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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텔러 레이첼 Sep 24. 2023

나는 날마다 서울에 간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것 '정'

나의 두 번째 나라, 캐나다를 처음 만난 것은 어느 선교사의 푸른 눈동자안에서였다. 하얀 바탕에 선명한 붉은 단풍잎이 그려진 캐나다의 국기에서 느껴지듯 자연을 사랑하며 친절한 사람들이 많은 곳. 이곳에서 살면서 나는 자연과 더불어 느리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면서도 우아한 백조처럼 살지는 못했다.


나는 북미주에서도 가장 힘들다는 일을 하는 장거리 트럭커 남편의 아내 역할을 해냈다. 또한 자신이 캐나다인인지 한국인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세 딸들이 제각기 캐나다 땅에서 제법 살아가도록 도왔다. 하지만 성장기에 미해결 되었던 감정의 앙금이 많았던 성인 아이였던 우리 부부는 내내 서로를 힘들어했다.


나는 원인과 이유가 있으면 반드시 해결법도 있다고 믿었다. 우린 뒤늦게나마 친절한 밴쿠버의 자연 속에서 캠핑하며 엄마 아빠 역할 외에도 우리 부부가 먼저 세워졌어야 함을 배운다. 뒤돌아보면 높은 물가와 의지할 곳 없는 밴쿠버였지만 이곳의 정서는 우리에게 충분히 친절했다. 매너가 몸에 밴 사람들을 보고 자신보다 힘든 사람을 보며 도우려는 사람들을 보며 공감력을 키웠다.


하지만 뭔가가 부족했다. 그것은 바로 '정'이었다. 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성. 등을 따듯하게 데워주던 온돌방 같은 따뜻함. 그런 게 아쉬웠다. 그리고 가끔은 참견이 그리웠다. 명절에도 오가는 사람 하나 없는 우리들의 삭막한 독립생활에 홀아비 같은 냄새가 나지는 않을까? 나는 엄마가 그립고 언니와 동생들의 간섭이 그립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병은 애정결핍으로 인한 상사병이다. 대한민국 상사병, 서울 상사병, 엄마 상사병, 가족 상사병. 내 텅 빈 사랑 탱크를 채우기 위해서 나는 이렇게 또 쓰고 쓴다.


나는 내가 있던 자리에서 내가 해결하지 못해 내 감정의 앙금으로 남은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싶다. 내가 자란 곳, 그곳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아직도 힘들어 하는 나의 어린 자아를 달래며 손을 잡아 주고 싶다.


꿈속에서 나는 날마다 서울로 간다. 엄마가 있는 서울로!



사진 : kamponwa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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