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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young Oct 01. 2023

가을 선셋

제주 선셋, 우도, 문정희




 9월의 상사화를 보러 갔어. 예전에 덥고 난분분해 보이던 사원 근처의 붉은 꽃무리를... 

어찌 이리 폐부를 찌르는 선홍이었나 마음 한 편이 놀라고 있었어.

우리는 자주 사랑에 대해 냉소적 반응을

보이곤 . 당연히 제대로 된 열정의 사랑은

가져볼 생각도 없이 눈앞에 놓인 삶에 지쳐

살았을 거야. 

 요즘 다시 문정희의 시집을 보다가

전라를 드러내는 발칙한 발상들 뒤에

사랑의 본질을 놓지 않기품도 있다는 걸

깨닫게 돼. 붉은 더미   

산사처럼....



 지난주엔 읽고 있던  '달과 6펜스'까지  일주일의 제주여행을 따라갔어

가을 바다를 보는 멋진 섬여행이 될 거라 기대했지. 지난날 아이들과 숨 가쁘게 치러 낸 차례의

수학여행으로 남들 다 좋아하는 제주도엔 전혀 흥미 없이 살았지만 일로서가 아닌 즐기는 여행객이 되어 보는 첫 꿈을 꾼 거야.

 숙소를 향하던 버스길에 처음 본 거리의 집들은

이리 아기자기하지만 북제주의 거리는 대부분 낡고 때 묻은 건물들이 많은 구도시였어. 항상 생각하는 돌담 낮은 제주와는 또 다른 민낯이었지.

 근데 일주일을 머물고 떠나와서 어두웠던

거리를 다시 걸어보고 싶어지는 기분은 뭔지?


 은빛 갈치가 싱싱하던 동문시장을 혼자  나섰다가 밤거리에서 인터넷으로 길을 찾아주던 씩씩남학생들과 불 밝힌 양품점의 친절한 아가씨를 만난 건- 갈대로 엮은 여름가방을 하나 사주긴 했지만

-현실 제주도민을 만나 본 좋은 기억들이야.

일주일의 동선을 눈여겨보다 애초에 자주 던 유명 관광지는 안 따라가고 어느 푸른 해변에선가

가져간 책이나 다 떼고 와야지 또는 이중섭의 그림이나 실컷 즐겨야지 했던 우리 식의 여유는 없어졌어.

매일매일 한두 곳이 함께 하고 싶은 곳이었거든... 비 온 후 비자림이처음 가보는 우도같이 기가 막힌

자연 속을 함께 걷는 것 말이야.

 

  전화로는 다할 수 없는 제주의 바다 사진을 몇 보여 줄게.

 사실 9월 치고 날씨가 너무 더워서 햇볕 속을 오래 걷는 것, 열심히 사진 찍어대기 이런 게 귀찮아져서

 머릿속에 담긴 만큼의 사진을 남기지 못한 건 좀 아쉽네.

 물빛이 너무 깊어 꼭 다시 와서 수영해보고 싶던 함덕 해수욕장과 푸른 하늘과 바다빛에

 눈을 뜰 수 조차 없던 협재 해변이야.

 함덕에서는 가을이었지만 몸 좋은 외국인 수영객이 많았는데 그 민트빛 물살에는 나도 한번

 잠겨 보더라. 외국 해변에서는 노인(?) 수영객 흔한데 우리는 그게 또 귀하네요.

 해변카페는 붐비지만 않는다면 최고 수준의 배경과 베이커리라고 추천하고 싶어.

 언젠가 좋은 계절에  다시 한번 앉아 보고 싶은 곳 함께였던 좋은  이들과...!

 



 비를 피해 뛰어들어 선 우도의 한 이층 카페는

빗물이 흘러내리던 창너머로 파도와 흰 등대,

바람에 흔들리는 푸른 풀들이 어우러진 전망이

아일랜드 여행사진 ..

비 덕분에 오래 쉬었던 찻집이야.  

 싱싱한 물회와 회국수를 먹을 수 있던

작은 어부의 가게, 오후 수영하기에 좋은 해변이

코앞에 있는 숙소들... 이 동네는

2,3일 느린 여행하기에 정석인  같아.

 여행 후 후배에게도 업무인생  

 말고 꼭 다녀 가라고 추천했는데

눈앞의 일 중독자들이라 잘 안될 거야. 아마

우리가 그러했듯...


 MOMA에서 오래 바라본 루소의 그림 점과

서머셋모옴 작품과연관을 찾는 지난한 시간 게을러지는 요즈음

노벨상 욘 포세의 작품 2권은 또 들였네  

하릴없이 동네 서점이 코앞인 이  부지런함...ㅎ


 

 이 여행의 마무리는 제주바다 보트 위에서의 선셋이었는데  문장으론 표현할 수 없는

파스텔 오렌지 서서히 하늘과 바다로 번져 가던 2시간 여의 항해를 했어.

 우리는 와인을 마시며 놀거나 다른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과의 교류도  하고 선실 위로 가 저마다의

포즈로 선셋 배경의 멋진 사진을 얻기도 했지.

새로 사귄 한 친구는'이 나이에 뭔들'하는 개방감과 솔직함이 매력인 전업주부였는데

각자 다른 신선하여 여행 후에도 종종 카톡을 날리는 사이가 되었단다.

 해가 수평선에 닿을 무렵 더 화려해지던 

모두가 말수를 줄였어. 

생 날 것의 감정선들이 숨겨 둔 날개를 털며 지는 햇살에 몸을 던지던 순간이야. 

그것이 무엇이든...!

 


 긴 병을 견디는 멋진 내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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