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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각성자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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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Sep 21. 2024

나이 들어감, 자연과 가까워지는 시간<혼자 사는 일상>

새벽의 빗소리에 자연을 느낍니다.

어둠 끝에 새벽이 있다. 새벽 끝에 아침이 있다. 어둠-새벽-아침. 지구가 태어나 어둠, 새벽, 아침으로 이어지는 이 꾸준한 공식이 흔들린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공식은 어둠에게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고독 끝에도 새벽이 있다. 고통 끝에도 새벽이 있다. <사람사전 중_카피라이터 정철>


빗소리에 새벽잠에서 깹니다. 피곤함보다는 빗소리를 듣고 있는 게 마음의 평온함으로 다가옵니다. 잠시 명상을 합니다.


가부좌 자세를 하고 눈을 감습니다. 호흡하며 호흡에만 집중합니다. 강한 빗방울의 마찰음이 들리지만 호흡에만 집중합니다. 5분 정도하고 눈을 뜹니다. 손바닥을 비벼 뜨거워진 손바닥으로 온몸을 쓰다듬어 줍니다.


https://brunch.co.kr/@woodyk/971



물 한 컵을 마시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밖을 내다봅니다. 어두운 새벽에 작은 불빛들이 보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불빛도 잠에서 깨어 새벽 시간을 즐기는지도 모릅니다. 빗방울의 리듬이 거칠어집니다.


낮의 소리는 감정을 격렬하게 하지만 새벽의 소리는 감정을 차분하게 만들어 줍니다. 빗소리의 리듬감이 너무 좋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땅의 기운과 부딪치며 내는 소리는 자연의 오묘한 음악과도 같습니다. 그냥 멍하니 귀를 빗소리에만 집중합니다.


자연이 신체의 자연에게 주는 파동처럼 서로 교감합니다.빗소리의 파동이 일치되며 평온함을 찾습니다. 신체의 자연은 빗소리의 리듬에 익숙해집니다.


등산을 하다 보면 산속의 냇가에서 흘러오는 물줄기 소리에 잠시 숨을 내쉬고 쳐다봅니다. 흐르는 물줄기 소리가 정신을 청명하게 줍니다.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새벽 비의 청량감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줍니다.


휴무일에 회사 근처에 있는 산사를 혼자 찾아갑니다. 차를 타고 가는 길도 고즈넉하고 기분을 상쾌하게 해 줍니다.


산사에 도착하자 산에서 내려오는 냇가의 물소리가 오염되어 있는 귀를 깨끗이 씻어 줍니다. 소음에서 벗어나 자연의 소리를 느끼게 해 줍니다. 푸른 나무들이 가슴속에 쌓여 있는 먼지들을 씻겨 줍니다.


산사 주변을 걸어 다니며 자연이 주는 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종교의 의미보다는 자연의 의미가 정신을 맑게 해 줍니다.


왜 우리는 나이가 들어가며 자연에 더 가까워지려고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젊었을 때는 자연과 멀어진 삶을 사는 듯했지만 나이가 서서히 들어가며 자연의 소리가 더 아름답고 청명하게 들리는 이유를 알고 싶어집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라는 존재도 하나의 자연일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이는 우리의 신체라는 자연에서 태어납니다. 자연의 상태에서 미지의 세계로 나옵니다. 아직 에너지가 충분치 않아 부모의 품에서 자랍니다. 자연의 상태에서 조금씩 성장합니다. 에너지가 넘치고 스스로 성장해 나가려고 노력합니다. 자연스럽게 자연과는 멀어지며 문명을 하나씩 배워갑니다. 문명의 흐름에 심취하고 젊음의 에너지를 자연과 멀어지는 것에 소진합니다.


누구나 나이가 듭니다. 서서히 젊음의 에너지가 성숙함으로 변해갑니다. 에너지가 떨어지며 문명의 관심에서 자연의 관심으로 다가오는 시점이 옵니다. 주변의 꽃에 관심이 가고 푸르름에 넋을 놓고 봅니다. 사진 속에 풍경 사진들이 많아집니다. 자연 속에서 걷고 자연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잘 듣개나. 그저 순간 속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네. 나는 이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네. 단지, 아쉬운 게 있다면 이 사실을 60대가 아닌 30대에 알았더라면 하는 거야. 그랬다면 이 세상에서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몆십 년은 더 있었을 텐데"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칼 필레머 지음>


늘 가까이 있던 자연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게 자연에 관심도가 높아집니다.


문명이라는 울타리 속에 살아가지만 우리의 신체는 자연의 리듬과 일치하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태어나고 성장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신체는 자연과 떨어진 적은 없으나 우리는 단지 삶의 테두리가 문명이란 세상 속에 자리하기에 우리는 곁에 있는 자연을 잊고 있었을 뿐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연과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삶의 리듬과 사이클은 나이가 들어가며 지속적으로 변해갑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에너지가 작아지고 작아지는 에너지는 결국 자연 속으로 흡수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영원할 수 없고 때가 되면 자연으로 사라지는 게 불변의 법칙입니다.


그러기에 나이 들어감은 자연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빗소리의 리듬이 감정을 차분하게 도와주고 푸르른 나무가 살아가는 모습에 청명함을 느끼게 하며 햇볕 쏟아지는 날이 가슴을 따스하게 하며 길가의 나무와 꽃들이 든든한 친구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그때를 '나이 들어감'이라는 표현으로 대신합니다.


아이도 자연과 가깝지만 문명으로 다가가기 전의 미성숙의 자연입니다. 나이 들어가는 성년은 문명과는 멀어지며 자연과 가까워지는 성숙의 자연입니다.


새벽 빗소리가 자연의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게 합니다. 혼자인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합니다.


산사에서 수양을 하시는 스님들은 자신의 내면에만 집중합니다. 온 세상의 잡념을 잊고 오직 자신의 내면에 집중합니다. 새벽의 어두운 이 시간, 혼자의 시간이 잡념을 사라지게 하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됩니다.


빗소리의 격렬함이 온몸으로 들리지만 마음은 오히려 빗소리의 리듬에 평온해집니다.


'나이 들어감'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 자연과 가까워지고 있는 시간입니다.


https://brunch.co.kr/@woodyk/905




녹슨 지붕에 앉아 빗소리 듣는다. <김창균 저>


이렇게 세월이 한곳으로만 몰려가는 법도 있구나!

유난히 녹이 많이 슨 함석 지붕에 앉아 늦가을 들판을 본다.

어는 먼 옛날에 한 목수가 지붕을 못질할 때

못질한 부분의 상처가 이렇게 덧날 줄 알았을까!

밤이 되면서 이 상처 속으로 별들이 들어가고

가끔 빗물이 스며들어

이윽고 사람 떠난 구들장 위엔

꽃들이 쬐그만 얼굴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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