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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존재에 대하여

미역국

by 웨엥 Feb 23. 2025
미역국- 한 인간의 탄생에 대한 음식

-4째 딸의 셋째 딸, 큰딸의 둘째, 둘째의 첫째     

 할머니의 미역국은 묵직한 맛이 난다. 미역이 많이 들어가고 참기름을 듬뿍 넣는다. 커다란 곰 솥에 한 가득 끓여놓고 할머니는 일을 하러 가신다. 일터가 건물 지하에 있어 매일 계단을 오르내리며 우리들에게 밥 잘 챙겨 먹으라는 말을 하고 가셨다. 조그만 할머니는 다람쥐처럼 왔다갔다 하신다.     

 아이를 키울 때 12살 까지는 부모 책임이 크다고 해서 아이 생일날에 수수팥떡이나 백설기를 해 주고 좋은 미역으로 국을 끓여주라고 생일상을 잊지 말고 차려주라고 했다. 그런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해 부모 손이 덜 가게 되면 아이가 엄마에게 미역국을 끓여주는 거라고 알려주셨다. 나를 낳고 미역국을 먹으며 젖을 잘 돌게 하고 몸속 노폐물을 빼는데 미역이 좋기 때문에 그때 아이를 낳느라 힘들었을 엄마를 위해 자기 생일에는 받는 것만이 아니라 엄마를 생각하며 생일에는 그렇게 하라고 가르쳐주셨다. 한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며 엄마가 된 것을 축하하며.

 내가 커서 생일 때는 엄마에게 미역국을 끓여줘야 한다고 할머니는 말했다.

우리 집에서 미역국은 특별한 음식이다. 삶의 시작이 될 때 엄마로서 아이를 낳아 보듬을 때 먹는 음식이 미역국인 만큼 마음이 흐트러지고 내 존재가 별 거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질 때 힘을 내게 해 주는 마음의 보양식이다.


 슈퍼에서 미역을 사서 끓였는데 뻣뻣해져서 물었더니 할머니가 사용하는 미역은 경동시장 건어물 단골 가게에서 구입한 자연산 미역으로 엄청 좋은 거라고 하시며 끓일수록 미역이 통통하게 불면서 굉장히 미끌미끌하면서 부드러워 진다.

간은 할머니 간장을 넣어야 맛이 난다.     

<경희 이름은 엄마가 소두 2되를 주고 이름 짓는 사람한테 지었다. 막내 혜영이는 우리 셋이 지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이름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언니들이 지은 이름이다. 어린 시절 나는 왜 혜영이일까 언니들은 돌림자인데 나는 주워왔나보다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재료- 마른미역, 육수, 국간장, 참기름

<만드는 법>

1. 마른 미역을 물에 불리고 부드러워지면 깨끗이 씻어 체에 건져 놓는다. 

2. 달궈진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건진 미역을 볶다가 준비해 놓은 육수를 붓는다.

3. 국물이 뽀얀 색이 되면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조금 더 끓인 다음 불을 끈다.     

<미역국을 끓일 때 소고기를 넣은 것도 맛있는데 할머니는 고기도 덩어리로 많이 넣었다. 재료에 있어서 할머니는 적당이가 없다. 키는 조그만해도 손은 왕손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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