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등을 돌리면

고마워요, 나의 뮤직 스타 5

by 단짠

"이제 조용필 가사가 와닿네."

"우리 나이가 그리 됐자너 가시나야."


우린 추억에 취하고 솔도 따라 취해갔다.


"난 이혼했고, 경숙인 노처녀 아니 골드 미스고. 넌 잘살재?"


미경이 말이 끝나자 경숙이도 미경이도 나를 쳐다본다.


"나? 안 이제 이혼하려고."


경숙이 말없이 잔을 부딪쳐 온다.


"고향 친구 찾을 땐 다 이유가 있지."


그렇다. 상실 속에 숨어 지내다 대학생이 되고 기적같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더 큰 기적으로 아이를 낳고 누구나 해야 하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대출받아 아파트를 사며 내게는 일어날 것 같지 않던 평범한 가정을 이루며 행복하게 살다가 어느 날 기적이 내게서 등을 돌리고, 내가 가진 것을 다시 잃고서야 친구가 그리워졌다. 못나게 살아낸 삶이 비난받지 않을 사이, 25년의 세월과 공간을 넘어 여전히 15살의 내 기억만을 가진 그녀들을 나는 찾아야만 했다. 다시 나로 돌아가기 위해, 15살에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아야 했다.


"가게 문 닫을 란다. 바다에 가자."


광안리에서 겨울바람이 해변을 가로질러 와 볼에 닿을 때마다 장갑 낀 손으로 볼을 감싸며 걸었다. 저 어둠 속 바다는 여전할 텐데 광안대교는 반짝거리고 고급스러운 건물이 꽉 차게 들어서 볼 때마다 화려함을 더해간다. 광안리 해변 오른쪽 한 면에 쌓아 올려진 방파제에 앉아 담임선생님 험담부터 어른이 되면 뭘 하고 싶은지를 재잘거리던 그때를 떠올리며 방파제에 앉았다. 우린 한동안 말이 없었다. 파도가 방파제에 닿아 부딪치며 우리를 각자의 세월 속으로 안내했다. 미경인 무슨 생각을 할까. 경숙은 무슨 생각을 할까. 15살의 우리는 2학년 3반의 그림자 같은 아이들이었다. 주목받을 것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어 셋이서 떠들고 셋이서 어울려야 안심이 됐었다.


"춥다 어디든 들어가자."

방파제를 내려와 해변을 걸을 때는 밤이 꽤 깊어 있었다.


"광안리는 해변을 걸어야 제맛 이재. 길은 차도 사람도 너무 많다."

"경숙아, 결혼은 안 해?"

"안 해. 밥 차려주기 싫어서 안 해."

"하지 마라. 나 23에 결혼해서 시어머니 모시고 살며 세끼 밥 차리다 지치고 눈칫밥에 지쳐서 남편 생활비 보태 주려 일 나았잖아."

"니도 이젠 밥 안 차려도 돼쟈나?"

"그치?"


미경이 특유의 실룩거리는 표정으로 경숙을 쳐다본다.


"와. 내가 이혼한 게 쌤통이가?"

"머라캐샀노 가시나가."

"어쨌든 셋 모두, 세끼 밥상은 안 차리네?"

"맞다. 맞다. 내 말이 그 말이다."

"난 세끼는 다 먹는다."


엉뚱한 미경이 다운 대답에 우리 셋은 또 웃는다.


"그래 이제 날 위해 세끼를 차리지. 맞다. 맞다."


까르르까르르 웃음소리가 광안리 해변으로 요란하게 퍼져갔다.


소녀

내 곁에만 머물러요 떠나면 안 돼요
그리움 두고 머나먼 길 그대 무지개를 찾아 올 순 없어요
노을 진 창가에 앉아 멀리 떠가는 구름을 보며
찾고 싶은 옛 생각들 하늘에 그려요
음~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속에 그대 외로워 울지만
나항상 그대 곁에 머물겠어요.
떠나지 않아요

노을 진 창가에 앉아
멀리 떠가는 구름을 보며
찾고 싶은 옛 생각들 하늘에 그려요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속에
그대 외로워 울지만
나 항상 그대 곁에 머물겠어요
떠나지 않아요

-이문세-

https://youtu.be/-IRDgw1YgxM


사진 © kinkate,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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