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악연이 되는 우리 모두의 사연

고마워요, 나의 뮤직 스타 6

by 단짠

카페 IN은 뽀얀 불빛을 드러내고 그 세련된 간판에 끌려 들어갔다. 광안리 해변의 요란한 움직임과는 달리 IN은 한적해서 편안하게 받아들여졌다. 우린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광안리 해변의 겨울바람도 꽤 찼었나 보다 우린 편안한 자리에 앉은 안도감으로 의자 깊숙이 등을 품어댔다. 그 아늑함이 우리의 마음을 녹였을까. 미경이가 먼저 속을 풀어놓는다.


“동네 오빠잖어. 맨날 보다 보니 정도 들고 애도 생기고 머 결혼했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한?”


경숙이 미경의 남편이었던 사람을 아는 듯 물었다.


“그렇지, 만날 붙어 있었자너.”


미경의 이야기는 길지만 간단했다. 인연이 악연이 되는 우리 모두의 사연이니까. 내게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짜 가죽으로 된 카세트테이프를 팔게 한 그 오빠가 미경의 동네 오빠였다가 남편이 된 거였다. 미경은 늘 그 오빠와 함께 생활했고 어느 날 임신을 하게 되자 바로 혼인신고를 했는데, 홀 아들을 키워 온 시어머니는 텃새를 낼 이유 없는데, 본인만 그 사실을 모르고 텃세를 부려대며 미경을 구박했다고 한다.

'삼시 세 끼를 늘 새로 지은 밥을 해라.'

그건 미경이가 참을 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녀를 지치게 한 것은 대한민국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티브이를 끄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공통 메시지가 온 국민에게 통했던 시절에 보란 듯이 신혼부부 방에서 같이 누워 있거나, 홀어머니 방으로 아들을 불러 같이 자며 부부를 떼어 놓았다. 누구에게도 보람 없는 짓을 해댔다고 한다. 그래서 미경은 신랑을 시어머니와 공유하며 가정부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삶이 되어 버렸다고 했다. 어느새 남편도 아내를 멀리하고 밖으로 돌며 다른 여자들에게서 여인의 품을 즐기기 시작했고 미경은 그 특유의 하이톤과 엉덩이의 볼록함을 잊어버리고 실룩거림만 가지게 되었고, 티브이 프로가 끝나고 나오는 애국가를 그녀 혼자 보다가 잠들었다고 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길지 않아도 아주 길고 아프게 들렸다.


“내는 그저 잘 살려고 했다. 시어매 한 테 잘하면 되는 줄 알고 잘 했드만. 남편이란 놈이 밖으로 돌고, 돈을 못 벌어 와서 돈을 벌어 보태면 될까 했드만. 지가 사기꾼 데려다 일을 키우데? 이래도 저래도 잘해보려고만 했는데, 남편이란 놈이 '니가 진 빚 니가 책임지라' 이 말만 하고 이혼 청구하는 거라.”


훌쩍거리기 시작하는 미경이를 따라서 그녀의 온몸이 실룩거렸다. 온몸으로 우는 미경이다. 얼마나 아팠으면. 그녀의 볼록 솟은 엉덩이가 위아래로 들썩이며 어깨랑 같이 울먹이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경숙과 나는 아무 말도 이어갈 수가 없었다.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그녀의 들썩임도 잦아들었으나 미경이의 입술은 떨리고 있었다.


“미경아, 넌 잘 못한 게 없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잖아.”


미경의 어깨에 손을 얹는 것밖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미경의 나직한 말속에 스며든 억울함과 상실감이 짙고 강하게 내 안으로 울려 퍼졌다. 그 나쁜 새끼와 그 나쁜 새끼를 키운 엄마라는 여자는 왜 귀한 한 삶에 못되게 군거야? 하긴, 모든 인간이 모든 인간에게 못되게 굴며 살아가지만..., 그게 문제인 것도 모른 채 일어나는 무지한 잔인함에 비해 인간은 얼마나 무기력한가.


'미경아 너의 잘못이 아니야' 미경의 얘기가 끝나고 무슨 말도 이어갈 수 없었던 우리는 그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창밖 너머 복잡한 차림새의 노인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 할머니가 너무 강렬하게 클로즈업돼서 다가와서 당황스러웠다.


“야, 미희야 머하노?”

“응?”

“몇 번을 불렀냐. 미경이가 자기 억울하다고 같이 싸우러 가쟀잖아?”

“이제 와서?”

“이 싸가지 넌 얄미운 거 여전해.”


미경의 투덜거림에도 내 눈은 그 할머니를 쫓고 있었다. 누추하고 복잡한 행색에 어울리게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뒤쫓고 있었다. 이제 보니 할머니는 커다란 보따리 모양의 짐을 들고 있었다. 자그마한 몸을 비틀거리게 만드는 크기의 보따리는 무게도 제법 있어 보였다. '뭐지? 저 할머니는?' 눈길에 마음이 머물러 자꾸만 할머니를 향한다.


“야, 가시나야 니 얘기 좀 하라고!”


경숙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너무 놀란 내가 미경과 경숙을 번갈아 본다.


“아, 미안 어떤 할머니가 너무 특이해서 보고 있었어.”

“니 얘길 해보라고, 25년 만에 나타났음 니 야글 좀 해봐 어찌 살았는지 아가 있다고?”

“응 딸 둘이 있어.”

“이 가시나는 만날 야그가 짧아. 낸 머가 되노. 나만 또 구구절절했다. 기집애 확 마….”

“미안, 말 안 하는 게 아니고, 아직 마음 정리가 안 돼서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

"무슨 일인데? 표정이 심상치 않네."

"내가 바람을 피웠어. 그래서 이혼해.”


내가 피해자일 거라고 짐작한 친구들은 침묵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듯 멈춘 시선으로 날 바라봤다.


“문디 지랄하네.”


경숙이 남아있던 커피를 벌컥 마시더니 내뱉는다.


언젠간 고백해야 한다. 가해자인 나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분명 피해자인 나에 대해서도…. 다시 창밖을 본다. 뒤통수가 시려 오더니, 창밖에 느닷없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https://youtu.be/3JWTaaS7LdU

I will always love you

If I should stay
I would only be in your way
So, I'll goBut I know
I'll think of you every step of the way
And I will always love you, oohh
I will always love you
...
I hope life treats you kind
And I hope you have all you've dreamded of
And I wish to you joy and happiness
...
제가 당신 곁에 있다면, 전 당신의 길을 막을 뿐이죠
그래서 떠나려해요, 하지만 알고 있죠
떠나는 길에도 걸음마다 당신만을 생각할거라 사실을
그리고 전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 겁니다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거예요
...
당신의 인생이 당신에게 친절하길 바라요
당신에게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요

- Whitney Houston -

사진 © simonshim,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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