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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틴 Jul 10. 2021

오이랑 계란 때문에 싸웠어요.

와이프라 쓰고 룸메이트로 읽습니다 - ⑩


저는 션이 아닙니다.

그래서 룸메이트와 싸울 때도 있습니다.


애초부터 다툼이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좋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다툴 땐 다투어도

이후에 어떻게 풀지에 대해 좀 더 고민했어요.


결혼을 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소한 이유가 원인이 되곤 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죠.


룸메이트가 요리를 하고 제가 설거지를 하는데

씻어야 할 그릇이 너무 많아요.


분명 비빔면을 1그릇씩 먹은 것뿐인데

싱크대에는 집들이한 것처럼 그릇이 쌓여있어요.


바닥에는 오이 껍질이랑 계란 껍데기가 있는데

오이는 조각을 한 건지, 껍질이 너무 두꺼워요

오이를 1개만 쓴 줄 알았는데, 2개를 썼더군요.


계란 껍데기는 일반 쓰레기로 버릴 수 있으니

바로 쓰레기통에 넣자고 했는데, 왜 말을 안 듣는 거죠?

타이르기도 하고 주의를 준 적도 있는데 왜!!!


스멀스멀 짜증이 올라오는 걸 참고 있는데

세제 거품이 옷에 튀었습니다.


"아이씨~"

"뭐야 왜 그래?"


옷에는 거품이 묻어 있고

얼굴에는 짜증이 묻어나네요.


"아니야. 거품이 묻어서 그래"


설거지를 마친 제 얼굴에는

여전히 뾰루퉁한 표정이 한가득


"화났어?"

"..."

"말을 해~"

"아니~ 그릇은 왜 이렇게 많은.. 블라블라"


제 말을 듣고 있는 룸메이트의 미간이

점점 좁아들고 있습니다.


"지금 그거 때문에 짜증 내는 거야?"

"나도 할 말 얼마나 많은 줄 알아?"


10분 동안 서로 마주 앉아서

100분 토론보다 더 치열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안 해도 될 이전 이야기까지 꺼내며

서로의 잘못을 지적하고 상처를 주는 시간들이었죠.


헬륨 풍선처럼 감정이 부풀어 오른 상태에선

대화를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우리 조금 있다가 다시 얘기하자"


각자 서로 다른 방에 가서

감정을 다스립니다.


30분 후

아까 그 자리에 다시 모였어요.


"자기부터 하고 싶은 말을 먼저 해"

"말 끊지 않고 다 들을게"


아까보다 감정이 누그러진 상태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데, 상대방이

반박하지 않고 다 들어줍니다.


서로의 얘기를 다 들은 후에는

아까 내가 실수한 부분에 대해 사과합니다


상처를 주기 위해 예전 이야기를 꺼냈거나

말끝마다 꼬투리를 잡았던 행동 같은 거 말이죠.


"아까 내가 그렇게 말해서 미안해"

"배려해주는 걸 아는데도 화가 나서 그렇게 말했어"

"앞으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게"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대부분 화가 풀려요.

남은 건 표정인데, 아직은 서먹서먹하고

입도 살짝 삐져나와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다툼을 푸는 마지막

액션으로 직접 만든 하이파이브를 합니다.


'미국 유치원의 특이한 인사법' 같은

영상을 보신 적 있나요?


몇 가지의 인사 방법을 아이들이 선택하면

선생님이 맞춤형으로 인사를 해주는데요.


거기서 착안해서 저희는 주로 손동작으로

구성된 하이파이브 인사법을 만들었어요.


마지막은 영화 E.T의 명장면처럼

손가락과 손가락을 맞대는 모션이어서

웃음이 절로 나와요.


저희가 다투었을 때 하는 행동들은 

크게 4단계로 정리할 수 있어요.


1. 30분 정도 감정을 다스릴 시간을 가지기.

2. 서로의 말을 들어주되, 말을 끊지 않기

3. 상대방에게 실수한 부분에 대해 사과하기

4. 우리만의 하이파이브 인사법으로 웃으며 끝내기


부부만의 인사법을

만들어보세요.




<와이프라 쓰고 룸메이트로 읽습니다> 시리즈


0. 프롤로그

1. 이상형 조언해주다가 사귀게 되었습니다.

2. 나중에 우리 거실은 어떻게 꾸밀까?

3. 원룸 계약 끝나면 우리 그냥 합칠까?

4. 상견례에서 결혼 프레젠테이션을 하다.

5. 신랑님~ 혹시 신부님이 외국인이세요?

6. 이거 프로포즈 아니야, 다시 해

7. 명절 때 어디부터 갈까?

8. 요리 vs 설거지 중에 뭐 할래?

9. 돈 관리, 누가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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