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마음의 상태를 먼저 물어봐주고, 온정으로 채워주며 '당신은 귀한 사람이다'는 것을 알려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어린 시절의 부모를 생각해 보라. "잘 잤어? 오늘 아침은 기분이 어떠니?"라고 물어봐주던 엄마. 삐뚤삐뚤하게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려도 "와.. 이걸 어떻게 그렸니? 너무너무 잘했어." 하며 칭찬해 주던 아빠. 꼭 껴안아주며 "내가 너를 왜 사랑하는지 알지? 엄마 딸이니까 사랑하는 거야. 있어줘서 고마워." 하며 온기를 전해주던 엄마. "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했다고 하니까 이번엔 그렇게 시도해 보자." 하며 믿어주던 아빠. 이렇듯 생애 초기에 만났던 권위 있는 인물인 부모들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며 큰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존귀하게 생각한다. 소위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다. 자존감은 '나는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대답이다. 이는 자신의 능력, 존재의 중요성, 태도, 가치에 대한 자기 스스로의 평가로 이성적 영역과 감정적 영역에 기반한다.
상담의 현장에서 만나는 내담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낮은 자존감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다. 이들은 대부분 자기 거절_Self-rejection, 자기 방치_Self-neglet, 자기 불만족_Self-dissatisfaction, 자기혐오_Self-hatred 등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인한 결과들을 떠안고 살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당면하고 있는 삶의 문제들에 대한 어려움과 낮은 자존감으로 인한 문제들이 뒤섞여 무엇을 먼저 다루기 시작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내담자에게 건네는 질문은 "이 세상에 당신을 존중해 줄 사람이 당신밖에 없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이다. 이런 질문에 대한 반응은 저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은 "나라도 존중해 줘야겠죠."라고 말한다. "저는 존중 같은 것은 필요 없어요."라는 말과 같이 부정적인 답변을 하는 사람에게는 누군가가 자신을 무시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하여 분노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고 나서 "자신이 존중받을 존재가 아니라고 하셨지만, 무시당하는 것은 싫으시군요."라고 말하면 "진짜 그렇네요." 하며 멋쩍어한다. 이렇듯 누구나 자신이 존중받음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
가장 큰 장애물: 자기 연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건강한 자아로 살아가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최고의 방해꾼인 자기 연민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 연민은 소위 스스로를 '거지 같은 팔자를 타고난 불쌍한 피해자'로 여기는 마음이다. 자기 연민에 빠지게 되면 자신과 자신의 환경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인 묘사를 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좋은 것이 있어도 '그럼 뭐 해 나는 이런 존재인데...' 등의 말로 긍정적인 요소들의 의미를 최소화시키고, 부정적인 요소만 집중한다. 또한 이들은 모든 것이 부질없고, 다 소용없는 일처럼 여기며 그저 자신의 초라함과 연약함, 그리고 불쌍함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때문에 주변에서 제공하는 도움이나 조언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마음에는 누군가를 향한 원망과 탓이 가득하다. 이들은 무엇인가 더 좋은 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에 의미를 찾지 못하기에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
이 자기 연민에는 이유가 있다. 가장 연약했던 시절에 가장 중요했던 감정은 안전감이다. 원가족에서 이 안전감을 경험했다면 든든한 토대 위에서 더 자신 있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