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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원 Dec 18. 2023

난생처음 남자친구에게 고백을 받다!

최종화. 7월 27일: 강민이와의 초록 놀이터 데이트 그리고... 고백!


이 글은

([연재 브런치북] 나나는 그럭저럭 열두 살 1 (brunch.co.kr)에 이어

([연재 브런치북] 나나는 그럭저럭 열두 살 2 (brunch.co.kr)

이어지는 일기 형식의 창작 이야기입니다.  

01화 그럭저럭 일기장이란? (brunch.co.kr) 1화부터 읽으시면 좋아요.



7월 27일


1단지 초록 놀이터에 도착했더니 강민이가 먼저 와 있었다.

나는 핑크색 노트에 연필로 쓴 내 소설‘이스티아의 카시니아들’을 강민이에게 건넸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소설 이스티아의 카시니아들 


강민이가 내 소설을 좋아해 줄까? 

솔직히 걱정이 되고, 떨렸다. 설레는 마음도 컸다.

강민이는 내 소설을 읽으며 몇 번이나 웃었다.       

특히 유니콘 리스가 주인공 이스의 순수함을 테스트하기 위해 어떤 의자에 앉히는 부분이 있다.

이스는 어린이집에서 다람쥐를 쓸 때 다람쥐의 ‘ㄷ’을 뒤집어쓴 순간을 떠올리며

'ㄷ'을 뒤집어서 쓴 다람쥐


조심스럽게 앉았다고 했는데 강민이가 이 부분에서 빵 터졌다.       

그게 그렇게 웃긴가?      













강민이도 다람쥐의 ‘ㄷ’을 뒤집어쓴 경험이 있었던 모양이다. 

다음 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니 강민이가 엄청 흥미로운 듯 그 소설도 완성되면 꼭 보여 달라고 했다.

안 보여줄 이유가 없다! 빨리 2편 집필도 서둘러야겠다.

보여주겠다고 강민이와 약속했으니까.

       

오늘 알았는데 강민이의 꿈은 축구선수가 되는 거라고 한다.

그런데 왜 그렇게 수학문제를 열심히 푸는 건지 궁금했다.

물어보니 엄마를 위해 푸는 거라고 했다.

나는 이왕 풀 거면 엄마를 위해 풀기보다 그냥 널 위해 풀라고 말해주었다.

나도 꼰대가 된 거 같아 기분이 이상했는데, 

강민이는 내 말이 마음에 든다며 고맙다고 했다.         


우리가 만난 초록 놀이터는 내가 세 살 때도 다섯 살 때도 놀았던 곳이다.

특히 미끄럼틀이 높고 두 번 돌아 내려오는 아찔한 스타일이라 다들 엄청 좋아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유치원 친구 민수가 이 미끄럼틀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지고 말았다.

그 후로 왠지 무서워 가지 않았는데,

오늘 강민이와 오랜만에 함께 있으니 느낌이 새로웠다.

초록 놀이터를 둘러싸고 있는 나무가 이렇게 멋진 줄 몰랐다.

더운 날씨였는데 바람이 불고, 해도 구름 속에 숨어 있어 시원했다.       

우리는 놀이터 뒤에 있는 숲길도 같이 걸으며

옆 교실 4반에 끔찍하게 무서운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선생님은 진짜 마녀가 아닐까 싶다.

가끔 복도에 까불이 종족인 남자아이 두 명을 세워놓는다.

그리고 복도로 나와 팥쥐 엄마 같은 목소리로 “반성했니?”라고 묻기도 했다.

알고 보니 그 선생님은 4학년 때 강민이의 담임선생님이었는데,

알림장을 무려 열다섯 줄이나 쓰게 했다고 한다!

윽 끔찍해!  


언니에게 오늘 초록 놀이터에서 강민이를 만나

‘이스티아의 카시니아’ 소설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진짜? 강민이가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아닌데? 강민이는 수아를 좋아하는데?”

“그럴 리 없지! 강민이는 멋진 소설을 쓰는 우리 나나를 좋아하는 게 틀림없어!”     


정말 그럴까?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숲길을 걸을 때 우리는 꽤나 다정해 보였을 것이다! 

강민이는 날 보며 많이 웃었다.

하지만 강민이는 나에게 좋아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건 아닌 건가? 아! 몰라!  

          

아! 잠깐! 잠깐!!


어제 방학식 날, 동한이가 나한테 준 게 있다.

강민이와의 약속 때문에 완전히 잊고 있었네!    

  

“야 주동한, 너 혹시 뿌셔뿌셔 바비큐맛 그 사건

 (09화 흑역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brunch.co.kr) 아직 기억해?”
“응. 기억해.”

“... 그 일은 내가 사과할 테니까 빨리 잊어버려라!”

“알았어.”

“그리고 이건 내가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너 갑자기 왜 이런 까불이 종족이 된 거냐?”   

      

내 질문에 대답을 못하던 동한이가 어제 나에게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며 준 게 있다.

어디 두었더라?      

이 까불이 녀석, 봉투에다 스펀지 밥을 정성껏 그렸군!      

동한이의 편지


[내가 까불이가 된 이유]     


나나야 안녕!      

나 동한이야. 너 혹시 기억나?

1학년 때 내 얼굴에 있는 빨간 점을 보고 네가 한 말,

마치 해리 포터 이마에 있는 번개 흉터 같다고 했잖아.

사실 난 오랫동안 내 얼굴에 있는 빨간 점을 부끄러워했거든.

근데 네 말을 듣고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어.

그리고 내 얼굴의 빨간 점도 좋아하게 됐단다.

빌 위즐리의 늑대인간 흉터랑도 비슷하지 않니?      

이제 알겠지? 내가 까불이가 된 이유!       

나나야 고마워.

그리고, 나나야, 난 너를 좋아해!  


                                    동한이가.        

   



“엄마!!!! 나나 동한이한테 고백받았어!!!”

“뭐? 동한이? 그 뿌셔뿌셔 바비큐 맛 사건 그 동한이?”

“어!!! 그 동한이!”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이게 무슨 일이지? 내가 동한이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고?

하긴 그때 난 막 해리포터에 입문했다.  

그러니 동한이 얼굴의 마법처럼 박힌 빨간 점을 부러워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쩐지 가끔 나랑 눈이 마주치면 피식피식 웃더니 

날 좋아해서 그랬던 거였어!


열두 살 인생 처음으로 남자친구에게 고백을 받았다.

하지만 어떡하지? 난 강민이를 좋아하는 걸?      

드디어 열두 살 내 인생이 특별해진 것인가?


여러분 나나의 인생은 이제 ‘그럭저럭’이 아니에요!

아주 아주 특별해졌다고요!

나나는 행복해요! 





* 지금까지 [나나는 그럭저럭 열두 살 1]과 [나나는 그럭저럭 열두 살 2]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연재를 마치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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