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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Feb 23. 2024

살벌한 당회

목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당회 운용력 일지도...

어린이요 청년일 때는 그런 거 저런 거에 아무 개념도 없고 관심도 없었는데, 부목사의 아내가 되어 남편을 따라 함께 여러 교회를 겪어 지나오며 본의 아니게 조용한 관찰자가 되었다.

한 교회를 정해 계속 출석하는 처지가 아니라 몇 년을 주기로 떠돌아다니는 게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좋은 점은 싫은 사람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고 안 좋은 점은 좋은 분들도 주기적으로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같은 교단 안에서도 교회마다 분위기가 많이 다름을 보게 되었는데, 교회가 평화롭고 활기가 있으려면 교회에 빚이 있느냐/ 성도수가 몇이냐/ 젊은이들 비율이 얼마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 있었다.

무엇보다 당회가 평안해야 교회에 잡음이 없는 듯했다.


당회를 잘 못 이끄시는 목사님은 목회에 상당히 걸림돌이 많으셨다.

마땅히 할 대외활동을 하셔도 왜 굳이 그런 활동을 하느냐, 이런 데서 돈을 쓰느냐고 태클이 걸리고 큰소리가 오가곤 했다. 당연히 예산안 계획이 순조롭지 못했고, 가뜩이나 재정을 많이 지원받아도 인구절벽 앞에서 어린이들 부흥이 어려운 참인데, 교육부서의 어려움은 계속 커졌다. 재정을 지원받지 못하니, 성과가 안 나오고, 안 되니까 교사들도 신이 안 나고, 그러니 아이들은 더 줄어들고, 성과가 없으니 새 연도 예산기획에서 재정은 더 줄어들고 악순환의 연속인 곳도 있었다.


한 해의 목회계획을 구성하는 연말당회가 다가오면 한 달 정도 식사도 잘 못 하시고 잠도 잘 못 주무시고 마치 왕 앞에 나아가는 에스더처럼 불철주야 기도를 하시는 사모님을 본 적이 있다.

장로님들은 한 해 동안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이건 신학적으로 맞지 않고 이건 표현이 틀렸고 하는 목록을 종이에 빼곡히 써 오시는 등 여간 어려운 분들이 아니셨는데, 사모님의 절실한 눈물의 기도 덕분인지 그래도 교회는 큰 불협 없이 굴러갔다.


내가 담임사모라면 정말 피가 마를 것 같았다.

당회 때마다 밤이 아무리 깊어져도 모든 순서가 다 끝날 때까지 본당에서 눈물의 기도를 하시던 사모님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저는못할같아요

#생각만해도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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