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라 쓰고 룸메이트로 읽습니다 - ⑫ 에필로그
"잠깐만! 신중하게 한번 더 생각해도 돼"
"음.. 그럴까? 나중에 다시 올까?"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시작돼서 그런지
관악구청에는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의 대기줄이 매우 길었습니다.
"혼인 신고서가 어디 있지? 여기 있네!"
"장난치지 마라. 그거 이혼 신고서야."
전통 혼례를 올린 지 1년 하고도 몇 달이
지난 오늘, 저희는 혼인 신고를 하러 왔어요.
서로 좋고 믿음이 있기에 결혼했지만
혼인신고는 조금 여유 있게 하기로 했습니다.
충분히 연애를 했지만 그래도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죠.
그리고 오늘이 바로
약속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룸메이트가 적는 걸 보고 있는데
한글 이름만 적고 한문 칸은 넘어갑니다.
"자기.. 이름 한문으로 적을 줄 몰라?"
"이거 지금은 안 쓰는 글자라 컴퓨터에도 없어"
어디서 약을... 파는 줄 알았는데
정말 컴퓨터에도 한문이 없습니다.
혹시 선생님은 조선시대에서 오셨나요?
기입 항목을 다 적고 사인까지 완료!
이제 제출만 하면 되는데, 서로 쳐다봅니다.
"선생님..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우선 50년만 같이 살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죠"
관악구청 민원실 7번 창구에
서류를 제출하고 확인증을 받았습니다.
밖으로 나가기 전에 악수를 했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인증샷을 찍어서 가족 카톡방에 올리니
다들 축하해주십니다.
"이제 진짜 어른이 되었네"
"축하해 앞으로도 잘 살아~^^"
남동생들의 멘트는
좀 더 현실적이에요.
"취소불가 아래에 한부모 지원신청서도 있어"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버렸네"
흰 웨딩드레스 대신 전통 혼례복을 입고
상견례에서 결혼식 프레젠테이션을 했던,
저희는 드디어 법적으로 부부가 되었습니다.
오이와 계란 때문에 싸우기도 하고
가끔은 카페에서 각자의 시간도 갖겠지만,
지금보다 더 재미나게 살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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