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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Apr 05. 2024

사모의 열등감

겉으로는 웃지요


나는 장로의 딸이 아니다.


우리 집안에 선교사님도 목사님도 없다.


내 전공은 유아교육과가 아니다.


교회음악/ 피아노/ 성악도 아니다.


나는 정치적이고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다.




결혼 이전에는 이런 것들이 특별히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들이었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다른 사모님들이 가진 조건들이 엄청 멋져 보였다.

심지어 목사님이신 사모님들도 여럿 계셨다.

그녀들은 교단에서 남편목사님보다 더 입지가 굵기도 했다. 새벽예배 때도 엄청난 기세로 기도를 하셔서 부흥회 분위기로 후끈 달아오르게 장악하셨다.

남편목사님의 모든 사역 현장에 함께 하시는 사모님들도 꽤 계시다. 나는 체력도 안 좋고 사람 많이 만나면 너무나 에너지가 소진되는 사람이기에, 꼭 참석해야 하는 자리가 아니면 나가지 않는다.



남편이랑 사이가 안 좋은데 남편이 청년부 사역을 했었다. 집에서 나랑 있을 땐 냉랭하다가 밖에 나가면 남편은 세상 온화하고 자상해졌다.

조건 좋고 착한 OO자매를 보면
남편이 속으로
나랑 결혼한 거 후회하는 거 아닐까?

(그 청년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저 혼자 머릿속에서 소설을 썼어요. 죄송합니다)

이런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지금은 비록 우리 사이가 안 좋을지언정

남편은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꾸준한 사람이라는 걸 온전히 신뢰하지 못했고, 남들은 아무도 신경도 쓰지 않을 주제들로 혼자 끙끙 앓았다.

그때의 나는 참말로 못났던 것 같다.

그래서 요즘 한창 인기리에 방송 중인 <나는 혼자> 연애프로그램에서 충분히 매력이 있음에도 스스로 자신감 없는 여성출연자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옛날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교회에는 전 연령대를 아울러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많다.

여초집단에 매일 남편을 내보내는 심정이란-_-

지금은 우리 남편도 늙어서 그런지 내가 초연해져서 그런지, 코로나 시대를 지나오면서 문화가 바뀌어서 그런지 별로 없는데, 옛날엔 예배 끝나면 나가시면서 악수를 참 많이 하셨다.

가볍게 눈인사하면서 손 한두 번 흔들고 가시면 될 텐데 손을 덥석 붙잡고 통행 흐름에 방해가 될 정도로 "아이구 목사님~"하시며 손등을 한없이 쓰다듬으시는 할머니 권사님들이 많으셨다. 그리고 그런 유난한 분들은 홀로 되신 분들이 대개였다. 연관 짓지 않으려 해도 꼭 그런 껄쩍지근하고 거시기한 것이 있었다.

남편은 교회에선 나랑 눈도 잘 안 마주쳐 주는데.

여러 가지로 기분이 언짢았다.


보고 있자니 열이 받고 안본체 하자니 빡치네






불안과 질투로 점철된 나의 20대였다.




#내 남편 손은 공공재

#왤케 주물러싸, 뭔 슬라임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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