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은 못하더라도 재미난 꿈이라도 꾸면 좋으련만, 잠이 안 와서 전자기기의 화면을 보다가 어느덧 해가 밝아오는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과거 속의 어떤 기억의 파편들, 낮에 겪은 일들이 왜 한밤중에는 그렇게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지, 야속할 때도 많다. 그런데 경험상, 꿈은 정말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곤 한다.
오늘은 위와 같이 잠잘 때 꾸는 꿈 말고 '꿈'이란 단어 속의 여러 의미들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꿈'의 사전적 의미를 검색하면 세 가지 의미가 나온다.
1.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2.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3.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
성인이 되고 나서 집단 심리상담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넓은 도화지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꿈과 목표 몇 가지를 써보라고 하셨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만 해도 그러한 것에 대해 쓰는 것은 즐겁기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여간 다르게 느껴졌다.
내가 그것을 꿈꿔도 될까?
질문하게 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쓴 것을 보니 다양하고 흥미로웠지만 제대로 쓰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다. 모두가 서로에게 손뼉 칠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혹시 다른 사람이 우습게 여기지는 않을까, 너무 현실성이 없는 것일까, 또는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다 등 자신도 모르게 일종의 자기 검열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사실이 한편으론 슬프게 느껴졌다.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쓰기엔 우리가 이젠 너무 커버린 것일까?
나 또한 선뜻 구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직업을 적어 넣지 못하였다.
내가 하고자 하는 직업은 배우였다.
'배우'가 되어있을 누구입니다.
현재 저는 '배우'입니다.
그 말이 참 하기 힘들었다.
어느 작품에 나왔어요?
'배우'라는 말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시선에선 항상 그 말이 따라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노력해 온 순간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읽었지만 답장은 오지 않는 수천통의 메일.
비 오는 날, 힘들게 프로필을 인쇄해서 갔으나 전해주지 못했던 프로필.
코로나로 인한 대면 오디션 취소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서류에서부터 탈락한 수많은 오디션.
분명 출연했지만 대사가 없어 얼굴만 나온 작품들.
주변의 반대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이라는 벽 앞에서 좌절한 순간들이 있었다.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이보다 많은 고민거리가 생길 것이다.
내 직업이 내 꿈이 되어야 할까?
좋아하지 않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할까?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일이 다른 것일까?
내가 잘하는 일이 무엇일까?
내가 생각한 '꿈'의 정의는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그런 물음을 던져보았다.
부모님도 어린 시절에 꾸었던 꿈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낳고 기르면서 꿈의 방향이 바뀌거나 그 자체가 희미해졌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부모님의 '꿈'이 되었을지도.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사실, 이미 세상에 태어났으므로 그냥 살아야 하니까 사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또는 본인의 생계를 위해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 그래서 '꿈'이라는 단어는 누군가에게는 사전적 의미 중 3번(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처럼 그저 막연하고 배부른 소리라고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 사실이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