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의 불편한 진실
그녀의 두 손은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침대 난간에 묶여 있었다. 양말로 감싸고 끈으로 침대에 고정된 손목. 요양원에서 '자해 방지'라는 명목으로 채워진 구속대는 그녀의 피부를 파고들어 붉은 자국을 남겼다. 손목 주변은 구속의 흔적으로 짓무르고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물 좀... 물 좀 주세요..."라는 갈라진 목소리의 애원은 메마른 복도를 맴돌았지만, 밤 당직 간호조무사는 TV 소리에 묻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혹은 듣지 않기로 했다.
"풀어주세요... 제발... 긁게 해주세요... 근지러워서 못살겠어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무력함 속에서, 그녀는 온몸이 불타는 듯한 가려움과 싸워야 했다.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존엄마저 박탈당한 채, 그저 숨만 쉬는 '물건'으로 취급받았다.
온 몸은 옴으로 인해 피부가 갈라지고 붉은 발진으로 뒤덮였다. 가려움은 지옥이었다. 긁을 수도 없는 가려움. 온 몸이 불개미 떼에게 공격받는 듯한 고통 속에서, 묶여 있던 두 손등은 부종으로 물이 가득 차 파랗게 변색되었다. 누르면 마치 익은 감처럼 터져버릴 것 같았다.
식사를 위해 잠시 풀어놓으면 그녀는 여기저기 정신없이 자신의 몸을 긁었다. 피가 날 때까지, 아플 때까지 긁어도 가려움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묶였다. 온몸이 딱지로 뒤덮인 노인들이 여럿 있었다. "한 번만 긁어 달라고... 등 좀 긁어 줘... 나 좀 풀어 줘... 근지라서 못살겠어..."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대기실에 가까웠다. 특히 그곳에는 유난히 옴 환자가 많았다. 심각한 인권침해였다. 그들은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바르고 격리 조치를 해야 하는 옴 환자였다.
그러나 현실은 어땠을까? 옴으로 온몸이 터지도록 가려움증에 시달리는 노인들의 두 손은 묶여 있었다. 가려워서 피부를 긁는다는 이유로. 원내 많은 노인들이 가려움증을 호소했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영양제 한 알뿐이었다. 치매 환자이기에 영양제 한 알이 치료제인 줄 아는 노인들은 고맙다고 인사까지 했다.
인력 부족을 핑계로 노인들은 종종 구속되었고, 기저귀는 제때 갈아주지 않아 욕창이 생기기 일쑤였다. 최소한의 식사와 약물 투여만 이루어질 뿐, 정서적 케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받지 못하는 그들, 그들에게 제공되지 못하는 의료행위들이 버젓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누가 책임져야 할까? 감사기관인 관할 구청과 건강보험공단이다. 감사기관이 감사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상위기관이 나서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형식적인 감사는 있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감사 날짜를 미리 알려주고, 그날만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도록 했다. 평소에는 간호조무사 한 명이 20명 이상의 노인을 담당했고, 식사와 약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방치된 채로 보냈다.
노인들의 개인 재산과 수급비는 '관리'라는 이름으로 요양원 측에서 관리했고,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비양심적인 운영자들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윤을 추구했다.
그런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전염병인 옴이 활개를 치는 시설, 과연 이곳뿐일까?
우리 모두는 언젠가 떠난다. 울면서 가기 싫어 몸부림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아무 의미 없이 그저 갈 길 가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365일 두 손이 묶인 세상을 떠나면서도 웃으며 꽃잎과 함께 춤추는 인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떠난 자는 떠난 자일 뿐, 그저 슬픈 현실만 남는다. 우리 주변의 누군가 먼 길을 떠난다면, 적어도 사흘은 슬퍼해 주고 잘 가라고 인사라도 해주자. 떨어지는 꽃잎에도 무심한 우리가 되지 말자.
우리 사회는 노인들, 특히 빈곤한 노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독거노인, 쪽방촌에서 난방비를 아끼려 동상에 걸리는 노인, 요양원에서 두 손이 묶인 채 세상을 떠나는 노인들. 이것이 우리가 만든 노인 복지의 현주소다.
그저 만나는 순간 로션을 바르고 머리를 빗기고 옷을 갈아입은 모습에 현혹되지 말고 온몸을 확인하라. 그리하여 소중한 당신의 부모들이 마지막 생을 비참하게 마무리하지 않게 하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없는 것인가? 옴에 걸린 환자를 병원 치료받게 해주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가? 가슴에 손을 얹고 5분만 생각해도 알 것인데, 갑자기 만들어진 정책은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만든다는 사실을 입안자들은 알아야 한다.
꼭 피부를 확인하고, 그들이 하는 말을 치매환자라 낙인하지 말고 한번쯤 귀 기울여 보시라.
주여,
오늘도 홀로 적막한 방에서 눈물 흘리는 노인들을 돌보소서.
차가운 벽만이 말벗인 그들의 외로움을 위로하소서.
아무도 찾지 않는 침대 위에서 두 손 묶인 채 신음하는 이들에게
당신의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져 주소서.
주여,
저 병들고 지친 몸으로 가려움에 몸부림치는 이들을 보살피소서.
치료받지 못하고 영양제 한 알로 속이는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소서.
인간의 존엄을 잃고 물건처럼 취급받는 이들에게
당신의 숨결로 새 생명을 불어넣어 주소서.
주여,
자식을 위해 일생을 바쳤으나 지금은 잊혀진 부모들을 기억하소서.
평생 자식 뒷바라지하며 굽은 허리, 마른 입술로 살아온 이들을 기억하소서.
이제는 요양원 침대에 홀로 누워 천장만 바라보는 이들에게
당신의 빛으로 희망을 비춰주소서.
주여,
부모를 잊은 자녀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주소서.
바쁨과 피로를 핑계 삼아 부모를 외면한 이들의 눈을 뜨게 하소서.
어릴 적 그들을 품에 안고 사랑으로 키웠던 기억을 되살려
부모를 찾아가는 발걸음이 되게 하소서.
주여,
이 땅의 요양원과 병원과 쪽방에 계신 모든 노인들에게
당신의 평안과 위로가 함께하게 하소서.
그들의 노년이 존엄과 사랑 속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마음을 움직여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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