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신학과 동기들이 있는 각 교회의 담임목사님 이야기까지 더해지면 정말 다양하고도 많은 목사님들이 계시다. 아 정말 왜 그러시지 하는 탄식을 불러오는 분도 계시고, 진짜 존경할 만한 분이시다 하고 엄지 척, 요즘 애들 말로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 하고 싶은 분도 계시다. 부목사에게는 그닥인데 성도들에게는 좋은 목사님이라고 칭송을 받는 분도 계시다.
부목사든, 성도든, 누구에게라도 좋은 분이시라고 후기가 따라붙는 목사님들은 특징이 있으신데, 스스로 권위를 주장하지 않으신다는 점이다. 그리고 먼저 부목사와 성도들의 권위를 세워주신다. 구독하고 싶은 목사님들은 하나같이 그런 결을 갖고 계셨다.
좋아, 잘 하고 있군
부목사가 설교를 잘하면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쌔해지고 표정이 굳어지는 목사님이 계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예배를 끝나고 나가시면서 성도님 한 분이 "아이고 목사님~ 오늘 은혜 많이 받았습니다~ 담임 목사님도 좀 그렇게 설교를 재미있게 하시면 좋을 텐데~" 하셨다는 거다. 그런데 담임목사님은 워낙에 말투도 스타일도 진지한 학자타입이셔서, 유머를 섞어도 회중들이 그렇게 웃지를 않는다는 게 슬픈 점이었다. 한참 생각해야 웃기다고 해야 하나? 충청도에서 사역하시면 좋았겠다. 그분들은 어차피 집에 가서 웃으신다는데 ㅋㅋㅋ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자꾸 주변에 있어서 그렇게 비교의식을 갖게 되신 건지, 원래부터 비교의식이 있으신 분인 데다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으로 또 눈치코치 없이 그런 말을 하는 분이 계셨던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따져봐야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같은 얘기일 테지.
아무튼 그래서 부목사들은 설교를 마치고 나면 혹여나 담임목사님의 설교보다 좋은 피드백을 받게 될까 봐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성도들이 별말 없이 자리를 떠나시면 그게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그러다 사역지를 옮기게 됐다. 첫 주일, 성도들 앞에 부임인사를 드리고 내려가는 우리 가정의 뒤통수에 담임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을 잊을 수가 없다.
"이목사님 가정이 여기서 행복한 목회하도록 많이 기도해 주시고 도와주세요"
맙소사. 이게 무슨 말이야. 누가 우리의 행복 따위를 신경 쓰냔 말이야. 감동의 도가니였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우리 학자 목사님은 "여기서 오래 있을 수 있도록"을 주문하셨었는데.! (오래 있을 수가 없었지. 그렇게 될 거란걸 학자 목사님도 알고 계셨을까요_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질 않을까요_)
나는 행복한 목회를 주문한 목사님을 범 목사님이라고 불렀다. 범 목사님이 왜 범 목사님이시냐면, 부목사들이 성도를 심방하고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성도가 때로 교구담당 부목사를 더 의지하고 따르더라도, 전혀 불안해하거나 비교하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범 목사님의 어록이 있다. "아무리 그래봐야, 너희들은 부목사야. 나는 담임목사고. 이렇게 나보다 키들도 더 크고 유능한 부목사들이랑 동역하는 내가 얼마나 더 멋진 사람이냐." 하셨는데, 이게 부목사를 낮추는 게 아니고 아아 이 분은 자기 효능감 초고렙 쌉고수이다!!라는 감탄이 나올 그런 어투와 분위기로 말씀하셨었다.
학자 목사님은 자기를 초대하지 않고 부목사들만 식사를 대접했다는 소식을 들으시면 항상 얼굴빛이 달라지시는 바람에 누가 차 한잔 하자고 연락이 와도 이걸 응해도 되나 고민이 되었다. <나중에 사역지를 옮기면 내 성도에게 절대 연락하지 말라>고도 하셨었다. 그게 예의라고 생각해서 원래 그런 행동은 안 하고 살았는데, 또 그렇게 콕 찝어 말씀하시니 우리가 무슨 성도 스틸러라도 된 것 같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기에게 자신감이 그렇게 없으신가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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