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YOSIL Sep 05. 2020

[히말라야트레킹]오스트레일리안'힐링'캠프

2017 히말라야트레킹 이야기(5) 마지막 이야기

*2017년 히말라야트레킹 당시 기록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2017 히말라야트레킹 이야기(4)


DAY 08

Sinuwa > Jhinu Danda > New bridge > Landruk


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낸 다음날도 다섯시에 눈이 번쩍 뜨였다. 히말라야 한정 아침형 인간이 되었나보다.

시누와에 돌아올 계획이었어서 짐을 일부 맡겼었다. 오늘부터 짐이 다시 무거워진다. 그래도 내려가는 길이니 가뿐하겠지.

아침 식사는 스프링롤과 토스트+계란후라이의 환상 조합에 커피를 곁들였다. 요리 솜씨로 이 구역 짱먹는 츤데레 셰프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서 존경을 표했다. 그림은 셰르파롯지 계산대 아래 붙여졌다. 그는 허허 웃고는 가버렸는데, 디펜드라를 통해 물한통 쿨하게 쏘셨다. 역시 츤데레!!!ㅋㅋㅋ

잘 보기 힘든 츤데레셰프의 웃음!
맛있는 시누와의 아침식사

2박을 하면서 무섭게 정이 들었는지, ABC는 다시 안가더라도 이 시누와 롯지는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늘은 란드룩까지 걸어가서 자고, 내일은 포타나까지 지프를 타고 이동해서 한시간 걸어가면 오스트레일리아캠프(오캠)다. 이 트레킹의 마지막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벌써 아쉽다. 오늘 촘롱 오르막도 아쉬울 판이다. 과장님네는 오늘 점심쯤 우리와 헤어져 포카라로 바로 가신다. 같이 오캠에 가자고 꼬셔봤지만 우리보다 일정이 하루 적어 그냥 포카라에서 쉬시겠단다.

오늘은 시간이 있어서인지, 촘롱의 가파른 오르막에서 다같이 사진도 찍고, 지난번 그냥 지나쳤던 독일식 빵집에서 커피와 빵을 먹는 여유를 부린다. 다들 웃고 떠들고. 불과 며칠전 처음 만난 사이지만, 무지 오래 만난 친구들같다.


촘롱의 탁 트인 언덕에서
우리 가이드들과 길에서 만난 귀여운 학생들
다같이, 나마스떼!
독일 빵집에서도 꽃받침

하루쯤 묵고 싶은 촘롱을 지나서, 온천이 유명하다는 지누난다에 도착했다. 온천에 도전할 생각은 없었고, 롯지에서 물한잔 마시고 일어선다.

뉴브릿지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과장님네와 헤어졌다. 디펜드라와 비스무허리는 늘 따로 식사를 했는데, 이 날은 처음으로 같이 먹었다. 왠일로 인터넷이 잡혀서 지금껏 계속 불렀던 '상어가족'과 ‘도수레’ 노래를 유튜브로 찾아들었다.

뉴브릿지에서 과장님네와 마지막 꽃받침!

트레커들이 많이 줄어 한적하게 넷이서 산길을 걸어간다. 고도가 낮아져서 점점 더워지고, 뉴브릿지라는 긴 다리도 건너고, 폭포도 구경하고, 디펜드라는 거머리도 물리고. 란드룩 가는 길에도 일이 많았다.


란드룩은 도로변 큰 마을이다. 오늘따라 지역 배구 경기가 있어 사람들로 북적인다. 다펜드라답게 차가 다니는 길 바로 앞에 있는 아늑한 롯지를 얻었다. 저녁엔 열흘만에 처음 맥주를 마셨는데 알딸딸하다.

디펜드라가 별을 볼 수 있는 롯지의 옥상을 알려줬다. 하늘에도 별이 있고, 건너편 마을 불빛도 별처럼 보인다. 도시야경 부럽지 않다. 낮의 배구 경기에 이어 마을 축제가 이어져 새벽까지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시끄럽다. 침대에 누웠다가 다시 옥상에 올라가 별도 보다가, 수다도 떨다가, 음악도 듣다가- 사람들 소리가 잠잠해진 후에야 잠에 들수 있었다.

에베레스트 맥주, 여기 와서 처음 먹은 맥주다!
이 구역 명당, 옥상에서 별구경 중
DAY 09

Landruk > Pothana >Australian Camp


아침식사하는데 간밤에 시끄러웠다며 트레커들이 툴툴거린다. 마당 텐트에서 잔 디펜드라와 비스무허리에게 어제 나가서 놀았냐고 물었지만 푹 잤단다.

일곱시반 지프차를 예약해두어서 아침을 먹고 부랴부랴 출발!!

란드룩 롯지 마당. 우리가 탈 지프.

9일만에 차를 탔다. 자동차의 속도감에 네명 모두 신나서 노래를 부르다가, 인터넷이 터지길래 블루투스로 아이돌 노래를 빵빵 틀었다. 우리의 노래에 반응도 없던 운전수 분이 시크하게 블루투스를 착착 연결해주는 걸 보니, 이 분도 네팔 츤데레로구나.ㅎㅎ 트와이스, 쇼미더머니, 선미, 아이유, 볼빨간사춘기, 슈퍼주니어....쿵짝 쿵짝 신나는 드라이브를 즐긴다. 울퉁불퉁 길 덕분에 자동 댄스~ 밖은 뭐 더할나위없는 풍경이고.

풍경이 너무 멋있어서 지프에서 잠시 내렸다. 디펜드라 점프! 역시 젊구만.

중간에 지프가 서더니, 여기서 사진을 찍으란다. 계곡 너머로 설산이 보이는 멋진 전망대다. 꽃받침도 하고 점프도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40분 정도 더 신나게 달린 후 차를 세웠다. 포타나라는 마을인데, 여기 체크포인트에서 체크를 하고 한시간 남짓 걸어가면 오스트레일리아캠프에 도착한다. 마을을 빠져나가니 곧 아기자기한 산길이 이어진다. 편한 수준의 네팔 평지를 즐기며 걷는데, 얼마안가 언덕 위에 예쁜 문이 보인다. 오스트레일리안캠프의 우리 숙소다. 무려 아침 아홉시에 걷기 일정 종료.

포타나 마을에서 한시간 정도 걸어가 오캠에 도착!

탁 트인 평화로운 잔디밭에서 설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숙소가 완전 마음에 든다. 짐을 풀지도 않고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음악을 틀어놓고, 그네를 타거나 커피를 마셨다. 9박 10일 트레킹 이후 처음 가져보는 여유다. 너무 좋은데??

이곳은 천국인가...
완벽한 힐링

오캠에서 우리가 하루종일 한 것들-

그네타기, 아이유의 음악듣기, 의자에서 졸기, 잔디밭 산책, 하염없이 파노라마 구경하기, 핫레몬 마시다가 커피 마시기, 백숙먹기, 저녁먹기, 서로의 사진 구경하기 등등.

서로가 찍은 사진을 보며 깔깔 웃었다. 주구장창 꽃밭침, 굴욕 동영상, 높이가 낮아 슬픈 점프샷, 디펜드라와 비스무허리의 핑크빛 브로맨스 사진들...

불과 며칠 전인데 그립다.

그렇게 열흘간의 여행 얘기를 하다 밤이 되었다. 마지막밤이라니, 아쉬워서 침대에 누워서도 언니와 계속 추억팔이를 한다.


DAY 10

Australian Camp > Kande > Pokhara


마지막 히말라야 일출

오캠도 일출을 봐야 한다. 숙소에서 조금 걸어가면 있는 탁 트인 일출 전망 포인트에서 캠핑이랑 캠프파이어도 하는 모양이다. 전에 디펜드라가 여기에서 묵을 거냐 물은 것 같은데 우린 밖에서 자면 입돌아간다며 방을 선택했지... 음...여기 묵었어도 꽤 괜찮았겠는걸?ㅎㅎ


지금껏 본 설산이 다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포카라까지 보인다. 세번의 일출장소 중 가장 탁 트인 전망대다.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은 어쩌다 이런 명당을 찾은 걸까.

그나저나 히말라야 일출 중경-근경-원경 3종 세트를 알차게도 본다.

일출을 보고 돌아와 아침을 먹으니 이제 진짜 돌아갈 시간이다. 괜히 그네타고 음악듣고 풍경보고 사진을 찍으며 미적거리다 우리의 힐링캠프에 작별을 고했다. 다시 와야 할 곳 하나 추가요.


한시간 정도 걸어내려가면 차가 다닌다고 한다. 늘 실실거리는 비스무허리를 놀려대며 걸으니 금방 도착이다.

평화로운 오캠, 다시 가고싶다.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틀어준 흥겨운 네팔 노래들로 어깨춤이 저절로 난다. 그런데 갑자기 기사님이 차를 세우더니, 개인용무 보고 10분 후 나타나심. 이게 뭔ㅋㅋㅋ 그래도 약 40분 만에 포카라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장비샵에 들러 빌린 배낭을 반납하고 숙소에 열흘만에 도착했다.

맡긴 짐을 찾아 방에 와르르 쏟아내고, 빨래를 한꺼번에 맡기고, 샤워도 했다. 옆방에 과장님네와 하루만에 다시 만나니 정말 반갑다!

저녁에 과장님네와 가이드, 포터들 모두 함께 삼겹살 파티를 했다. 디펜드라와 비스무허리는 조금 늦었는데 자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USB에 담아오느라 늦었다고. 정말 디펜드라 센스에 마지막까지 감동이다. 삼겹살도 먹고 네팔 별미라는 야크치즈도 구워먹으며 여행 추억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 다음날 저녁에도 디펜드라를 불러 시내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식사를 대접했다. 열흘간의 트레킹 이야기는 반복, 또 반복해도 재밌다. 그러다 디펜드라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요즘 웹디자인과 한국어를 독학으로 공부중이라고. 언젠가 트레킹 웹사이트를 직접 만들어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울 정도로 똑똑하고 야무지고 부지런하니까 분명 잘할 것이다. 언젠가 다시 와서 가이드를 부탁하기로 했다.

우리가 저 ABC에 닿을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멀쩡히 살아돌아온 것도, 다 우리 디펜드라 덕분이다.

열흘간 살뜰히 이 두 누나들 보살피느라 고생했고, 무지 고마워! 하는 일 다 잘되길 응원할게!

디펜드라와의 진짜 회식으로 포카라의 마지막 밤이 끝났다.

*그후에도 가끔 소식을 전해오던 디펜드라가 자신이 완성한 웹사이트를 보내줬다. 이걸 혼자 만들었다니, 훌륭하다. 이제 디펜드라 사장님이네!

www.gothehimalayakorea.com


다음날, 카트만두로 이동해서 하루 묵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동안 이 꿈같은 트레킹과 오캠의 전망이 생각나서 혼났다. 아직도 아이유의 밤편지와 가을방학을 들으면 그 파노라마가 생각난다.


아쉽기만 한건 아니다.

언젠가 분명 다시 갈 곳이니까.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에베레스트가 살짝 보였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안나푸르나 #오스트레일리안캠프 #포카라


2017 히말라야트레킹 이야기

(1) 내가 히말라야를 간다고?

(2) 불타는 설산을 보러, 푼힐

(3) ABC 턱밑까지 왔다

(4) 드디어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

(5) 오스트레일리안'힐링'캠프


*2018 뚜르드몽블랑 일주 여행기 1편

*2012 까미노데산티아고 순례 여행기 1편

*휴가로 갈만한 걷기여행 1편  

이전 10화 [히말라야트레킹]드디어,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