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는 메뉴델디아가 있었다.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오늘의 메뉴라는 뜻이다. 점심시간 한정으로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 음료까지 포함한 점심 코스 요리다. 메뉴는 매일 바뀐다고 한다. 우리의 기사식당 백반인 셈이다. 그런데 가격이 스페인에서 상상도 못 할 만큼 엄청 저렴했다. 우리는 타파스 거리에 있는 식당 앞에 섰다. 식당 앞에는 오늘의 메뉴가 칠판에 적혀 있었다.
“아빠, 이 집은 2가지 메뉴를 선택할 수 있어. 다른 집은 선택권이 없거든.”
“그럼, 여기서 먹자.”
“식당 안으로 들어갈까?”
“사람 구경하면서 거리에서 먹자.”
식당 앞 테이블에 앉으니, 웨이터가 바로 튀어나왔다. 웨이터의 모습이 조폭 행동대장 같았다. 민머리에다 마동석 버금가는 덩치를 뽐냈다.
“아빠, 웨이터가 너무 무서워.”
"무섭기는 설마 우리를 때리겠니? 내가 무장해제를 시켜줄게. 아빠를 믿어 봐. Wow, Body Good, Face Handsome, Maybe Movie Star?”
“no, Health trainer.”
“Nice to meet you, I am a famous actor.”
“Really?”
“liar”
웨이터는 라이어에 웃음을 터트리며 나에게 주먹 악수를 권했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주먹 악수를 하고, 하이 파이브까지 했다. 우리는 메뉴 2가지를 주문했다. 먼저 음료와 간단한 안주가 나왔다. 2종류의 샐러드(치킨 시저샐러드, 아티초크 샐러드)를 나눠 먹으며, 메인 메뉴인 버섯 리소토를 먹었다. 마지막으로 파인애플과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먹었다.
“아빠, 어때?”
“좋아. 리소토가 딱 내 입맛이다. 부드럽고 속도 편하고. 그런데 얼마야?”
“놀라지 마. 12유로. 우리 돈으로 17,000원이야.”
“와우, 이게 바로 러키비키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하몽까지 시켜, 맥주를 마시며 그라나다의 마지막 날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마침 한국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식당 앞에서 메뉴판을 보고 있었다.
“혹시, 한국인이세요? 이 집 너무 맛있어요. 힘들게 돌아다니지 말고 여기서 드세요.”
젊은 남녀는 고맙다며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본 웨이터가 다가와 나에게 ‘Gracias’ 했다. 나는 그에게 ‘De nada’ 했다.
“아빠는 단어 몇 개로 소통이 되네.”
“스페인 사람 같지?”
“아니, 한국인 같아.”
나는 젊은 남녀에게 다가가는 웨이터를 보며 소리쳤다.
“놀라지 마세요. 보기보다는 순해요. 안 물어요.”
웃음이 터진 젊은 남녀는 나를 보며 엄지를 들어 올렸다. 다들 왜 웃는지도 모르는 웨이터 역시 나를 보며 엄지를 들어 보이며 웃었다. 즐거운 스페인 백반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