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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롬나 Sep 18. 2024

취미 생활에서 의미를 찾아보기

어쩌다보니 독서모임을 운영하게 되다.


친구의 말에 홀린 듯이 나는 취미생활에서 의미를 찾아보기로 했다. 일단 좋아하는 책을 함께 읽는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일요일 아침 10시에 집 앞 근처 카페에서 하는 모임이었는데, 그 카페의 모임관련 책임자가 맡아서 운영했다. 내가 처음 들어가기 전에는 어떤 분위기였는지 모르겠지만, 책임자가 모임을 점점 소홀히 하는게 느껴졌다. 일요일 아침 단잠을 이겨내고 모임 장소에 도착하면, 나 혼자 덩그러니 있는 횟수가 많아졌다.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참석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면서 모임이 갑자기 없어졌다.  또 다른 독서모임들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장소와 시간이 맞지 않아서  방황을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내가 왜 수동적으로 모임을 찾아야할까, 내가 원하는 독서모임을 만들어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장소, 날짜, 시간, 책 선정과 모임 방식을 직접 만들어서 운영을 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 마침 책에 관심 있는 친구를 설득해서 모임을 만들게 되었고, 패기 있게 블로그에 첫 모임 공지를 업로드 했다. 첫 시작은 살짝 망설였지만 뒤로는 일사천리로 책 관련 카페에 홍보를 하고, 주변에 하고 싶은 지인들까지 영업하며 내향인간 최대치의 적극적인 활동을 하였다.


그렇게 일주일 가량 모임 홍보를 했을까, 문자로 모임 신청자 연락이 왔다. 30대 남자/공무원/소설을 좋아하는 분이었다. 첫 신청자의 연락에 너무 감동을 하며 친구와 소리 지르면서 기뻐하던 게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어서 20대 여자/직장인/에세이 좋아하는 분, 40대 남자/의사/인문학 좋아하는 분, 30대 남자/직장인/정치,사회학 좋아하는 분, 30대 여자/작가/소설,에세이 좋아하는 분까지 무려 5명이나 모여서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친구와 2명만 모여도 총 4명으로 소수 인원으로 모임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5명이 모이다니 너무 감격스러웠다.


첫 모임은 스터디룸을 대여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수줍은 자기소개로 시작해서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이야기 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건 같은 책을 읽어도 7명 모두 다르게 생각하는게 신기했고, 서로 공감 갔던 부분에 덧붙인 본인의 경험담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진행이 되었다. 결국 모임 시간을 조절하지 못해서 2시간에 1시간이나 더 연장해서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책을 읽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하다보니, 얄팍하고 공허하기만 했던 내 일상이 도톰하게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으로 내 힘으로 뭔가를 만들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되었다. 평생을 수동적으로 맞춰져서 생활을 하던 내가 능동적으로 내 힘으로 뭔가를 직접 한다는 것이 처음 시작만 어려웠지, 운영을 하다 보니 너무 재밌었다.    

무엇보다 책이라는 공통 매개체가 있다 보니 사람들과 더 쉽게 마음이 열렸고, 어떠한 이야기를 해도 친근하게 느껴지며 더 깊숙이 빠져들었고,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깊게 만들어갔다.        


그렇게 나는 3년을 1달에 2번 일요일을 한 번도 쉬지 않고 모임을 운영했다. 모임을 할 때마다 모임 서기를 도맡아서 그날 사람들이 어떤 말을 했고, 책의 어떤 내용이 인상적이었는지 빠짐없이 모두 공책기록했다. 모임이 끝나면 기록들을 정리해서 항상 블로그에 업로드했고  기록들이 쌓여가는 걸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 받는 느낌이 들어서 뿌듯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그저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앞서다보니 점점 생업 보다 모임에 매몰 되었다.

점점 모임장인 내가 지쳐가고, 그런 나를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체계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모임의 참석 여부에 따라서, 블랙리스트 제도를 만들고 분기별 모임 후 휴식 한 달, 연말 모임, 야유회, 책 모임을 하면서 부가적으로 영화 모임, 보드게임 모임, 등산 모임,맛집 모임, 1박 2일 여행까지 무한정으로 하고 싶은 걸 다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어떤 회사에 들어가도 만족하지 못하던 생활들이 취미생활로 충족이 되다 보니 삶에 윤택함이 돌기 시작했다. 사람 사는 게 별거 없구나, 내가 원하는 것을 직접 만들고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점점 자신감도 생겼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모임은 중단 되었지만,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모임을 운영했고, 내가 하고 싶은 활동들과 원하던 목표들을 거침없이 실행하였다.      


나는 그동안 내향적인 성격으로 뭐든 못 한다는 고정관념에 짓눌려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완벽하게 뛰어난 모임은 아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재밌고 사람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모임을 운영하였다.


7년 동안 모임 운영을 하면서 인간관계의 소중함과 리더십의 중요성까지,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몸소 느끼면서 부족한 걸 채워나갔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을 보냈다.      


독서모임을 오래 운영하면서 다양한 책들을 읽게 되었고, 그때 나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확장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항상 나는 좋아하는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는 무색무취 인간이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그런 내가 책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관계를 확장하며 또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되었고, 결국 나의 취향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찾게 되었다.      



앞으로도 나는 꾸준히 책을 읽으며 작가님들의 문체, 상상력, 지식들을 풍부하게 배우고 싶다.

그리고 배운 것들을 토대로 사람들이 공감하고 위로 받을 수 있는 글과 그림을 계속 그리면서,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좋아하는 취미 생활이 있다면, 일단 최선을 다해서 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그 안에서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또 다른 세계가 확장 될 수도 있으니까요.      



fromna_grida@naver.com


https://www.instagram.com/fromna_gr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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