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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Mar 29. 2024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지만

매번 눈물이 납니다_ 그리운 사람들


부목사로 살다 보면 만남과 헤어짐은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전도사 시절, 큰 교회에 있을 때는 알지 못했던

'교구 담당 목사'의 무게가 있다. 사역지 이동에 대한 소식을 전했을 때 성도들의 반응 각양각색이다. 

 좋은 교회로 가시는 거겠죠? 하며 앞길을 축복해 주시는 분, 거기서도 잘하실 거예요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분, 우리는 어쩌고 거길 가시느냐며 속상해하시는 분, 사임날짜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들러 얼굴을 보고 가시는 분...  그러나 '서운함'을 가장 적나라하게 첫 번째 감정으로 내비치는 분들은 단연 우리 교구 성도들이다. 눈물을 비치기도 하시고 이삿날 새벽부터 찾아오시는 분들도 바로 담당교구 성도님들이시다. 직장이 바쁘셔서 예배 때 외엔 많이 대화도 못 나눈 사이임에도, 여러 달 양육프로그램을 함께 했던 성도들보다 어떨 땐 더 많이 아쉬워하신다.


사역지를 옮기게 될 때마다 또 어떤 성도들을 만나게 될지, 설렘과 긴장감이 감돈다.



사모로서 가장 힘든 것도 바로 이 만남과 헤어짐이다.

어린 사모였을 시절에는 그게 너무 아파서 '담임목사가 되기 전까지는 어차피 헤어질 사람들인데 헤어질 때 덜 아프려면 그냥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참, 쉽지 않다.

애초에 불가능 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 어떻게 목회를, 양육을 할 수 있으리.


나는 겉모습은 세상 새침한 서울깍쟁이처럼 생겼지만 마음속에는 숯불을 가진 여자다. 이러니 저러니 생각이 많아도 항상 사역지를 이동하고 정들었던 성도들과 헤어질 때가 되면, 몇 주를 몸져눕고 밤마다 이불을 눈물로 적신다.


헤어진 지 수년이 흘러도 어디서 우연히 비슷하게 닮은 분을 보면 "OO교회 O집사님 닮았다 그치?" 남편과 이야기하며 반가워한다. 그저 닮은 사람일 뿐인데도, 마치 성도님을 직접 만난 것처럼 가슴이 뛰고 설레곤 한다. 물이 찰랑찰랑 가득 차 있던 양동이가 한순간에 와락 쏟아지듯이 그분과 있었던 좋았던 기억들이 머릿속에 촤악 펼쳐지곤 한다. 그러면 카톡에서 프로필 사진을 통해 그 반가운 얼굴을 한번 더 찾아보고, 사진으로 드러난 근황을 짐작해 본다.


그렇지만 사역지를 옮기고 나면 아무리 그리워도 이전 교회 성도들께는 개인적으로 먼저 연락을 드리지 않는다. 그게 담임목사님께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목사는 어디까지나 담임목사님을 돕고 목사님의 목회를 위해 한마음을 모아야 할 위치이지, 성도들의 마음을 가지고 내 사람을 만들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늘 그분들을 기억하고 있는데, 연락이 차츰 뜸해져 갈 때면 '이제는 우리를 잊으실 때도 됐지' 싶으면서도 내심 아쉽다.






#나를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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