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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이야기 1. 문화의 실체는 이미 모두 알고 있다

by Motivator

오래전 있었던 일이다. 한 직원이 나를 찾아와, 잠깐 차 한잔 나누고 싶다고 했다.

“회사에 능력 있고, 함께 일하고 싶은 분들이 많은데… 결국 다 떠나고 있어요.
너무 안타까워서 고민 끝에 이렇게 말씀드리게 됐습니다.”


직원은 회사의 문제를 짚어주었다. 우리 조직의 문화,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부분까지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그 순간, 내 안에 깊은 울림이 있었다.

“정말 직원들은 모든 걸 알고 있었구나.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몰랐던 게 아니었구나.”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말하지 않는 상황. 과연 조직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걸까?


우리 것이 아닌 문화는, 단단해질 수 없다

많은 기업이 "우리만의 조직문화를 만들자"라고 외치지만, 실상은 이미 문화가 존재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가장 흔하게 범하는 실수는 ‘우리가 닮고 싶은 기업’을 기준으로 문화를 만들려는 것이다.

조직문화는 구호나 문구, 이상적인 문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조직이 걸어온 여정 속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겨왔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반복되어 왔는지, 우리만의 성공방정식은 무엇이었는지를 성찰하며 찾아가는 내부 관점의 과정이어야 한다.


멋진 말, 그럴싸한 문장으로 문화를 포장하면 오히려 구성원들의 공감을 잃는다.


왜일까?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건 우리 얘기가 아닌데?’
‘현실과는 거리가 먼데?’
‘그냥 대표가 만들고 싶은 분위기겠지.’


많은 기업이 조직문화 정의에 실패하는 이유는,
결국 경영자의 머릿속에 있는 ‘이상적인 그림’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국 드러난다

조직문화의 결과는 내부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경영진과 리더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가에 달려 있다.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요즘 조직문화가 이상해요.”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아요.”
“문화 점검이 필요해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뭔가 잘 안 풀릴 때 우리는 너무 쉽게 ‘문화 탓’을 한다. 그리고 다시 구호를 바꾸고, 규정을 새로 만들고, 행동 강령을 정리한다.


과연 그것이 해법일까?


문화는 잘못이 없다.

문화가 이상하다는 말은 사실 조직의 방식이 일관되지 않거나,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신호다.
그리고 그 원인을 찾아보면, 대개는 이렇게 시작된다.

경영진이 현실보다는 이상적인 모습을 앞세운다.

구성원은 그 이상에 공감하지 못한다.

결국 문화는 ‘강요’처럼 느껴지고, 사람들은 입을 닫는다.


문화는 제도나 규정으로 통제할 수 없다. 문화를 세우는 데 가장 필요한 건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보는 태도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느끼는 현장의 온도를 읽어내는 감각이다.


문화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


조직문화는 구성원의 참여 없이 작동할 수 없다.

경영자가 혼자 정립하는 문화는 문화가 아니라,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요즘은 다양성을 강조하고, AI도 조직문화 분석에 활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AI도 알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말하지 않는 직원의 마음이다. 그들은 왜 입을 열지 않는 걸까?, 왜 우리가 만든 문화에 동의하지 않는 걸까?

그 질문에 답하려면, 관점을 바꿔야 한다.

조직 내부를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결국, 출발점은 ‘현실의 인정’이다

조직문화가 바로 서기 위한 첫걸음은, 모두가 알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구성원과 함께 이야기하려는 조직이라면, 직원들도 마음을 열게 된다. 하지만 현실을 부정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는 조직이라면, 입을 닫는 사람만 늘어갈 것이다.


출발점이 '우리'로부터가 아니라면 '아무도'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우선은 조직 내부의 현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고 출발점으로 돌아가보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 때문에 입을 열지 않고 있고 무엇 때문에 다가오지 않는가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왜 우리가 가고자 하는 문화를 정의하고 직원들에게 전달했는데 왜 내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움직여주지 않을까?


문화는 글로 정의된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 그 자체이다.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과 함께 느끼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아주 단순하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그리고 정말, 우리 안에서 출발했는가?


부족한 현재의 조직의 상황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먼저 마음을 열고 구성원들과 함께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직원들은 입을 열고 조직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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