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특별 문예반" 이지 1주일에 두세번 학교 마치고 남아서 잠시 잠깐 길어야 20분 남짓 듣는 글짓기 수업이란 고리타분하다 못해 지루하기 그지 없었다. 하긴 글짓기를 잘 하는 법을 따로 수업하는 것도 이상하긴 했으니까. 평상시에는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바른 생활" 뭐 이런 거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이 아무리 교장 선생님 특명이 하달되었을지라도, 새로운 무언가의 꿀팁들을... 그것도 벌써 검증된 특별 문예반 정예 멤버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이 글쎄 가당키나 했을까. 수업 몇 번 있은 이후로는 선정된 주제에 맞는 글짓기 해 오는 숙제만 가끔씩 주어지다가, 결국에는 모이는 둥 마는 둥 특별 문예반은 흐지부지 잠잠해지고 말았다. 엘리트 체육을 지향하는 태릉선수촌식 국가대표 양성과 올림픽/아시안게임 금메달 위주의 성과주의가 빚어낸 부작용이 그러하듯이, 특별 문예반 역시 "교외 대회 무조건적인 참가" 와 같은 부산물이 뒤따라왔다. 좋든 싫든 학교의 명예와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서 나를 비롯한 정예 멤버들은 평상시에도 글짓는 실력을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갈고 닦아 내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글짓기가 좋았다. 그래서 매년 학년이 바뀔 때마다 선생님께 제출하던 "자기 소개" 종이에다가 나는 "취미; 독서, 글짓기 / 특기; 글짓기" 라고 즐겨 쓰곤 하였다. 돈도 빽도 없는 보잘것 없는 가난한 집 아들이었던 나에게 "글쓰기" 란 돈 한 푼 안 들이고서도 나를 얼마든지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요술램프" 와도 같았다. 으레 다른 활달한 보통 국민학교 남학생들이 공 차고 운동장을 이리저리 주름잡고 있을 때, 나는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펜은 칼보다 강하다" 는 격언과 함께 "톰소여의 모험" 글 한번 써 봤으면 하는 막연한 바램도 함께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