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매영 Mar 16. 2024

메아리 가득한 동네

 비명 소리에 깼다. 눈을 채로 한참을 누워 있었다. 꿈에서 들은 건지 현실에서 들은 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다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니다. 고함 소리였다. 아침부터 뭐가 그렇게 화가 나 있는 것일까.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었다. 삼색의 무늬를 가진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엉킨 털과 절뚝거리는 다리에 내가 다 처참해지는 기분이었다. 창문을 닫았다. 집에 고양이 참치라도 조금 사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이라도 해야 외면했다는 죄책감이 덜해질 같았다.


 우리 동네에는 늙고 지친 사람들이 많이 산다. 반찬을 나누는 사람들 사이에서 왜 자신은 주지 않느냐며 온갖 쌍욕을 하는 노인부터 무단 투기를 제일 많이 하면서 무단 투기하는 다른 사람의 멱살을 잡는 노인까지.


 위협적이기는커녕 외로워만 보이는 사람들. 경사가 높은 곳에 살면서 목청만 늘어난 사람들. 그들이 외친 고함은 메아리쳐 동네 구석구석을 간섭하다 사그라진다. 내가 들은 고함은 오늘의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


 쓰레기봉투를 내놓기 위해 나갔다. 음식물 쓰레기 봉지가 엉망으로 뜯어져 있었다. 다시 한번 고양이 참치를 조금 사둬야겠다고 다짐했다. 경사의 끝을 봤다. 2년 전에 화재로 온 동네를 탄내로 가득하게 했던 곳이었다. 고물을 모아 생계를 유지하던 노부부의 집은 이제 완벽한 공터가 되어 있었다. 화재 원인은 쓰레기를 태우다 불이 옮겨 붙은 것이라 했었다. 그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홀로 남은 할머니는 거처도 없이 떠돌아다니신다는 이야기만 들었는데 어떻게 되셨는지는 모르겠다.

 

 깔끔한 공터는 아무리 봐도 눈에 익지 않는다. 나는 왜 불에 탄 집과 고물이 보이는지 모르겠다. 이것도 메아리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비명과 고함과 늙고 지침이 가득한 동네. 과거에는 공동묘지였던 동네. 골로 간다의 어원인 동네. 온갖 불안과 불행을 숨기지 못하는 동네. 그래도 모두가 어떻게든 살았다고, 살아가고 있다고 숨기지 않는 동네라 좋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