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에 요가를 더하다!
이것도 신경숙작가님의 에세이[요가 다녀왔습니다]에서 읽은 건데,
뉴욕에서 주말 아침 뮬라웨어 요가복을 입고, 요가매트를 들고 브런치를 먹는 게 엄청 힙하단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사람들이 진짜 요가를 했는지는 모른단다.
작년 여름, 당시 휴학 중이었던 큰 애가 스페인어 점수를 따기 위해 학교 근처에서 친구와 한 달 정도 지내며 공부를 했다. 학교 근처를 걷다가 요가원 간판을 발견했는데, 그 자리에 한 100년쯤 존재한 듯 분위기가 멋스러워 보였다고 한다. 한 달 수강료가 17만 원이라 비싼 편이긴 했지만 꼭 거기서 배워보고 싶다길래 학업 스트레스도 풀어줄 겸 해보라 했다. 그렇게 딱 한 달 요가를 배우더니 이후 집에 들어와서는 혼자서 유튜브 영상을 보며 틈틈이 요가를 한다. 수행한다고 해야 하나? 복학을 하고 나서는 학교에서 교양요가 수업을 들으며 여전히 요가 수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나에게도 요가가 얼마나 힙한 건지 아냐며, 지금 엄마의 일상에 가장 필요한 것은 요가라고 여러 번 말했다. 그럼에도 내가 요가를 시작 못한 이유는 역시나 나의 하체 중심 체형 때문이었다.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기구가 아닌 매트 필라테스 수업에 참여해 본 적이 있다. 엉덩이를 들어야 하는 자세가 나올 때마다 난 좌절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강사님이 예전에 자신도 이런 체형이었다며 위로를 건넸다. 정말요? 내 몸과 당시 그 강사님의 몸을 비교해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거짓말 같다. 분명한 건 강사님 생각에도 그 상황에서 나에게 해줄 말이 '응원'이 아니라 '위로'였다는 것이다. 하하하
'캐나다 체크인'을 보다가 열혈 요가인 이효리의 엄청난 코어 힘과 변함없는 아름다움에 질투심이 폭발하며(내가 이렇게 철이 없다!) 나도 요가를 시작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힙하다는데 한 번 배워보면 어떨까? 마침 큰 애가 또 추임새를 넣는다. 엄마에게 필요한 건 요가야! 한 번도 요가를 해본 적이 없는데 자꾸 요가가 내 주변을 얼쩡대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스며든다. 그리고 얼마 전 감기에 걸린 큰 애가 내 예상보다 빨리 회복하는 걸 보고 놀랐다. 혹시 요가 때문인가?
생각해 보면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한 번씩 감기에 걸리면 일주일 열흘 끙끙 앓느라 공부를 못했다.
나도 기관지가 약한 편이라 편도선 앓이를 자주 했다. 아이에게 그런 불량 유전자를 물려준 게 미안해
비싼 보약을 열심히 먹였다. 보약값은 외식 몇 번 줄이면 되지! 그런 마음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잠시 반짝일 뿐 환절기가 오거나 시험기간에 무리를 하면, 영락없이 목이 붓고 열이 나고 기침, 콧물에 아이도 나도 정신을 못 차렸다. 게다가 약을 먹어도 수액을 맞아도 결국 일주일 넘게 아이의 일상이
무너졌다. 그 시절엔 아이보다 학부모인 내 속이 더 탔다. (다들 그렇죠?) 대학생이 되고 나니 이제 자신이
해야 할 공부의 양을 자기만 안다. 그러니 본인 속이 타들어가기 시작한 거다.
"엄마, 생각보다 감기가 빨리 나아서 좀 놀랐어. 예전엔... 진짜 힘들었는데.
요가 때문인가 봐! 아프지 않으려면 무조건 요가해야 해. "
나 역시 러닝을 시작하고 예전만큼 감기로 크게 앓는 일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마스크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 정황 상 확실히 나아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그 힙하다는 요가를 더하면 어떨까? 욕심이 났다.
그러던 어느 날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던 중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공고문이 눈에 들어왔다.
4월 요가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내용, 일주일에 두 번 50분 수업에 한 달 수강료가 4만 원이다.
4만 원으로 요가 입문이라니... 이 절호의 찬스는 절대 거부해서는 안 돼!
공고문에 적힌 계좌번호로 수강료를 입금하고 강사님에게 문자도 보냈다.
그리고 첫 수업. 설레는 마음으로 필라테스 때 구입해 둔 요가복을 입고 수업 시작하기 5분 전
아파트 커뮤니티로 갔는데... 무슨 일이야? 요가 강사님 얼굴이 익숙하다!
헬스장을 다니며 여러 번 마주쳤던 그녀다. 그녀는 러닝보다는 헬스기구를 이용한 근력 운동에
집중했는데 한마디로 프로페셔널, 그 자체였다. 손에 낀 헬스장갑마저 내 눈엔 비범해 보였다.
적당히 낡았는데, 그게 그렇게 고급스러워 보였다. 브랜드가 뭐지? 나 왜 이런 게 궁금하지? 신기했다.
게다가 그녀의 근력운동은 슬로비디오가 걸린 듯 아주 천천히 이루어졌다. 난 성격이 급한 편이라
그녀의 느린 움직임이 처음엔 거슬렸다. 그러다 점점 그 모습이 멋스러워 보였다.
근육을 움직인 후 그녀는 잠시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조심스럽게 근육을 바라보기도 하고
어루만지기도 했다. 그 모습은 마치 근육과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참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이제 퍼즐이 맞춰진다. 그녀는 요가인이다!
그녀에겐 근력 운동도 요가가 마찬가지로 수행이었나 보다.
으쌰으쌰! 욕망 가득한 마음으로 근력운동에 임한 나하고는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내가 조심스럽게 헬스장에서 뵈었다고 하자, 자신도 이 아파트 입주민이라고 대답을 한다.
다음에 헬스장에서 만나면 인사도 나눌 수 있을 거 같다.
운동이라는 나의 우주가 조금 확장된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어디 아픈데 없으세요?"
"네? 없... 는데요."
이윽고 다른 수강생이 들어왔는데, 강사님이 얼마나 놀라셨냐며 괜찮냐고 걱정을 하며 따듯하게
안부를 묻는다. 그분은 자기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많이 힘들었다고 대답했다. 어디가 많이 아프셨던 모양이다. 그리고 뒤를 이어 또 다른 분이 들어오셨는데, 그 분과 강사님의 대화는 더 심각했다.
특정 장기의 이름과 수술이라는 단어까지 언급됐다. 그러고 보니 두 분 모두 컨디션이 그렇게 좋아 보이진
않았다. 잠시 두 분의 대화가 잠시 중단되었는데, 불쑥 내가 말을 했다. 늘 그렇듯, 생각만 한 줄 알았는데
말이 나와 버렸다.
"강사님, 저도 이석증 있는데요."
"아 네?"
"서로 질병을 공유하는 시간인 거 같아서요..."
내 옆에 매트를 편 내 또래 중년 여성분이 날 보며 살짝 웃는다. 방금 전 강사님이 얼마나 놀라셨냐고
묻던 그분이다. 장기 이름을 언급하던 분도 날 보며 미소를 보낸다. 서로 질병을 공유하 고나니
분위기가 따듯해진 느낌이었다. 이후 두 분이 더 들어와 수강생은 총 다섯 명이다.
가부좌를 틀고 명상도 하고 나마스떼 인사도 나눴다. 슬슬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늘리고 상체를 비틀었다.
조금씩 난이도를 높여가며 여러 가지 자세를 배웠는데,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인 중년 여성 두 분의
요가 자세가 나보다 훨씬 좋았다. 하체 운동이 시작되며 내 예상대로 여러 번 엉덩이를 들어야 했다.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야 하니 애를 쓰게 되고 그러다 그만 웃음이 터졌다.
헬스 기구로 운동할 땐 무게를 조절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요가에서는 내 엉덩이의 무게를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나? 이 무거운 걸 왜 들어야 하나?
왜 몸을 이렇게까지 비틀어야 하나? 순간순간 원초적 질문이 떠올랐다.
요가는 나랑 맞지 않는 걸까? 하긴 내가 좋아하는 운동은 스쿼시, 수영. 요가와는 결이 다른 운동이다.
그래도 강사님의 가르침에 집중하며 열심을 다했다. 50분이 금방 지나갔다.
마지막 힘을 다 쓰고 우리 모두는 바닥에 완전히 드러누웠다. 그러자 선생님이 불을 끄고
명상 음악을 틀어주시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쉬라고 했다.
호흡이 잦아들며 짧은 순간이었지만 까무룩 잠까지 들었다. 그 시간이 정말 편안했고, 좋았다.
잠시 후 불이 켜지고 손가락, 발가락을 먼저 움직이며 감각을 깨웠다.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천천히 일어나 앉아 합장을 하고 서로 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나는 그 힙한 요가에 입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