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것으로 축적해온 시간들 :1년간 소회(20.09~21.08)
2020년 9월 2일을 잊지 못한다. 아이의 두 돌을 맞이한 날이었지만, 내 인생에서 2막을 연 날이었다. 리추얼을 알고 실행한 날이었다. 처음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워킹맘으로서 일하고 육아하며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끈기가 부족한 성향이기에 겁도 많았다. 마침 업무분장이 바뀌고 팀이 바뀌어서 애정 있던 기존 업무를 할 수 없는 허탈감도 컸다.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고, 나를 지배하는 시간 즉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지난해 4월, 출근 전과 아이가 아침잠에 깨기 전 (남편에게 출근 준비하는 시간에 맞춰) 아침잠 1시간을 아껴 집 앞산을 등반했다. 몇 달간 집중하며 느낀 점은 ‘내가 내게 주는 큰 선물은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나를 돌아볼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대는 아침 시간대라는 것을 덤으로 얻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으며 좋아하는 글을 쓰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만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굳어져서 밑미에서 본격적으로 리추얼 습관을 찾아보기로 했다. "일하는 엄마로서 하루 일과를 살펴보니 정작 하고 싶었던 글쓰기와 책 읽는 시간은 짬 낼 수 없었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리추얼 작업을 배워보기로 결심했다. 매일 아침을 여는 나의 리추얼을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가능한 리추얼은 출근 전에 끝내는 편이다. 아침 8시에는 회사 게시물에 올려야 할 업무가 있어 그 시간이 다가오면, 마음이 초조해진다. 8시 이후 나의 일정은 출근과 동시에 어린이집 등원 일정이 있기에 오전 9시 반에는 회사 사무실에 도착하려면 어찌하든 리추얼을 더 하고 싶어도 중단해야 한다. 여유 있게 리추얼을 하고 싶으면 새벽 6시에 일어나려 한다. 그런데 전날 야근을 하는 날이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오전 7시에 일어날 수밖에 없다.
매일 마주하는 리추얼 일정이지만, 이 일정은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확실히 일상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무언가를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 아니라 '중도하차'를 자주하여 무얼 하게 되면 '일을 벌인다'는 생각이 나 자신에게 지배적이었는데. 그 생각을 접고 나 자신을 믿게 된 것은 아침마다 짧으면 30분 길게는 90분가량 진행한 리추얼 덕이었다.
지난 9월 2일 처음 리추얼을 접했을 때 아침에 일어나 무의식적으로 리추얼 노트에 20분간 글을 썼고, 20분은 몸 쓰기를 했다. 몸 쓰기로는 외출하여 산책 또는 유튜브를 통해 요가 동작을 따라 하거나 이마저도 못하면 회사 계단을 올라가는 동작을 택했다. 두 달간 이 리추얼에 집중하면서 나는 글쓰기에 더 매료되었다. 매일 글을 쓰는 게 꿈이었던 터라, 이 리추얼을 통해 매일 글 쓰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의 생일에 맞춰 시작한 도전만큼, 시작은 참 의욕적이었지만 3일 차 땐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원점으로 돌아갈 뻔했다. 혼자 이 프로그램을 참여했다면 내 초심이 무너졌을 것이다. 잘하고 있는지 멈춰 서고 있지 않은지 독려하는 정재경 미아 선생님 과 프로그램 코칭 봉봉님, 함께 모닝 리추얼을 시작한 스무 명의 참가자들. 그 시간에 제대로 했는지 인증하기 위해서 타임스탬프 어플로 인증숏 2장을 남겨야 하는 아침 숙제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갔다. 각기 서로 다른 일상과 삶에서 공통의 목표를 만나 함께 시작하고 목표를 바라볼 수 있는 선한 마음이 아름다웠다. 주말에는 아이와 모닝 리추얼을 꾸준히 하는 방법도 터득했다. 주말엔 일하는 엄마이기에 아이에게 선심을 많이 써야 했다. 이 모든 걸 충족할 수 있는 교집합은 주말 아침 모닝 리추얼 시간이었다.
일하는 엄마로서 하루 일과를 살펴보니 정작 하고 싶었던 글쓰기와 책 읽는 시간은 짬 낼 수 없었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리추얼 방법을 배워보고 싶었다. 숭님이 리추얼 메이커로 나선 이 리추얼로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글과 책을 읽는 습관이 들여졌다. 무엇보다 아침시간에 자연스레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차 한잔하는 느긋한 시간을 즐기게 됐다. 모아두기만 하고 잘 사용하지 않았던 찻잔을 꺼내서 매일 아침에 어떤 찻잔으로 리추얼의 시간을 함께할지 자기 전 설레는 상상도 했었다. 자연스레 한 달에 10~15권 이상 완독 하는 습관도 가지게 됐다.
커피를 내려마시며 집에 대한 글쓰기 리추얼을 하기도 했다. 이 리추얼로 처음 핸드드립을 마시게 됐는데 홈커핑의 재미를 느꼈고, 나의 공간에 대해 글을 쓰면서 살고 있는 집의 공간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만의 서재방도 제대로 갖추게 된 시점이다.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집의 추억도 떠올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일상의 소소한 사치를 즐기게 됐다. 마시는 맛보다 펄펄 끓는 물을 따르기 전에 잠시 맡은 커피 향을 더 좋아하게 됐다. 미각으로 느끼는 커피맛보단 물을 따르기 전 드립백을 뜯으며 커피 향을 맡는 후각과 드립 백에 물을 부을 때 나는 소리, 청각. 커피를 따를 찻잔을 고르는 재미.. 시각적인 효과까지. 그 짧은 아침시간에 누리는 가치 있는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집에 관한 다양한 글감을 쓸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리추얼 메이커 찬빈님과의 리추얼은 ‘밑미의 리추얼 프로그램의 종합 선물세트’ 같았다.
매일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싶었던 내게 <치유하며 글쓰기 x 읽기>가 다가왔다. 리추얼의 전환점이랄까. 이 리추얼을 지난 12월부터 반년 간 진행하여 나를 돌아봤을 때 느꼈던 것은 제대로 '나 사용법'을 알게 된 것이다. 처음 리추얼 할 때 나와 지금의 나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일상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여전히 일상은 그때와 다르지 않다. 출퇴근하며 출근 전과 퇴근 후는 육아를 전담하고 있고, 주말에는 아이와 붙어있는 시간은 많아 내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똑같은 삶에서 내가 삶을 대하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약 5~6개월간 함께했던 리추얼 메이커 소예님과 혜진님의 리추얼 덕에 아래 문장을 리추얼 노트에 끄적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리추얼 기준에 의존하지 않고 나만의 리추얼에 맞춰진 점"
"'간결한 삶'을 지향할 수 있게 된 점"
"과정을 즐기기 위해 과정이 올바르면 결과도 좋아진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확신감이 들고 과정을 즐기는 자세까지"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지 않아서 안 되는 것이다."
"리추얼 도구는 중요하지 않다. 어느 펜이나 어느 종이보다 리추얼을 하는 본질이 중요하다."
글쓰기에 피로감이 느껴질 때 색이 내게 인사를 건네 왔다. 하루 일상을 다채로운 색으로 채울 수 있는 그 자체가 예술을 하는 아티스트 같았다. 하루 일과를 정리하거나 아침에 기상할 때, 한주의 계획을 짤 때 컬러링 도구를 이용하면 내 일상을 위로하는 느낌이 든다. 같은 일상이라도 객관적으로 내 일상을 들여다보게 해 주었다. 올해 만난 최고의 툴킷이었다. 리추얼 메이커 보라님의 제작한 이 툴킷은 완벽한 발명품이랄까. 문구를 좋아하는 내게 여러 영감을 주었던 리추얼이었다.
지난해 책 읽으며 글쓰기에 피카소를 몇 번 언급했던 터라 피카소 전시와 엮는 이 리추얼이 궁금했다. 이 리추얼로 20대 내가 좋아하는 취향과 콘텐츠 즉 글쓰기와 공연, 전시 등 정확하게 나를 알 수 있는 여정을 마련해줬다. 아침 말고 밤에도 내 시간을 한 번 확보해보고 싶었는데, 쉽지 않지만 하루 일과를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리추얼 메이커 지연님의 책 <그림으로 화해하기>을 토대로 매일 명화를 보고 질문을 던지는 리추얼로 이제껏 했던 리추얼 중 가장 어려운 심화과정이었다.
8월 10일 밑미의 첫 레터를 받고, 8월 14일 밑미의 프로그램이 처음 생긴 시점부터 1년의 시간이 지났다. 기나긴 1년의 시간 통해 나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찬찬히 살펴보며, 매일 쓰는 리추얼 노트에 끼적였다. 실질적으로 내 손에 쥔 산물은 리추얼 노트 5권과 필사 노트 5권, 나를 상징하는 굿즈 상품(명함, 스티커, 펜), 브런치북 2편이다. 그리고 신문 1면과 KTX 객실의 모니터에 노출될 정도로 두 번의 굵직한 인터뷰이 활동과 잡지 8면 등 청탁받은 두 번의 인터뷰어 활동까지.. 이달에는 세바시와 밑미의 콜래보 프로젝트! ‘워킹맘과 워킹대디’를 위한 <워킹패런츠 리추얼 프로그램>에 리추얼 치어리더로 활동하게 되었다.
*브런치북 2편 보기
좋은 습관을 가지고 싶으면 좋은 습관을 가진 사람들을 찾게 된다. 그런 습관들을 마음에 새기고 몸에 지니게 되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서" 매일 모닝 글쓰기를 리추얼 하고 있다. 리추얼을 인증하며 사소한 하루가 모여서 내일은 만들고, 하루.. 일주일... 한 달.. 1년 단위로 쪼개어서 내일을 설계할 수 있다는 묘한 자신감이 생겼다. 하루를 기록하는 리추얼 노트를 통해, 리추얼을 하는 순간은 내 시간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가장 짜릿한 경험이었다. 리추얼 시간을 통해 나 자신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며 나를 인터뷰하는 시간을 통해 찾게 된 것이다.
리추얼을 시작한 시간들을 돌아보니 제가 참 많이 성장했고 내적으로 단단해졌다. 매일의 일상은 12개월 전과 다르지 않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더 힘든 순간도 있지만, 리추얼 덕에 나 자신을 잘 다스릴 꺼라 믿는다. 나만의 것으로 축적해온 시간을 가졌다. 리추얼을 하다 보니 시작이 어려울 뿐 시작하고 나니 지속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퇴근하는 평일보다 가족과 같이 보내는 주말은 리추얼을 지키기 어렵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혼자만의 있는 시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내가 지키는 리추얼은 '철저히 나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해야 할 때 수행 완료!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가끔 평일에 아이의 이른 기상으로 리추얼을 끝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다가오지만.. 리추얼 일기장에 단 한 줄이라도 뭔가를 남기려고 노력하면 다음 날의 리추얼은 쉽게 시작된다.
무엇보다 아침 리추얼을 시작하려면 잘 자야만 한다. 잠이 부족하면 아침 리추얼 때 졸기 십상이다. 늦어도 밤 11시에 잠들어야만 다음날 5시 50분 기상이든, 7시 기상이든 가뿐히 일어나 책 한 장을 넘길 힘이 생긴다. 며칠 전 리추얼 일기에 남긴 글감들을 모아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주말 밤 11시 서재방에서 글을 쓰려다 보니 새벽 2시가 되었다. 다음날 출근하지 않는다는 부담감에서 홀가분하게 잠을 자려고 했으나, 몸이 더 고생했다. 완성된 글 한 편을 건진 대신 낮잠을 2-3번 자고 하루 종일 비몽사몽 거렸다. 아침 리추얼을 하려면 꼭! 밤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는 잠을 꼭 자야 할 시간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매일 한 가지라도 실천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으나 작은 변화를 위해선 내 몸을 내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내면의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과 ‘나 사용법’을 알려준 리추얼. ‘이럴 때 나는 이걸 하면 만족감을 느끼는구나’라며 타인과의 관계보다 나 자신과의 관계를 탄탄하게 만들어준 리추얼 시간, 참 고맙다.
리추얼을 시작한 시간들을 돌아보니
제가 참 많이 성장했고 내적으로 단단해졌다.
매일의 일상은 12개월 전과 다르지 않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더 힘든 순간도 있지만,
리추얼 덕에 나 자신을 잘 다스릴 꺼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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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을 했던 지난 10개월을 돌아보니, 내적으로 성장하고 단단해진 ‘나’가 있었다. 그렇다고 내 일상이 달라진 건 없다. 아이를 키우고 일하며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더 힘든 순간도 있지만, 내가 스스로를 잘 다스릴 수 있단 믿음이 생긴 것, 그게 리추얼로 내가 얻은 가장 큰 힘이다.”
- 리추얼 1년 차 밑미 메이트 소네 님의 이야기
* 밑미 리추얼은 8월 13일(금) 신청 마감됩니다!
내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는 힘, 리추얼로 함께 길러봐요! http://nicetomeetme.kr/ritu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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