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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힙스터 Mar 10. 2024

풍족한 줍줍 라이프

인생 첫 텃밭_6月_세 번째


꽃을 줍줍

카모마일

텃밭을 시작하기 전 어디선가 본 글이다. '직접 키운 카모마일 차를 마셨는데 그 향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진했고 맛 역시 최고였다'는 대략 이런 내용이다. 궁금한 걸 참을 수가 없어서 씨앗 목록에 카모마일을 냉큼 추가했다.

수확하기 전까지는 몰랐다. 말만 들었지 직접 수확한 카모마일 차가 이렇게나 맛있을 줄은... 저렇게 맛있는 줄도 모르고 순 지르기는 가볍게 패스했었던 과거의 나를 탓해본다. 순지르기를 해준다면 곁가지가 더 많이 자라 더 많은 꽃을 피울 수 있다. 말인즉슨 더 많은 꽃을 수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카모마일 수확 방법은 참으로 쉽지만 '꽃은 꺾으면 안 된다'라는 어릴 적부터 받아온 교육과 상충해서일까 참으로 낯설다. 더구나 꺾는 것도 아니라 꽃을 톡-하고 뜯어주는 방법이다. 손가락 사이에 꽃을 끼우고 힘을 주어 꽃과 줄기를 분리한다는 느낌으로 위로 올리면 꽃이 톡- 하고 떨어진다. 수확은 끝이다. 수확은.



따온 카모마일을 하얀 천이나 종이, 휴지 위에 올리고 햇빛에 살짝 두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꽃 속에 숨어있던  작은 벌레들이 알아서 기어 나온다.  그 벌레들은 무척 작지만 만약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음용했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벌레를 빼낸 카모마일을 물에 살짝살짝 다치지 않게 씻어내 준다. 그러면 향에 취해 나오지 못한 작은 벌레들도 모습을 드러낸다. 괜히 물에 닿으니 품은 향이 달아날까 걱정이다. 그래도 괜찮다.

물기를 키친타월에서 자연스럽게 쏙 빼고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건조를 한다. 기간은 바람과 습도에 따라 다르지만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참을 수 없다면 건조기를 사용해도 좋다. 자연건조보단 향을 잃어버릴 순 있다.


완성된 카모마일차 한 입은 다르다. 평소에 아는 카모마일의 향과 맛이지만 다르다. 다음 해에는 틀밭 하나 전체 아니 한 영역을 카모마일 밭으로 만들고 순지르기를 열심히 해서 많은 양을 수확하기로 다짐한다.





쑥갓꽃

어느 날 밭에 도착했더니 난생처음 보는 예쁜 노란 꽃이 있었다. 난 이런 꽃을 심은 적이 없는데... 어디서 날아왔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자라는 속도가 탁월한 쑥갓이었다. 벌써 꽃이 펴버렸다.

아쉬운 마음에 검색창을 켰다. 쑥갓꽃이 이렇게 예쁜지를 모두가 알고 있는지 겸사겸사 활용법은 없을지 하고 말이다. 눈이 번뜩 뜨이는 말! '쑥갓꽃차를 드셔보셨나요?'





수확방법과 건조 방법은 카모마일과 같다. 어려울 건 없었다. 카모마일과 다른 건 쑥갓꽃차는 크기가 커서 건조하는 시간을 더 늘려주어야 한다. 꽃차는 바짝 건조하지 않고 보관하면 곰팡이가 피기 때문이다.


쑥갓꽃차는 참으로 신기하다. 쑥갓향도 나고 보리 못지않은 고소함도 있고 게다가 꽃이 예뻐서 눈도 즐겁다. 분명 화려하고 한 번에 사람을 휘어잡을 만한 향과 맛은 아니다. 그러나 그 수수한 매력이 온몸에 퍼지며 스며든다. 은근함은 무섭다. 출구가 없다.


카모마일, 쑥갓꽃 차

 





살구 줍줍

밭에 도착해 잔뜩 수확을 하고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

이때 머리 위로 툭- 하고 뭔가가 떨어졌다.

어?


"안녕. 나의 추억의 과일 살구야."


시골 텃밭의 가장 큰 장점을 말하자면 때마다 심어둔 작물 이외에도 주변을 잘 둘러보기만 하면, 조금만 더 부지런하다면 수확할 작물이 늘어난다. 봄에는 냉이, 달래, 참죽, 씀바귀, 담배나물, 질경이, 아카시아 등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늦봄과 초여름 사이에는 어릴 적에 동네를 돌아다니며 놀다가 주워 먹던 시고 달달한 살구가 있다.





살구잼

자주 먹지는 않았지만 나에겐 추억의 과일이다. 이맘때쯤 동네를 돌면서 놀던 어릴 적, 은근히 부르는 향에 슬쩍 주주워 겉을 살짝 닦고 입에 냉큼 넣으면 자두도 복숭아도 아닌 살구의 맛과 향을 기억한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들과 살구에 대해 이야기했던 적이 있는데 어떤 과일인지는 알아도 먹어본 적은 없다는 게 대부분이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성인이 돼서 도시든 시골이든 살구를 마트에서 본적이 드물었던 것 같다.

프랑스 유학 초기, 마트에서 살구를 발견하곤 반가워 냉큼 장바구니에 넣었다. 그리고 'L'abricot(살구)'라는 단어를 익혀뒀다. 그러다 또 마트를 돌다가 발견한 'confiture d'abricot'. 살구잼이었다. 그 이후엔 살구잼 마니아가 되었다. 그리고 유학생의 추억의 음식 중 하나가 되었다.


살구는 땅에 닿으면 쉽게 물러진다. 나무 밑에 살구를 담을 수 있는 천을 설치하면 좋은데 어렵다면 최대한 떨어지는 즉시 줍는 게 최고다.


잔뜩 살구를 수확했으면 깨끗하게 씻은 후 씨를 제거한다. 하나씩 제거해야 하니 손이 가는 편이지만 향에 취하면서 야금야금 먹으며 손질하면 금방이다. 나머지는 보통의 잼을 만드는 것과 같다. 물기를 제거한 뒤 살구와 설탕을 1:1로 하는데 단 걸 선호하지 않는다면 설탕의 양을 조금 줄이는 방법도 있다. 그렇게 냄비에 들러붙지 않게 잘 저어주며 끓여주면 끝이다.

경험상 너무 약한 불로 오래 끓이면 살구의 예쁜 주황빛의 매력이 사라진다. 너무 센 불에서는 아니지만 조금 강한 불로 시간을 단축하면 예쁜 빛깔의 살구잼을 만들 수 있다.


추억의 맛은 추억으로 남기는 것도 좋지만 지금의 방식으로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허브 줍줍

한국의 초봄동안 고생 했던 허브들이 완연한 봄을 만나니 그 기세가 무섭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어서 허브를 수확하는 것이다. 루꼴라와 바질 수확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다른 허브들도 수확할 만큼 커졌다.


 



로즈마리

로즈마리는 매력적인 향을 가진 허브다. 콧속에 넣어두고 매 순간 맡고 싶을 정도로 향긋하다.

그런 향을 담아낼 순 없을까? 간단한 방법이 있다.


우선 로즈마리를 수확하고 잘 씻어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다.


그리고 로즈마리가 잠길 정도로 듬뿍 올리브오일을 붓는다. 그렇게 이주 정도 향을 퍼트린 후 로즈메리를 제거한 뒤 두세 달 정도 안에 섭취하면 끝이다. 허브 오일은 샐러드와 함께도 좋고 오일파스타 마지막에 촥 뿌려 향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색다른 오일을 원한다면 간단하게 식용허브오일을 만들 수 있다. 보이게도 예뻐 기분이 좋아지는 건 덤이다.



바질

바질을 싫어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고수를 좋아하는 입장으로서, 누군가가 향이 센 작물이 싫어서 고수는 못 먹지만 바질은 좋아한다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인데, 왜냐하면 그만큼 바질은 강한 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질도 향 센데?'라고 물으면 '그거랑 그건 달라'라고 대부분들 답했다. 그래서 바질은 참 사랑을 많이 받는구나 싶었다.


모두가 좋아하는 바질 페스토를 만들었다. 맛이야 물론 좋다. 근데 더 색다른 걸 만들고 싶었다.





여름과 잘 어울리는 바질의 매력을 배로 만들어줄 시럽이다. 더위에 지쳐 자꾸만 시원한 음료를 찾게 되는데 그에 딱 맞는 것을 찾았다. 색도 청량하고 맛도 청량하고 모든 게 청량 그 자체다.

아직까지는 완벽한 레시피를 찾지는 못했다. 총 세네 번 정도의 바질 시럽을 만들어봤지만 다 같은 맛이 아니다. 바질의 수확시기와 신선도에 따라 향과 색이 확확 달라지는 듯하다. 그 기준을 잡을 수만 있다면...










인생 첫 텃밭의 첫 봄은 끝이 났다. 많은 것을 경험하게 했고 즐길 수 있게 해 준 봄이 가는 것이 아쉽다. 내년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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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힙스터]

"태어난 곳은 시골, 내 꿈은 힙스터"

시골의 일상을 그리고 담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삶과 마음이 따르는 행복을 실천하는 진정한 힙스터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instagram : @countryside.hipster
e-mail : countryside.hips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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