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보다 사랑이다.
이어령 교수님의 말 중에 사람에게 남는 것은 "얼마나 사랑했냐"라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을 기억하는 것은 무얼까? 교수님의 말처럼 사람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말하는 것 같다. 살면서 자랑이 아닌 사랑을 나는 얼마만큼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했다.
어제는 남편이 오름을 갔다 오면서 장대만큼 큰 억새를 한 다발을 걷네 주었다. 이 억새를 어떻게 꺾었냐고 나는 물었다. 억새를 꺾다가 손이 비면 어떻게 하려고 이것을 꺾었냐고 했다. 남편은 억새의 마디를 꺾으면 되었다고 했다. 나는 이 억새가 피면 억새 씨앗이 집안에 퍼지니 꽃이 시든 화분에 꽂아 놓았다. 나는 이 억새를 보면서 남편의 마음이 보였다.
아이들을 키우기 벅찰 때에는 남편의 존재가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제 아이들이 다 크고 나니 지금도 곁에서 나를 바라봐 주는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편안하게 해 주고 있다. 60이 되면 가장 중요한 사람이 배우자가 된다는 글을 읽으며 억새를 바라보며 남편의 마음이 느껴졌다.
요사이 남편이 갑상선 수술을 해서 목소리가 크게 안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큰 소리를 내지 않으니 집이 조용해진 것 같다고 웃는다.
사람이 사는 동안 가장 필요한 것은 부귀영화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사랑했느냐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나는 얼마나 사랑을 담았는지 내 그릇을 돌아보게 했다. 살아 있다는 건 아직 늦지 않았다는 말이 있듯이 나도 후회하지 않으려면 더 많이 사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