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요 청년일 때는 그런 거 저런 거에 아무 개념도 없고 관심도 없었는데, 부목사의 아내가 되어 남편을 따라 함께 여러 교회를 겪어 지나오며 본의 아니게 조용한 관찰자가 되었다.
한 교회를 정해 계속 출석하는 처지가 아니라 몇 년을 주기로 떠돌아다니는 게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좋은 점은 싫은 사람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고 안 좋은 점은 좋은 분들도 주기적으로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같은 교단 안에서도 교회마다 분위기가 참 많이 다름을 보게 되었는데, 교회가 평화롭고 활기가 있으려면교회에빚이 있느냐/ 성도수가 몇이냐/ 젊은이들 비율이 얼마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 있었다.
무엇보다 당회가 평안해야 교회에 잡음이 없는 듯했다.
당회를 잘 못 이끄시는 목사님은 목회에 상당히 걸림돌이 많으셨다.
마땅히 할 대외활동을 하셔도 왜 굳이 그런 활동을 하느냐, 이런 데서 왜 돈을 쓰느냐고 태클이 걸리고 큰소리가 오가곤 했다. 당연히 예산안 계획이 순조롭지 못했고,가뜩이나 재정을 많이 지원받아도 인구절벽 앞에서 어린이들 부흥이 어려운 참인데, 교육부서의 어려움은 계속 커졌다. 재정을 지원받지 못하니, 성과가 안 나오고, 안 되니까 교사들도 신이 안 나고, 그러니 아이들은 더 줄어들고, 성과가 없으니 새 연도 예산기획에서 재정은 더 줄어들고 악순환의 연속인 곳도 있었다.
한 해의 목회계획을 구성하는 연말당회가 다가오면 한 달 정도 식사도 잘 못 하시고 잠도 잘 못 주무시고 마치 왕 앞에 나아가는 에스더처럼 불철주야 기도를 하시는 사모님을 본 적이 있다.
장로님들은 한 해 동안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이건 신학적으로 맞지 않고 이건 표현이 틀렸고 하는 목록을 종이에 빼곡히 써 오시는 등 여간 어려운 분들이 아니셨는데, 사모님의 절실한 눈물의 기도 덕분인지 그래도 교회는 큰 불협 없이 굴러갔다.
내가 담임사모라면 정말 피가 마를 것 같았다.
당회 때마다 밤이 아무리 깊어져도 모든 순서가 다 끝날 때까지 본당에서 눈물의 기도를 하시던 사모님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저는못할것같아요
#생각만해도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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