갇힌 것처럼 현실에서 벗어날 수가 없네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
나는 그냥 불쌍한 아이, 동정은 필요 없어
왜냐면 나는 쉬이 왔다가 쉬이 가는 인생, 고귀하지도 비천하지도 않으니까
어쨌든 바람은 불 테고 나에겐 중요하지 않아

-Queen -


https://youtu.be/5u2pqFnHL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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