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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원 Oct 25. 2024

엄마가 되는 게 그렇게 힘들었니?

고단한 시월의 운동일지

 금요일 아침엔 요가를 한다. 요가를 한 후 바로 집으로 오면 또 이런저런 집안일에 매몰될 거 

같아 헬스장으로 갔다. 요즘은 주 4회 정도는 5킬로 러닝 루틴이 지켜지고 있다. 

일주일에 20킬로를 달리는 셈이다. 점점 기록이 좋아지고 있다. 오늘은 심지어 5킬로를 31분 29초에 끊었다. 

확실히 러닝에 자신감이 더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아무 어려움 없이 냅다 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처음 달릴 때 신이 나고 막 달려지는 거 같아 흥분하며 뛰지만 시간을 확인하면 고작 3분이 정도가 지났을 뿐이다. 그러다가 3킬로 정도 달리고 나면 갑자기 달리기 싫다! 는 생각이 막 차오른다. 러닝 머신의 stop 버튼을 꽉 누르고 싶은 열망이 폭발한다. 지난 주말, 경주에서 열린 마라톤 중계를 봤다. 예전 같으면 그냥 마라톤 경기네, 하며 관심 없이 채널을 돌렸을 텐데, 요즘 러닝 맛을 봤다고 달리는 속도와 거리, 그리고 인내하며 달리는 그들의 다리와 팔의 움직임, 각도까지 면밀히 살피게 된다. 3킬로를 달려도 힘이 드는데... 

그렇게 오래, 그렇게 거리를 계속 달린다는 도대체 어떤 걸까? 

난 아직 10킬로 달리기도 해 본 적이 없는데... 

더 일찍 러닝의 맛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요가도 마찬가지고. 

요즘 우리 아파트 커뮤니티 요가반에 20대 여성 두 명이 들어왔다. 발뒤꿈치가 뽀얗고 핑크색이다. 

저런 게 젊음이지! 부럽다가도 나름의 인생 숙제를 하며 고단할 때도 있겠다 싶어 안쓰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놈의 인생 숙제는 쉰이 넘어도 계속 남아 있다. 


나 요즘 진짜 러닝, 요가 열심히 하고 저녁엔 실내 자전거도 가끔 돌리며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어제, 그제는 진짜 몸이 천근만근... 저녁 메뉴로 김밥이랑 어묵탕 재료를 준비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그냥 김치냉장고에 넣어둔 앞다리살 한 덩이를 데쳐 멸치 육수에 넣고 푹 끓인 후 돼지국밥을 

만들었다.    


"김밥 해준다고 했는데 미안. 엄마 몸이 왜 이러니... 힘드네 오늘."

"언니 생일이 다가오잖아! 시월! 엄마 언니 생일 때 엄마 맨날 감기 걸리고 기침하고"

"아! 그러네... 우리 막내딸이 용하다! 그걸 기억했어?"

"응! 그리고 사실 나 김밥보다 엄마 돼지국밥이 더 좋아!"

"진짜? 아유 귀여워. 우리 막내 안 낳았으면 엄마 진짜 어쩔 뻔?"

"맨날 그 소리."


내가 처음 엄마가 된 시월이 오면, 그렇게 몸이 무겁고 머리가 띵하다.  

찬바람이 시작되는 계절 탓도 있겠지만, 뭐랄까? 묘하게 기운이 없고 팔다리가 없이 늘어지는 무기력 상태. 심지어 무려 24년 전 일인데도 여전히?! 

지원아, 엄마 되는 게 그렇게 힘들었니?  


소파에 누워 에라 모르겠다! 그래, 놈의 시월아 잡아가거라! 

재미없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집요하게 째려보다가 그래도 이건 아니지! 

2년 전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고 이후 요가와 러닝으로 10kg를 감량한 나다. 여기서 무너질 순 없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수분과 비타민을 보충해 준다는 음료를 한 잔 마시고 실내 자전거에 올라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10분만 돌리자! 했는데, 비타민과 수분 덕분에 활력이란 게 생긴 건지, 

아니면 이전에 돌렸던 이력 때문인지 그래도 멈추지 않고 계속 돌릴 수가 있어 결국 40분을 채웠다. 

사실 좀 놀랐다. 그냥 늘어져 있었으면 몰랐을 나의 능력. 운동의 보람이라는 게 이런 건가?

   

가끔 나에게 글쓰기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나의 과거 경력이 존중받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난 최선을 다해 답을 한다. 어쨌든 나의 어떤 경험이나 지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요즘... 러닝머신에서 달릴 때 내 옆에서 달리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게 생긴다.

그 누군가는 여성이고, 엄마일 가능성이 높고, 연령은 30대 후반에서 40대, 50대도 일부.   

그녀에겐 어쩌면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 선수보다 2년 반 만에 5km 루틴을 완성한 내 조언이 

훨씬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 잘 달리고 있는데, 말린 어깨를 펴고 코어에 힘을 주면 어떨까요?"

"그렇게 쾅쾅 달리면 무릎에 충격이 클 거 같아요, 쇠망치로 바닥을 치듯 달리기보다는 

 솜망치로 바닥을 콩콩 두드리듯 달리면 어떨까요?"

"절대 무리하면 안 돼요, 아주 천천히 달리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야 해요!" 

"러닝 머신에 오를 땐 5킬로 달릴 생각을 하기보다 그냥 10분만 걷자! 하고 시작해요."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용기 내 물어본다면, 최선을 다해 답을 해드릴 생각이다. 

다음 주 월요일엔 요가선생님과 우리 요가반 최고 에이스인 OO님과 함께  

아쉬탕가 요가 수련을 하기로 약속했다. 지난번 야외요가 때 아쉬탕가 요가 80번 해냈는데, 

이번에 어쩌면 100번에 도전할지도 모르겠다. 운동하는 삶. 너무 즐거워! 

운동일지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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