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땅을 뚫고 나오는 용기 있는 새싹
오늘은 아침부터 마음속으로 찍을 풍경을 찜해놓았다. 그리고 일찍 출근하자마자 직장 정원에 있는 녀석을 찾아 폰에 담았다.
새싹, 그리고 입춘
새해에는 수많은 각오와 다짐을 반복하며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간다. 1월1일 다짐이 실패하면, 음력 1월 1일(설날)부터 시작하자고 또 계획한다. 그러다가 2월 1일부터가 진짜지 했다가, 또 다시 다짐하는 게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이다. 수많은 처음 중 또 의미 있는 처음이니깐.
이 시기는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중요한 시점이다. 전통적으로 ‘입춘대길’이라는 글귀를 적은 종이를 문에 붙이며 한 해 길한 일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지금은 그 풍경이 사라졌지만 내 어릴 적 집에도 글귀가 붙였던 기억이 흐릿하게 지나간다.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날,
내게 입절기는 늘 ‘배웅’과 ‘마중’의 시간이다. 입춘은 떠나는 겨울을 시간 들여 배웅하고, 다가오는 봄을 마중 나갈 때라고 알려준다.
_김신지《제철행복》(인플루엔셜)
아직은 찬바람 입김
시작을 알리는 입구
고개를 내밀며 입장
서둘러 다지는 입지
생명력 넘치는 입체
친구들 만나면 입담
따뜻한 미소가 입가
어느새 다가온 입춘
아직은 찬바람이 불고, 그 바람 속에서 느껴지는 입김은 겨울의 잔재를 말해준다. 하지만 그런 찬바람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입구가 열리고 있다. 땅속 깊은 곳에서 작은 새싹이 고개를 내밀며 입장하는 순간이다. 마치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세상에 나와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새싹은 서둘러 다지는 입지에서 힘차게 뿌리를 내린다. 겨울의 차가움에 맞서 싸우고,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그 자체로도 감동적이다. 이 녀석은 생명력 넘치는 입체로 자라나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 어려운 시기를 견디며 성장해 나가는 우리네 일상과 비슷하게.
그리고 봄이 다가오면, 친구들을 만나게 될 날이 기다려진다. 그때의 입담은 정말 즐거운 순간이겠지. 길고 길었던 시간을 버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고, 형형색색 꽃을 피울 것이다. 따뜻한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너도 그리고 나도.
어느새 다가온 입춘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안겨준다. 찬바람 속에서도 피어나는 새싹처럼, 우리의 삶도 그런 변화의 순간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봄이 오면 모든 것이 새로워지듯,
우리의 마음도 새싹처럼 자라나기를 바라며,
입춘의 따뜻한 기운을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봄의 첫걸음,
어느새 다가온 #입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