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일찍 일어나는 자가 셀러리 주스를 마시리니
2024년의 업적(?)으로 ‘매일 아침 공복에 셀러리 주스 마심‘을 들어볼까 한다. 1월 1일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도 꾸준히 잘 지키는 중인데, 이 정도면 올해의 업적으로 충분하다는 내부 결재가 났기에 자신 있게(?) 글을 쓴다.
셀러리 주스를 마시게 된 경위는 늘 그렇듯 — 모든 불분명한 정보의 출처인 — 유튜브 세상을 떠돌다가 보게 된 한 영상 때문이었다. 평소 건강한 음식이나 요리에 관심이 많던 나를 타깃으로 ‘염증에는 셀러리 주스가 직빵!’이라는 자극적인 썸네일의 동영상이 뜨고야 만 것이다. 그 영상은 앤서니 윌리엄 박사의 ’셀러리 주스‘라는 책을 기반으로 셀러리 주스의 다양한 장점을 입이 마르도록 읊고 있었다. 홀린 듯 책까지 찾아보았는데, 부제가 심지어 ‘신이 알려준 허브 주스’란다. 책 소개 문구만 보자면 셀러리 주스는 이미 만병통치약이었다.
<책 소개>
만성질환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희망이 된 셀러리 주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베스트셀러
(#다발성 경화증 1위, #류머티즘성 질환 1위, #건선 2위)
실베스터 스탤론, 미란다 커, 기네스 팰트로, 노박 조코비치, 가브리엘 번스타인 등 셀러리 주스 효과를 경험한 각계각층 인사 53명 강력 추천!
오늘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셀러리 주스로 치유되고 있다. ‘정말? 셀러리 주스로?’
정말이다.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셀러리 주스가 그렇다는 말이다. 셀러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어마어마한 허브이다. 마트 선반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자신의 때가 도래하기를, 그래서 자신이 해야 할 그 일을 할 수 있기를 끈질기게 기다려온 그 기적의 이름이 셀러리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왜 그런지 완벽하게 알게 될 것이다.
위의 책 소개를 읽고서 무슨 생각이 드는가. 내 경우, 냅다 박수를 치며 ‘앞으로는 유레카 대신 셀러리를 외쳐야겠다!’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실상 정 반대의 반응이었다. ‘이러면 아플 때마다 셀러리 주스를 마시지, 병원은 왜 있어.’ 얼마쯤 ‘쳇’하고 입을 삐죽였던 것도 같다. 그렇게 반신반의했건만, 호옥시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지치지도 않고 고개를 든다. 오죽 좋으면 이토록 찬양을 하고 책까지 써냈을까 싶어진 거다.
마침 엄마가 염증성 질환인 류머티즘으로 꽤 오랫동안 고생을 하고 계셨고, 약 용량이 점점 증대되어 걱정이 큰 무렵이었다. 나는 어쩌면 셀러리 주스엔 마법 같은 효능이 있다고 내심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속는 셈 치고 셀러리 구매 버튼을 눌렀다. 이로써 염증이 조금이라도 잡히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설령 드라마틱한 효과가 없어도 셀러리를 먹어서 딱히 손해 볼 것은 없으니까. ‘그래, 2024년은 어디 한 번 매일 셀러리 주스 마셔본다, 내가!’ 그렇게 충동적이면서 이상하게 결연한 ‘주스 마시기 루틴‘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말이다. 엄마 때문에 시작해 놓고는 어찌 된 영문인지 정작 효과를 많이 본 것은 내 쪽이었다. 한 달 정도 주스를 마신 무렵 알았다. 곧잘 올라오던 뾰루지가 별로 올라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면 엄마의 류머티즘 증세는 조금 나아지는가 싶더만 말짱 도루묵이 됐다. 염증 수치는 쉬이 잡히지 않았고 아침이면 생기는 통증도 여전했다. 엄마의 류머티즘은 셀러리 주스 한 컵으로 뿌리 뽑을 수 없는 단단한 녀석인 듯했다. 그래도 혹시 더 마셔봐야 알 수도 있으니 일단은 마시기를 멈추지 않기로 한다.
매일 녹즙을 내리는 내게도 나름의 철칙(?)이 있으니 다름 아닌 ’당일 착즙.‘ 사실 한 번 녹즙을 내릴 때 왕창 짜두는 게 훨씬 편하다. 이참에 대량 생산과 소분 판매를 원칙으로 하는 기업 정신을 백번 이해하게 되었다. 착즙기를 조립하고, 셀러리를 씻고 자르고, 착즙을 하고, 분해해서 세척하는 일은 사실 매우 귀찮다. 한 번에 많이 만들면 여러 절차를 생략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왕이면 가장 신선한 것을 마시자는 마음, 그 마음 하나가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덕분에 아침이 부산스럽다. 별 수 없다. 부지런을 떤 덕분에 효과도 보았으니 군말은 않기로 한다. 아울러 여기저기 셀러리 주스가 좋다고 소문을 내고 다니는 일까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매일 아침 나도 한 컵, 엄마도 한 컵. “땡큐, 딸~.” 새침한 엄마의 목소리가 낭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