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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의 재활,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웠다

뇌경색 재활하기 2년간의 기록 요약

by 리안천인

(뇌경색 발병 731일, 2년째 되는 날의 기록)


뇌경색이 발병한 지 만 2년이 되었다. 그동안 몸도 마음도 늘 힘들었지만 이 모든 것이 인생의 흘러가는 과정일 뿐이라 생각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재활 노력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편마비를 겪었던 왼쪽 팔다리에는 아직도 감각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고, 자유롭게 걸을 수 없는 후유증이 남았다.


그렇지만 뇌신경내과 정기 검사뿐만 아니라 근력운동, 방문 재활훈련과 한방 침치료 등의 치료와 재활 훈련은 계속하고 있다. '걷지 않으면 영영 걸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매일매일 근력 운동을 하고, 걷고 또 걷는다. 이런 노력의 성과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을 것을 잘 알고는 있다. 그렇지만, 5년이 지나고 또 10년이 지나도 걸을 수 있고, 또 조금이라고 더 잘 걷기 위해서 재활 노력을 계속한다.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자.

늘 天仁을 지켜 주시는 수호신이 계신다.

등산화를 신고 집 현관을 나서기 위해 등산 배낭을 집었을 때 배낭 속의 호루라기가 손에 잡혔다. 그 호루라기를 멜빵 앞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인적 드문 산길에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호루라기를 꺼내 불어서 도움을 구할 수 있었다. 왼쪽이 낭떠러지인 좁은 길에서 쓰러졌을 때 왼쪽팔다리에 편마비가 왔음에도 낭떠러지가 아닌 오른쪽 능선으로 쓰러졌기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만약 산행에 나서지 않았고, 아내도 없는 집에서 홀로 뇌경색을 맞이했더라면 분명히 훨씬 더 치명적인 결과가 남았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天仁을 지켜 주시는 수호신이 계시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발병 1개월 전쯤 점심 식사 후 긴자거리를 산보했을 때 숨이 가쁘고 답답함을 느꼈지만, 뇌경색의 전조 증상임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 달 내내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땀으로 팬티까지 젖도록 매일 7km씩이나 뛰었다. 건강에 대한 과신이었다. 결과론이지만, 그렇게 더웠을 때 마라톤을 중단했더라면 어땠을까? 숨이 가빴을 그때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받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쓰러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재활병원을 퇴원하고 바로 업무에 복귀했던 일도 너무 아쉬운 판단이었다. 발병 직후 전혀 움직이지 못했던 왼쪽 팔다리 편마비가 재활병원에서 치료한 후 많이 좋아지자 퇴원 후에도 같은 속도로 더 좋아질 것으로 착각을 했던 모양이다. 그때 바로 요양을 했거나 한국으로 돌아가 침치료를 받았더라면 후유증이 지금 보다 훨씬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어 아쉽다.


또 하나, 줄기세포 치료를 받아보지 못했던 것도 너무 아쉽다. 발병 1년 반이 더 지난 뒤인 올해 5월에 줄기세포 치료로 요통과 관절의 통증이 완치되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天仁은 이미 발병 후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기 때문에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워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킬레이션 치료를 받았던 기타아오야마 d 클리닉에서도 줄기세포 치료를 하고 있지만, 아보(阿保義久) 원장께서 줄기세포 치료를 권해 주지 않으셨던 것도 못내 아쉽다. 일본에서는 과잉진료는커녕 병원에서 먼저 고가의 치료를 권하지 않고, 대부분 환자가 원하는 치료를 우선한다. 그런 일본 병원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못내 아쉽다. 6백만 엔(한화 약 6천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치료비 때문에 굳이 추천하지 않으셨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2년 동안 지출한 의료비가 이미 그 이상이고, 남은 후유증과 앞으로 지출해야 할 의료비와 다른 로스까지 생각하면 줄기 세포 치료를 받아보지 못했던 것은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10년 뒤에 더 잘 걷기 위해

정기 검진, 재활훈련과 함께 식이요법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 3대 영양소를 적정량 섭취하려고 노력한다. 매일 세끼 식사와 힘께 아보카도 1개, 올리브 오일 1스푼, 낫토 40g 1개, 삶은 계란 1개, 등 푸른 생선 1마리, 토마토 2개, 견과류 한 줌 등을 먹고 있다.

뇌신경내과 정기 검진 외에도 매주 월, 목요일은 방문 재활훈련을 하고, 다음날인 화, 금요일은 경락 침치료를 받아 재활훈련으로 생긴 뭉친 곳을 풀어주고 있다. 왼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걸을 때 오른발을 쿵쿵 내딛게 되면서 왼쪽 다리 못지않게 오른쪽 발목과 종아리가 늘 뭉치고 아프다. 그래서 주 1회 지압 마사지도 받는다. 월요일과 주말에는 수영장에서 물속 걷기를 한다.


모든 것은 내가 만든 연기(緣起)의 결과


뇌경색이 온 것을 원망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내가 만든 결과물이니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잘 걸을 수는 없지만, 정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 잘 볼 수도 있고, 말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다. 재활의지를 가지고 있고, 노력을 계속하고 있기에 1년이 지나고, 또 10년이 지났을 때는 지금보다 더 가볍고 씩씩하게 잘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 조금 더 상세한 기록과 天仁이 느꼈던 점들을 사진 아래에 남깁니다. 부족한 기록이지만, 이 포스팅이 재활 중인 뇌졸중 환우나 가족분들, 뇌졸중 예방에 관심이 있으신 독자 여러분들께 조금이라고 참고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뇌졸중 환우 여러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도드립니다.



입원했던 고탄다(五反田)재활병원 재활치료실 입구의 안내 표지


(발병과 2년간의 주요 치료 경과 요약)


* 발병: ‘23.9.18 09:30 산행 중 해발 670m의 다카오산 고보도케시로야마(小仏城山) 정상 부근에서 쓰러졌다. 넘어질 때는 뱀이 등을 휘감는 느낌이었다. 쓰러지는 순간에는 땅이 솟구쳐 올라오는 것 같아서 큰 지진이 난 줄 알았다.


* 후송: '23.9.18 14:00(D+4시간 30분) 119 구급차로 국립재해의료센터에 후송되었다. CT와 MRI 검사 결과 '우전두엽 아테롬혈전성 뇌경색'으로 진단받았다. 다행히 골든 타임 내에 병원에 도착했기에 수술 없이 약물 tPA로 혈전을 녹이는 처치를 받았다. 안면 우측과 좌측 팔다리는 편마비로 감각이 없었다. 상체보다는 발과 다리 등 하체의 마비가 심했고, 자력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 급성기 재활훈련: '23.9.21(D+ 3일) 뇌신경과 병동 집중치료실로 옮겨서 하루를 더 보낸 후 일반병실로 옮겼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데도 天仁의 의지와 관계없이 팔다리가 움직이는 외계인손 증후군도 수시로 나타났다. 왼쪽 코어근육에 감각이 없는 심부(深部) 마비로 혼자서는 앉지 못했고, 부축을 받아서 앉더라도 곧 7시 방향으로 쓰러졌다. 재활 훈련은 병실 침대에서 체중을 1시 방향으로 보내면서 앉는 것부터 시작했다. 10일쯤 후에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 앉을 수 있었다. 병실 내에 있는 화장실에 갈 수 있었고, 2층에 있는 재활치료실에서 재활 치료를 받을 수도 있었다.


* 전원(轉院): '23.10.10 고탄다(五反田) 재활병원으로 전원한 후 '23.12.11 재활병원을 퇴원했다. 퇴원 후에는 일상에 복귀하여 오전에는 재활훈련과 병원치료를 받고 오후에는 전철로 사무실에 출근했다.


* 개호보험: '23.10.11. 개호보험 심사 결과 ‘24. 10월까지 유효기간 1년의 개호보험 '요개호 2'를 인증받았다. '24.10.23 재심사로 '29.10월까지 4년간 '요개호 2'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요개호 2는 7단계의 중등도 중 상위 4번째로 일상생활에 개호가 필요하여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 환자’ 임을 의미한다. 요개호 2는 대상 의료비용의 10%를 본인이 부담하여 방문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고 병원용 침대 렌털, 요양원 입소 등이 가능하다.


* 킬레이션 치료: '23.12.15~'24.10.7 기타 아오야마(北青山) D클리닉에서 2주에 1회씩 총 20회 킬레이션 치료를 받았다. 킬레이션은 EDTA와 비타민 등의 약물을 혼합한 수액을 정맥에 주사하는 치료다. 혈액 내의 중금속, 지방, 동맥 경화 물질을 제거하여 혈관을 깨끗하게 하고, 작은 모세혈관에 까지 혈액 흐름을 개선해 동맥경화를 개선해 준다는 임상 결과가 있어서 투여받게 되었다.


* ‘24.6월(D+9개월): 단기 기억력이 떨어졌다. 오후가 되면 마비 측 왼쪽 다리가 무겁고, 힘이 들어가지 않아 걷기가 어렵고 후들거렸다.


* '24. 7월: 방한하여 1개월간 부산에서 침치료를 받으며 해운대,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맨발 걷기를 했다. 몸의 피로감이 줄었고, 걸음걸이가 많이 좋아졌다.


* ‘24.12월(D+13개월): 도쿄 집부근의 접골원에서 나가노(永野) 선생께 주 2회 사암침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치료방법이 없다고 처방 없이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셨지만, 나가노 선생의 침치료 약 3개월 후 외계인손 증후군과 단기 기억감퇴 증상이 많이 개선되었다.


*'25.3월(D+1년 6개월) 몸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고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업무에 임할 욕심으로 서울, 현풍, 시가현(滋賀県)등에 출장을 다녀왔다. 그 이후에 걷기 어려울 정도로 걸음걸이가 다시 나빠졌다.


*‘25.6월(D+1년 8개월) 숨 가쁨, 심장 두근거림이 심해져서 심장카테터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심장의 관상동맥 2곳이 각각 50%, 25% 좁아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텐트 시술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진단으로 경과를 지켜본 뒤 12월에 다시 검사를 받기로 했다.


*‘25.6.13(D+1년 8개월)~ ’마운자로‘ 투여를 시작했다. GIP와 GLP-1에 동시 작용하는 유사체인 마운자로는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로 출시되었는데, 심혈관 개선 효과가 있다는 임상보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 병원 임상결과를 참고하고, 처방 병원의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여 심장 대사 위험 요인 개선, 좁아진 심장 관상동맥의 원상회복을 위해 주 1회 투여하고 있다.


* ‘25. 7월(D+1년 9개월) 소백산 희방사 템플스테이, 제주도 열흘살기1개월간 한국살이를 했다.


* ‘25. 8월(D+1년 10개월)~ 연일 37℃의 재해급 더위로 1km 떨어진 헬스장에 가기 어려웠다. 주 3회 집 근처 수영장에서 물속 걷기로 근력운동을 대체했다.


* '25.9월(D+1년 11개월): 1년 전으로 회귀? 다시 걷기가 어려워졌다. 마비 측인 왼쪽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고, 밸런스가 무너지며 들어 올리기 어렵다. 다리의 근육보다는 왼쪽 코어근육의 감각 장애가 원인으로 판단하고, 오른발로 서서 왼쪽 다리를 천천히 올리고 내리는 내복사근 강화 운동을 시작했다.


(힘이 되어준 격려의 말과 책들)

어렵고 힘들 때 진심 어린 한마디 격려와 조언은 큰 힘이 된다. 힘들 때 병에 대한 지식과 함께 희망을 주던 40여 권의 책들도 재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 그래도 나는 운이 좋아

초등학교 친구의 문자였다. 급성기 병원 집중치료실에서 영영 걷기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며 절망하고 있었을 때 받았기에 더 많은 도움이 되었다. "투병이라는 말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 나도 큰 병을 앓았지만 잘 극복했어. 그래도 나는 운이 좋아라고 생각하며 병과 싸우려 하지 말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힘든 과정을 견디어 내길 바래"라는 조언을 보내왔다. 덕분에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 노력하면서 마음의 안정도 찾았고, 재활에도 많은 성과가 있었다.

* 《움직임의 요령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動きのコツを教えます)》

급성기 병원 입원 때 읽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근육이 아니라 뇌(脳)에 있다'라고 하는 뇌경색 재활의 원리를 알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덕분에 '재활은 단순히 근력을 키우는 훈련이 아니라 마비된 감각을 되살리며, 새 뇌세포가 운동방법을 기억하도록 해 나가는 작업'임을 알게 되었고 재활훈련에 적용해 왔다. 덕분에 '일상생활에서 마비 측 팔다리를 사용하기, '무턱대고 움직일 것이 아니라 만지는 감각, 움직이는 감각을 등 느끼는 감각을 의식하고 느끼며 행동하기', '뇌가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반복 훈련하기', ‘빠른 움직임’으로는 신체의 감각을 의식하기 어려우니 ‘천천히 움직여서 약하게 자극’ 하기' 등의 요령을 실천했다.(이쿠노 다츠야(生野達也) 저)


* 《이제야 이해되는 금강경(Diamond Sutra)》

가슴이 뜨거워지고, 마치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것 같은 큰 감동을 받았다. 한국에서 한달살이를 하던 중 제주도로 이동하던 김포공항의 서점에서 만났다. 금강경은 ‘금강과 같이 단단한 지혜로 번뇌를 자르는 경’이라는 뜻이다. 금강경은 대한불교조계종이 근간 철학으로 삼고 있는 소의경전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원문을 2백 번 정도 읽었다. 금강경은 인간의 존재와 자유롭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가르침을 준다. 불교 신자에 대한 가르침을 넘어 모든 인간에게 가르침을 주는 인생의 철학서라고 생각된다. 경전의 원문이 한자 5천 자 밖에 되지 않는데도 의미를 다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원영스님의 해설서는 쉽고 재미도 있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이과, 문과를 모두 공부해 비교적 이해력이 있고, 책의 내용을 요약하기 잘한다고 생각하는 天仁에게도 금강경은 간단하지 않았다. 아마 경전 속에 함축된 내용이 많고 그 깊이가 매우 깊기 때문이 아닌가 쉽다.


금강경의 핵심은 불취어상(不取於相), 즉 '상(相)'을 내지 말라는 것이다. 상이 무엇인가? 원영스님은 상이 '모양 상相'을 쓰지만, ‘생각 상想’에 더 가까운 뜻이라고 설명한다. 상이란 ‘나’라는 생각,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나 형상, 선입견, 자기만의 고집이다. 그러니 그 상에 집착하면 진실을 볼 수 없게 된다.

상을 내지 말고 다 내려놓으라면 노력할 필요도 없고, 대충 살면 된다는 뜻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열심히 일하고 돈도 벌어야 된다. 상을 내지 말라고 하는 것은 "고정된 실체에 집착하지 말라, 즉, 결과나 과정, 혹은 특정 대상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마음을 두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사람의 겉모습이나 선입관, 내 생각에 매이지 말고 그 순간의 진짜 의미"를 바라보야야 한다. 상의 실체가 없음을 깨달아 그 어디에도 집착하지 말아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내라고도 한다. "우리가 집착하고 있는 것들- 돈, 명예, 성공, 분노도 결국 꿈처럼 사라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모든 것은 인연에 따라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것, 공空이고, 연기緣起라고 생각하면 삶이 더 자유롭게 느껴진다.


'과거심 불가득, 현재심 불가득, 미래심 불가득(過去心不可得, 現在心不可得, 未來心不可得)'도 가슴에 와닿는 문구 중의 하나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현재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기대를 떨쳐내라는 말씀이다. '과거는 지나간 현재,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현재', 그래서 과거와 미래도 현재가 기반이 된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겨야 되는 이유다.


* 위에 요약한 책들 이외에도 재활에 도움이 된 책들이 많다. 특히, 야마다 사토루(山田悟) 의사의 《당질제한의 진실, 糖質制限の真実 日本人を救う革命的食事》, 사카네나오키(坂根直樹) 교수의 《내방지방이 저절로 빠지는 식사법(無理をしなくても 内臓脂肪がみるみる落ちる食べ方大全)》, 야노 히로유키 (矢野 宏行) 선생의 《7일 만에 저절로 혈당치가 내려가는 굉장한 방법(ミスター血糖値が教える 7日間でひとりでに血糖値が下がるすごい方法) 》 등도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적정 체중을 유지하며 혈압과 당을 관리하여 재발방지를 위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NHK출판사의 《뇌경색 재발 방지, 脳梗塞の再発を防ぐ》 는 전빈적인 뇌경색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 로버트 A. 에몬스의 《감사의 심리학》, 스콧 앨런의 《감사의 습관(Empower your Gratiutude)》 등도 모든 사소하고 당연한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해 준 고마운 책들이다.


평범한 일상 속 삶의 가치의 소중함

걸을 수 있고, 뛸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건강할 때는 알지 못했다. 뇌경색이 지난 2년 동안 정상적인 생활을 모두 앗아 가 버리자 비로소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이 정도라도 움직이고 걸을 수 있음에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뇌졸중과 고혈압

급성기 병원에서 어느 정도 진정이 된 후 처방해 주시는 약을 살펴보니 발병 전에 먹던 고혈압 약이 없었다. 주치의 선생께 여쭈었더니 “혈압이 정상인데 왜 고혈압약을 먹어야 하나요?”라고 반문했다. 가족력도 있기에 혈압약은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이후 지금도 고혈압약은 먹지 않고, 혈압은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고혈압 약을 먹지 않고도 혈압이 정상으로 유지되는 것은 적정한 체중 관리와 금주의 효과가 아닌가 한다.

발병 후에 주의 깊게 관리하고 있는 것은 '체질량 지수(BMI, Body Mass Index, 체중÷키 m÷키 m)'다. 서울의 사무실 부근 헬스클럽 센터원 웰니스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을 했을 때만 해도 몰랐지만, 적정한 체중으로 BMI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뿐만 아니라 식이요법이 더 우선이고 필수였다. 또, 과도한 음주는 담배만큼이나 몸에 나쁘다는 것을 알았다. 순수 알코올 양으로 하루에 20g, 즉 맥주 500ml, 와인 한 잔 정도는 마셔도 좋다고 하나 전혀 마시지 않는다. 세끼 식사 때에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대신 단백질과 식이섬유, 야채 섭취량을 늘려 배가 고프지 않으면서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고 있다. 탄수화물 중에서도 특히 설탕, 탄산음료, 빵 등은 멀리하고 있다.

뇌졸중 재발 방지를 위해 잘 관리해야 하는 것 고혈압, 비만, 부정맥, 지질이상증, 당뇨병, 흡연이라고 뇌신경내과 주치의 선생은 늘 강조하신다.


한방으로 치료하는 숨 가쁨, 가슴 두근거림

‘24년 1월 숨 가쁨과 가슴 두근거림 증상이 있었다. 심혈관 내과에서 응급으로 24시간 심전도 검사, 심장 에코 및 CT 검사를 받았지만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었다. 예전부터 양방, 한방을 모두 공부하신 보생약국의 약사님은 天仁에게 심장에 열이 있는 '심열' 증상이 있고, 일에 대한 욕심과 민감한 성격이 심열을 부추긴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설에 부산 본가에 귀향하면서 부산대학교 한방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진단 결과는 '심열'이었다. 한약을 먹는 것이 좋다고 하셨지만, 설날 휴무 기간이라 한약 조재가 불가했다. 그래서 ‘심적환’이라는 시판 중인 환제를 60일분 먹었는데 증세가 사라졌다.

똑같은 증세가 1년 뒤인 ‘25. 5월에 다시 나타났다. 이반에는 심전도 결과 이상이 있다고 해서 입원하여 심장카테터 등 정밀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심장의 관상동맥 2곳이 각각 50%, 25% 좁아져 있으나, 심장 스텐트 시술 등의 치료는 필요 없다는 진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이 가쁘고, 심장이 두근 거리는 증상은 그대로였다. 지난 8월 한국에서 한 달 살기를 할 때 조약사님의 처방으로 ‘소시호탕(小柴胡湯), 가미귀비탕(加味歸脾湯)’ 과립과 한약을 한 재 먹었더니 거짓말처럼 증세가 사라졌다.

심장 CT, 심장카테터 검사로는 나타나지 않는 증상을 한방이 잡아내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방과 한방은 병에 접근하는 방법이 다르다. 역시 한방은 양방에 비해 병의 근원에 접근하여 원인을 치료한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뇌경색 급성기 때 tPA로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치료처럼 이벤트가 생긴 후의 빠른 치료는 역시 양방의 역할이다.


공진단과 식은땀(盗汗)

‘24.8월 백동진 한의원 원장님은 진맥 후 “뇌경색이 온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기력이 바닥이다.”라고 하셨다. 그래서 한 알에 7만 원 인 공진단(供辰丹)을 90알 먹었다. 기력을 보강해 준다는 '노회비책'이라는 버섯 추출물도 5개월 복용했다. 그 효과인지 십수 년 동안 잠을 잘 때 베개가 젖을 정도로 흘렀던 ‘식은땀(도한, 盗汗, 일본어에서는 식은땀을 도둑 도盗, 땀 한汗 자를 써서 도우칸이라고 한다.)’이 사라졌다.


언어장해를 낫게 준 침치료

전두엽을 다쳤지만 다행히 말하고 생각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렇지만 天仁 본인은 말할 때 너무 힘이 들었다. 그 문제는 백동진 한의원 원장님께서 해결해 주셨다. ’ 24년 8월 7군데 중풍 혈자리 시침 외에도 혀 아래에 몇 차례 침을 맞고 난 후 말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말하기가 힘들었던 것은 혀의 일부가 마비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한다.


도움을 주신 감사한 은인들

어려운 순간마다 귀한 분들이 나타나 天仁을 도와주셨다. 호루라기 소리에 외진 길까지 한걸음에 달려와 구급대를 불러 주신 다카다(高田)님, 고보도케 시로야마(小仏城山) 670m 정상에서 40km 떨어진 재해병원까지 골든 타임 내에 안전하게 이송해 주신 하치오지(八王子) 소방서 구급대원과 경찰관 여러분, 휴일이었음에도 전화 통화로 증상을 판단하고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방향을 알려주신 장금한의원의 우원장님, 뇌신경내과 넘버 투 인데도 휴무날 응급실에 나와서 응급조치를 해 주신 국립재해의료센터 주치의 후루키(古木 美紗子) 선생님, “天仁이 선생님의 가장 젊은 환자. 뇌경색은 재활하면 회복되어 다시 이전의 건강했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면서 재활의 의지를 갖도록 격려해 주셨다. 혼자 움직일 수 없는 天仁을 입원 기간 내내 수족이 되어 케어해 주신 뇌신경내과 간호사 여러분들, 모두 너무 감사한 분들이다.

급성기 병원 때부터 향후 치료의 방향과 재활병원 선정 방법 등을 조언해 주신 동래봉생병원 이태윤 원장님, 바쁘실 텐데 늘 마다하지 않고 양방 한방 모두 조언해 주시는 天仁 마음의 주치의 보생약국 조래경 약사님, 부산 방문 때마다 天仁의 일정에 맞추어 뇌혈류 개선을 위한 치료와 지압을 해 주시는 서희숙원장님, 장시간 카톡 전화로 한방 진료를 해 주시고, 부산의 중풍 침치료 명의 소개, 제주도 방문 때는 적극적으로 침치료까지 해 주신 경희남성한의원 김건효 원장님, 사암침으로 외계인손 증후군을 낫게 해 주신 나가노(永野) 선생님, 일백만 원, 오십만 원 등 큰 금액의 격려금을 보내 준 친구들, 빠른 회복을 위해 늘 기도해 주시는 가족과 친구들, 긴 재활 기간 내내 수족이 되어 간병해 주는 아내 등등 감사한 분들은 손꼽을 수 없을 만큼 너무너무 많다. '끝'


(天仁의 참고글)

* 브런치북 《부활, 일본에서 뇌경색 극복하기

* 매거진 《부활의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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