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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Apr 09. 2022

사이드 프로젝트 중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다면?

워킹맘으로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이드 프로젝트(Side Project)'가 요즘 트렌드 이슈 단어가 되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이 단어에 대한 정확한 설명 자체가 없다. 신조어로 명기될 수 있지만, 그 선택은 국립국어원의 몫이기에. 그나마 여러 출간된 책들을 통해 그 의미를 찾아갈 뿐이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니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대표적인 책이 2권이 있었다(아래 참조).


그들이 얘기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의 정의는 본업 외 업무이다. 자신이 만들어가는 또 다른 업무. 직장이 있는 이들에게는 회사 밖에서 하는 업무가 될 수 있고, 소속이 없는 프리랜서의 경우 외부에서 자신에게 의뢰한 업이 아닌 자신이 직접 기획하거나 이윤을 벌고자 시작한 일이 아닌 작은 일이 될 수 있다.



지난 3월 12일, 서울 코사이어티 서울숲 성수점에서 열린 라운드 토크에 연사로 참여했다. 동료애 기반의 에디터 커뮤니티 'SOCIETY OF EDITORS'(S.O.E.S)의 크리에이터 5명도 함께했다. 각각의 영역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자신의 본업도 함께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어떻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사이드업으로 영역을 키워가는지 생각해보았다. 행사 내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정의를 물어봤을 때 아래와 같이 답했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기준이 뭘까요?
월급을 받는 조직에서 하는 본업 이외를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생각했어요. 본업은 (외부인이) 내게 돈을 주면서 일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거라면, 사이드는 내가 일을 벌이는 거예요. 즉 내가 회사의 주인이자 소속 직원이 돼서 스스로에게 일을 주는 거죠. 특기와 장점을 잘 이용해서 지속할 수 있게끔 (나 자신에게) 일을  시키는 것. 이게 시작 단계이지 않나 싶어요. (내가 속한) 회사 밖의 일, 회사일 말고 커리어로서 가지를 칠 수 있는 사이드업이 본업에 도움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발췌. 코사이어티 채널)
워킹맘으로서 육아, 자기 계발 등 동시에 할 수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팁이 있다면?
최소한의 내 시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고, 이걸 주변에 알리세요. 제 경우는 아이가 잠에서 깨기 전 (모닝) 리추얼 시간을 꼭 가지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체력과 나를 위한 에너지를 분배하고요. 나를 위한 에너지를 쓸 때 오히려 저는 생산성을 얻었어요. 처음에는 작게 작게 시작해도 괜찮아요. 누구나 시작은 할 수 있어요. 지속성이 어렵지만, 작게 시작해야 오래갈 수 있어요.(발췌. SOCIETY OF EDITORS)


내가 정의한 사이드 프로젝트는 '나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일'이다. 즉 나 자신이 고용주이자 고용인이 되는 셈이다. 그 누구보다도 내가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을 가장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더불어 커리어 외 자기 계발이 가능한 퍼스널 브랜딩을 구축하는데 사이드 프로젝트는 요긴하게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때는 2013년이다. 2010년 첫 사회생활 후, 본업으로서 3년간 일한 주니어 시절에 외부 기고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했던 업에서의 글쓰기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의 글쓰기를 시도했다. 직업적 글쓰기에 대한 피로감이 컸던 시기였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공포증도 있었다. 늘 선배들이 글을 못쓴다고 타박하기도 했기에 다시 글을 쓸 수 있을까, 글과 관련된 직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글쓰기의 성장세


글과 관련된 직업을 그만두었음에도 '글쓰기'에 대한 미련은 계속 남았다. 그로 인해 우연히 홍대 어느 식당 화장실에서 발견한 홍대 지역 잡지 '스트리트 H'를 발견했고, 객원기자로 지원했었다. 이후 여러 건의 짧은 인터뷰 기사를 썼고,  2013년 5월호 <홍대 앞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키워가는 청년 5인’> 커버스토리 인터뷰 기획할 기회까지 만들게 되었다.


<당시 내가 기획한 커버스토리 인터뷰>


이후 인터뷰 글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춤 웹진], [빅이슈코리아], [보그 코리아]에서 외고를 쓸 기회를 늘렸다. 2016년에는 네이버 '함께 N' 포스트 에디터로 선정되어 [열혈청년창업가] 인터뷰 연재 시리즈로 네이버 메인에 3건이 노출되고, 조회수 4만 뷰 달성(오이뮤 등) 하기도 했다. 2021년 지난해 경우 [서울메이드](서울산업진흥원 발간), [방송트렌드&인사이트](한국콘텐츠진흥원 발간), [신문과방송](한국언론진흥재단 발간) 등에서 꾸준히 외고를 써왔다. 예상치 못했던, 계획에 없었던 기고 기회가 다가왔다.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리추얼 치어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총 3번의 리추얼 모임을 운영하고 치어리딩을 거쳐 지난달에는 정기 리추얼 모임 <모닝 글쓰기 x 운동하기>의 치어리더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4월에는 뉴스레터 플랫폼 스티비 크리에이터로 선정된 후, 그해 12월에 [#출근전읽기쓰기] 뉴스레터를 제작, 발행하고 있는 1인 에디터 겸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2022년 2월 27일 퇴사했다고 하지만, 기존의 사이드 프로젝트 활동은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계약서를 썼다. 어느 스타트업 플랫폼의 인터뷰 콘텐츠를 연재할 인터뷰어 자격으로. 오늘은 6월호 매거진의 기고 청탁이 들어왔다.


사실 2016년을 끝으로 더 이상 글을 쓸 기회는 오지 않았다. 결혼을 했었고 이후 아이를 출산하면서 사실상 사이드 프로젝트 기간은 휴지기였다. 무얼 시작하기엔 본업과 일상의 몫에 역할들이 많았다. 해내야 할 일들이 많아지면서 어느 순간 내가 무얼 원하는지 잘 모르는 시기가 다가왔다. 그 시기에 무심결에 다시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2020년 4월, 출근 전과 아이가 아침잠에 깨기 전(남편에게 출근 준비하는 시간에 맞춰) 아침잠 1시간을 아껴 집 앞산을 등반하는 것으로 사이드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렸다. 초심으로 돌아가 휴지기 없이, 끊기지 않도록 오랫동안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지배적이었다.


<2020년 4월 아침 등산을 다녀온 후 쓴 글>


매일 단문의

글쓰기 습관을 채워나간다면


아이가 태어난 이후 내 안의 것을 글로 담고 싶었지만, 시간을 도통 낼 수 없었다. 하루의 시간표를 훑어보고, 본격적으로 글 쓰는 시간을 늘려보기로 했다. 이미 브런치 작가로 선정은 되어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었다. 아침 등산을 통해 몇 달간 집중하다 보니 느낀 점은 ‘내가 내게 주는 큰 선물은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나를 돌아볼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대는 아침 시간대라는 것을 덤으로 얻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으며 좋아하는 글을 쓰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만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굳어져서 2020년 9월 2일 아이의 두 돌 생일을 기점으로 밑미에서 본격적으로 리추얼 습관을 찾아보기로 했다.


아이를 가진 엄마, 일을 하는 엄마이기에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는 온전히 회사에서 이후 시간은 아이에게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빼고 출근 전 아침마다 짧으면 30분 길게는 90분가량 진행한 리추얼을 약 1년 반 동안 지속하며, '나만의 것으로 축적해온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후 리추얼 관련 인터뷰 섭외도 들어왔고, 외부 기고나 월 2회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정기적으로 쓸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더불어 브런치 플랫폼을 통해 지금까지 글을 써온 결과 120건 넘는 글을 쓸 수 있었고, 다음 포털 메인에서 7번이나 내 글이 소개되어 누적 조회수는 14만 뷰다. (지금은 없어진 기능이지만, 브런치 글이 공유가 4000건 이상 되기도 했었다.)


2020년 이후, 사이드 프로젝트를 휴지기 없이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내 안에 글쓰기 습관이 잡히게 된 점이 크다. 사이드 프로젝트 중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처음부터 장문의 글을 쓰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나의 경우 리추얼을 통해 그 습관을 조금씩 채워갔다. 짧은 글쓰기 리추얼을 인증하며 사소한 하루가 모여서 내일은 만들고, 하루.. 일주일... 한 달.. 1년 단위로 쪼개어서 내일을 설계할 수 있다는 묘한 자신감이 생겼다. 하루를 기록하는 리추얼 노트를 통해, 리추얼을 하는 순간은 내 시간을 통제하고 있다는 가장 짜릿한 경험들을 늘려갔다. 그 경험들이 쌓이자 내가 쓰고 싶고 잘 쓰고 싶은 주제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경향신문 토요일판 지면에 실린 리추얼 인터뷰이>

<KTX 객실 내 리추얼 관련 인터뷰 영상이 나오기도 했다>

<리추얼 관련 나의 여정, 이야기>


'나만의 이야기'를 소재로

글쓰기에 몰입한다면


어찌 보면 나의 경우 다른 이와 달리, 대학교 입학하면서 학보사 기자 활동을 통해서.. 이후 언론고시반에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글쓰기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당시 정말 글 자체는 형편없었다. 중고등학교 때 책을 많이 읽었던 것도 아니어서 글쓰기 자체가 너무나 힘겨운 작업이었다. 당시 글을 쓴다기보다 일기를 쓸 정도로 느낀 점만 나열형으로 썼다. 확실히 인풋이 많아야 아웃풋을 할 수 있다. 책의 좋은 표현들을 눈으로 읽게 되면 내 것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글쓰기 훈련이 쌓아가는 것보단, 글을 쓸 기회를 스스로 많이 만들어왔다. 언론고시를 위한 한겨레 글쓰기 아카데미를 다녀보기도 했고, 파리 교환학생으로 지냈을 때 파리특파원 기자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정작 글쓰기는 늘지 않았다. 돌아보건대 글쓰기 교육을 받고 누군가를 만나고 하는 것은 일종의 글쓰기에 대한 내 관심을 보여주는 행위였다. 무엇보다 내가 글쓰기에 대한 애정을 지금까지 버리지 않았기에 나만의 글을 계속 써올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 어느 누가 글쓰기 스승이 될 수는 없었다. 결국 스스로 글쓰기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내가 잘 쓸 수 있는 글쓰기 주제를 찾아보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아래 내가 쓴 글에서도 언급하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되려 글 쓰는 방법을 못 가르쳐주었다. 타인이 글을 잘 쓰도록 도움 주는 일은 흔치 않았다. 글을 잘 쓰는 것과 글을 잘 가르치는 것은 같은 능력에서 나오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봤다" 이처럼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에 책을 낼 수 있는 시대에 자신감을 갖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 글쓰기 훈련에 몰입하는 건 어떨까.


가장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되려 글 잘 쓰는 방법을 못 가르쳐주었다. 어떤 글이 안 좋은 글인 것만 알게 될 뿐.. 그들만이 자신의 글을 잘 쓰는 요령을 알고 타인이 글을 잘 쓰도록 도움 주는 일은 흔치 않았다. 글을 잘 쓰는 것과 글을 잘 가르치는 것은 같은 능력에서 나오는 일이 아닌 거라고 생각해봤다. 반면 글은 우리 모두가 시도할 수 있는 콘텐츠였다. 누구나 펜을 들어 종이에 쓰고, 컴퓨터를 켜서 키보드에 활자를 넣으면.. 단어가 문장이 되고 문장이 문단이 되는.. 값비싼 도구 없이 일상에서 시작할 수 있는 표현 수단이 글이었다. 나를 나타내는데 꼭 글만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표현 수단을 찾으면 된다. 글 혹은 그림이 될 수 있고, 악기 연주가 될 수 있다. 그 사람을 온전히 나타날 수 있거나 자신만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무기가 많아질수록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기록물들이 늘어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지나 보니 글쓰기 선생님은 없었다>에서 발췌.


<코사이어티 뉴스레터에 소개된 인터뷰>

<[라운드 토크]에디터 커뮤니티(S.O.E.S) X 코사이어티 크리에이터 이야기(3.12)>

코사이어티 행사장(왼쪽), 행사 진행을 위한 사전홍보물(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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