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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생 22

내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4)

by 특급썰렁이 Aug 20. 2024

말이 "특별 문예반" 이지 1주일에 두세번 학교 마치고 남아서 잠시 잠깐 길어야 20분 남짓 듣는 글짓기 수업이란 고리타분하다 못해 지루하기 그지 없었다. 하긴 글짓기를 잘 하는 법을 따로 수업하는 것도 이상하긴 했으니까. 평상시에는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바른 생활" 뭐 이런 거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이 아무리 교장 선생님 특명이 하달되었을지라도, 새로운 무언가의 꿀팁들을... 그것도 벌써 검증된 특별 문예반 정예 멤버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이 글쎄 가당키나 했을까. 수업 몇 번 있은 이후로는 선정된 주제에 맞는 글짓기 해 오는 숙제만 가끔씩 주어지다가, 결국에는 모이는 둥 마는 둥 특별 문예반은 흐지부지 잠잠해지고 말았다. 엘리트 체육을 지향하는 태릉선수촌식 국가대표 양성과 올림픽/아시안게임 금메달 위주의 성과주의가 빚어낸 부작용이 그러하듯이, 특별 문예반 역시 "교외 대회 무조건적인 참가" 와 같은 부산물이 뒤따라왔다. 좋든 싫든 학교의 명예와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서 나를 비롯한 정예 멤버들은 평상시에도 글짓는 실력을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갈고 닦아 내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글짓기가 좋았다. 그래서 매년 학년이 바뀔 때마다 선생님께 제출하던 "자기 소개" 종이에다가 나는 "취미; 독서, 글짓기 / 특기; 글짓기" 라고 즐겨 쓰곤 하였다. 돈도 빽도 없는 보잘것 없는 가난한 집 아들이었던 나에게 "글쓰기" 란 돈 한 푼 안 들이고서도 나를 얼마든지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요술램프" 와도 같았다. 으레 다른 활달한 보통 국민학교 남학생들이 공 차고 운동장을 이리저리 주름잡고 있을 때, 나는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펜은 칼보다 강하다" 는 격언과 함께 "톰소여의 모험" 글 한번 써 봤으면 하는 막연한 바램도 함께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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