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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횬 May 17. 2022

나무의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나무의 속을 만난 날


처음으로 나무의 속과 만났다.

신기한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니,

나무가 할 이야기가 많은가 보다.




나무가 들려준 이야기

햇빛을 맞으며, 바람에 한들한들

기분 좋게 서 있다 날벼락을 맞은 격이다.

차가운 삽자루의 끝이 뿌리에 닿아 무슨 일인가 했다. 낯선 남자의 소리가 들려오고, 뚝딱거리더니

어느새 내 속이 훤히 들키고 말았다.

오랜만에 햇빛을 만난 뿌리는 유쾌하지 않다.

서 있어야 하는 내가 마당 한편에 누워있다.

내 자리는 저기인데,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나를 보고 신기하다고 한다.

틀켜버린 내 속이 신기할 일인가?

나는 그저, 다시 저곳으로 가고 싶다.

오늘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겠구나.

갑작스러운 이 상황에서 나는 잠시 생각을 한다.

햇살 좋고 바람이 멋진, 좋은 곳으로 가는 상상을 한다.

이제 괜찮다. 마음을 달리하니, 나는 괜찮다.

내일 나는 그리 것이니



마당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나무가

잘 자라주어 키가 훌쩍 커진 이유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크고 풍성해진 나무로 인해

그림자가 커져 그 아래 작은 나무와 꽃들이

빛을 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뿌리가 세상에 보이게 된 것이다.

분하고 원통하고 억울한 오늘이 ‘쿵’ 하고 다가온

나무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어느 날, 나무와 같은 상황이 생길 때가 오면

나도 마음을 달리해봐야지,

그래도 괜찮다. 나는 더 좋아질것이니..



속이 틀켜버린 나무
나무가 서 있던 자리, 오늘아침 나무는 바람과 햇살이 더 멋진 곳으로 더 자유로운 곳으로 이사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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