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instory Dec 07. 2023

아기 낳으면 혼혈이라 너무 이쁘겠다

아직 아기는 없지만 미리 감사합니다

우리는 웅진 코웨이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고 있다. 

코웨이 담당 아주머니께서 항상 정기적으로 방문하셔서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점검을 해주신다. 그리고 항상은 아니지만 비교적 자주 내 아내에게 말씀하시는 것이 있다. 바로 아이 이야기이다.


"아이고 혼혈 애기들이 엄청 귀여운데 아기 아직 없어요?"
"네...ㅎㅎ 아직 없어요"
"낳으면 너무 귀엽겠다 키즈모델 해야 될 거 같아요"


혼혈은 잘생기고 이쁘다?

국내에는 많은 혼혈 스타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가수 전소미 (캐나다, 네덜란드 이중국적을 보유한 캐나다 출신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다니엘 해니 (영국계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계 미국인 어머니), 줄리엔 강 (한국인 아버지와 프랑스계 캐나다인 어머니) 그리고 윤미래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등이 있다. 

< 대표적인 혼혈 가수 전소미>

이렇게 모델 이미지의 연예인들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큰 눈을 가진 아기들의 귀여움이 아마 혼혈 애기들은 귀엽다는 말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에서 열리는 패션 위크에 방문해 보면, 수많은 키즈모델들이 줄을 서 있다. 어린 나이에 나름 포즈를 취하며 서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도 귀여운데, 그중 당연 혼혈 아이들이 눈에 띈다. 아내가 관련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어 패션 위크에 가게 되었는데, 함께 구경을 하며 '우리 아이도 언젠가 저렇게 키즈모델이 될까'라는 얘기를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아내는 아이가 재미있어하면 시킬 의향이 있다고 한다. 나는 깊게 생각은 안 해봤지만 아내가 그렇다고 하니 그렇게 할 것 같다. 


그래서인가, 코웨이 아주머니뿐만 아니라 우리 집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 그리고 내가 국제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기 얘기는 꼭 빼지 않고 하는 편이다. 아마 '유튜브 하면 되겠다' 다음으로 많이 듣는 말이 '아기 낳으면 키즈모델 (혹은 키즈유튜브) 하면 되겠다' 일 것이다. 


육아에 대한 고민

우리 부부는 결혼 4년 차이지만 아직 아이를 가지지는 않았다. 연애를 하던 시절에는 서로 '아이는 3명이 딱 적당할 것 같아'라고 얘기했지만 아직까지 계획은 없다.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저출산 시대에 많은 젊은 부부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직 아이는 없기에 너무 앞선 걱정일 수도 있지만 사실 현실적인 고민에 더해 국제부부로서의 고민이 더해진다. 그중 가장 큰 걱정은 바로 혼혈아이이기에 자라면서 받을 수 있는 상처인 것 같다. 


위에 언급한 가수 전소미 역시 최근 모 방송에서 자라오면서 한국에서 겪었던 인종차별로 인해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에게 '한국애처럼 보이게 성형시켜 달라'라고 했을 정도라고 한다. 내가 그냥 나로 살아가는데 태어난 인종이 다르다고 받는 차별은 정말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내 아이가 이 상처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두렵다. 이론적으로는 어떻게 아이에게 말하고 대처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실제론 너무나도 어렵다는 것을 어렴풋이 잘 알고 있다. 혼혈로서 살아가는 인생은 내가 모르는 인생이기에, 그리고 이것이 내 아이에 대한 일이기에 더 많은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에서 내가 직접 겪었던 인종차별은 사실 방송에 나오는 스토리들만큼 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겪었던 일부 경험들은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쉽게 아물지는 않는다. 여기서 나오는 막연한 두려움이 아마 앞선 걱정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글을 쓰다 보니 '내가 겪은 경험을 아이에게 투영해서는 안된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아직 아이를 가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내 경험을 투영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 반드시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그 외에도 끝도 없는 고민과 걱정이 이어지지만 주변에 이미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분들은 항상 "생각해 봐야 아무 의미 없고, 아이가 생기면 너무나도 힘들지만 너무나도 행복하다"라고 한다.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와 내 아내는 아이를 포함한 가족을 꾸리고 싶어 한다. 언젠가 우리의 인생에 방문할 가장 귀한 손님인 아이야, 네가 우리를 만난 게 너의 인생에서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Note

러시아 여성과의 결혼생활 시리즈

결혼생활 속에서 겪은 많은 에피소드 들을 글로 담아보고 있습니다. 


이전글 보기

1. Intro. 나는 러시아 여자와 결혼했다.

2. 01. 러시아 여성이라는 타이틀

3. 02. 푸틴... 그리고 전쟁... 우리도 몰라요

4. 03. 이야~ 이제 산도 글로벌 하네!

5. 04. 외국인 아내를 둔 책임감

6. 05. 저희 유튜브 안 해요 (아직은...)

7. 06. 대화가 안 통하는 러시아 처갓집

8. 07. 장인어른이 소련군 대령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인어른이 소련군 대령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