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나무 Feb 05. 2024

겨울산은 바람이 좌우한다.

  겨울 산행을 앞두고 너무 걱정이 됐다. 아이들도 같이 가야 하는데 얼마나 추울까 싶었다. 아이젠과 스패치, 모자, 장갑을 꼭 준비하라고 했는데 그것 말고도 훨씬 많은 게 필요했다. 보행용 잠바, 쉴 때 덧입는 잠바, 방한과 방풍이 되는 겨울바지, 양말은 울 소재로 갖춰야 했다. 겨울 배낭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눈 속을 걸어야 하니 방수가 중요했다. 

  가족 네 명 것을 준비하려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백두대간 종주는 올해 10월에 마무리가 되니 겨울 산행은 이번 한 번뿐이다. 이걸 다 사야 하나 고민하면서도 눈 위에 앉을 수 없으니 간이의자를 사고, 식구수만큼 보온병을 추가했다. 아무리 사도 장바구니에는 결재를 기다리는 물건들이 남아있었다. 

  아직 공식적인 겨울이 시작하지 않은 11월 마지막 주 산행 때였다. 겨울산행 준비가 끝나지 않은 채 평소처럼 당일 날씨에 맞춰 입을 옷을 준비했다. 이 날 바람예보가 초속 5m였다. 

  여름산에서 바람은 시원해서 좋기만 했다. 겨울산의 바람은 달랐다. 바람은 초속 1m에 기온을 2도씩 떨어뜨렸다. 영하 10도 예보에 바람이 초속 5m였으니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가 된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산은 200m 높아질 때마다 기온이 1도씩 내려간다. 그래서 천 미터가 넘는 산들은 등산로 초입보다 정상부의 온도가 5도씩 차이가 나기도 한다. 

  영하 20도의 날씨에서는 배낭 주머니에 넣고 가던 생수병이 모두 얼었다. 11월 마지막 산행을 다녀와 장바구니에 있던 물품들이 싹 정리되었다. 단 한번 쓰더라도 사야 할 것은 꼭 사야 했다. 발바닥 핫팩이 꼭 필요할까 했는데 발바닥 핫팩 한 사람만 발이 시리지 않게 산행했다. 장갑도 이중으로 끼고 핫팩을 넣어야 손이 아리지 않게 산행할 수 있었다. 차량을 덮는 비닐쉘터도 구입했다. 밥 먹을 때 대여섯 명이 함께 그 안에 들어가면 큰 풍선 안에 들어앉은 것처럼 되었다. 그 안에서는 바람이 불지 않으니 라면이 먹을만했다. 바람이 불 때 라면에 물을 부으면 라면 덩어리가 풀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바람을 잘 읽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바람을 잘 막아 대비하고부터 겨울 산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시작했다. 겨울 산의 어려움은 한 여름 산 보다 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 산을 가는 이유가 있었다. 

이전 10화 이토록 재미있는 겨울 산이라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