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3.21.
아, 오늘도 이렇게 끝나가는구나.
자리에 누웠다. 휴, 한숨을 내쉬었다.
작지만 아늑한 보금자리,
혼자 누우면 딱 들어차서
더 이상의 공간은 없지만
그래도 익숙하고 편한 공간,
X의 1인용 침대다.
X는 침대를 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여태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는 습관에
길들여 있었다. 굳이 필요 없다고
살아온 날들, 그런 과거의 습관에
충격을 준 건 1년 전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X는 독립했다.
어렵게 입사한 회사, 열심히 일했다.
동기들보다 좀 더 이른 승진,
운이 좋았다. 야호!
대신 지방 발령이었다. 이런...
하지만 좋은 조건이라 거절하지 못했다.
뭐, 아직 책임질 부양가족도 없고
돈을 더 모을 수도 있겠다.
잠깐의 고민 끝에 내린 결정,
지금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조금 아쉬울 뿐이지.
서울보다 편의 시설이 적었지만
풍경이 좋고 자연과 가까워 좋았다.
직장에서 멀지 않은 원룸을 구했는데
좀 오래된 곳이라 외풍이 있었다.
이불만으로는 한겨울을 나기 힘들겠어.
전기장판도 있지만 뭔가 더 필요해.
X는 1인용 침대를 샀다. 매트리스 밑에는
수납장도 있어서 공간 활용하기 좋겠네.
슈퍼 싱글 이래서 엄청 큰 줄 알았는데
맞춤 제작처럼 신체 사이즈랑 딱 맞았다.
농구나 배구 선수처럼 키가 안 커서 다행.
침대 생활을 하니 여러모로 편했다.
바닥의 한기도 훨씬 덜하고
일어나고 눕기도 편했다.
진작 살 걸 그랬어.
비록 지금은 혼자 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가정을 이루면
더 큰 침대가 필요하겠지?
그날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자.
그런데 언제쯤 다시 올라갈 수 있을까.
여기에서 계속 살아야 하나.
이곳도 나름 살만한 것 같은데
아이를 낳고 교육시키려면
또 고민을 해야 할 것 같고.
집값은 또 어떻게 감당할까.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아, 그건 모르겠고
내일 야근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X의 상념은
자신만의 작은 쉼터 위에서
자전거 체인처럼 덜덜거리며
X의 머릿속을 돌고 돌았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갔다.
https://www.youtube.com/watch?v=4tPSIeHvu6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