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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수 Jan 28. 2024

나는 여자일 때가 더 괜찮아요.



   제가 작정을 한 번 해볼까 해요


   더없이 다정하고, 철없이 뜨겁고, 한계 없이 웃어볼까 싶어요. 당신 하나를 향해, 나의 모든 마음을 계산 없이 다 내어주려는데,


   당신, 이거 어떻게 생각해요?

   아무렴요, 고백이에요.


    고백이 부담스럽다면 대답은 마음이 동할 때까지 유예해도 돼요. 나는 지치지 않고 여기서 쭈욱 그대로 기다릴게요. 당신은 그럴만한 가치가 다분한, 아니 넘치는 사람이거든요. 답이 퍽 서글프게 돌아온다 해도 구질구질하게 질척이진 않을 테니 모쪼록 솔직한 답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되도록 긍정적인 답이 돌아왔으면 해요. 부담드리려는 건 아니고요, 제가 당신을 좋아하니까 아무래도 서글픈 답은 속상하지 싶어서요.


   자신감 넘치는 말투가 거슬린다면, 이렇게 생각하심 어떨까요? 원래 돈에 관심 없다는 사람이 제일 돈에 집착하고요, 당당해 보이는 사람이 가장 속이 여려요. 제 말 곡해 없이 들어주실 거라 믿고 고백을 이어가 볼게요.



   내가 당신을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부터 말해볼게요. 

   음, 부끄럽지만 고백의 순간이니만큼 한껏 솔직해 보자면요, 처음 본 그 순간부터였어요. 당신이 뚜벅 걸어오던 그 순간 마음을 다 빼앗겼지 뭡니까. 내게로만 걸은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당신은 당신의 길을 걸었을 뿐이고 그 길에 우연히 내가 껴있던 것뿐인데, 나는 그날 그렇게 되었어요.

   

   정확히 반했습니다. 확실히 꽂혔어요.

   당신이 문을 열고 들어오던 순간을 얼마나 떠올렸는지, 각색이 너무 돼버려서 이제는 강동원 등장씬 같이 벚꽃이라도 흩날린 거 같아요.


   에이, 고작 이 이유뿐은 아니죠.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당신을 그저 외모만으로 사랑하기엔 내가 나이를 많이 먹어서요. 게다가 당신은 수려한 외모보다 훨씬 멋진 영혼을 가진 사람이셔서요. 시선은 외모로 빼앗겼지만, 시선이 내내 고정된 건 당신의 영혼에 매료됐기 때문이에요.

   당신도 알고 있으시겠죠? 당신 참 매력적인 사람인 거요. 외모도, 내면도, 하다못해 당신은 손도 뻐요. 말투도 사랑스럽고요, 당신이 웃으면 나는 자동적으로 따라 웃게 돼요. 당신의 미소에는 전염성이 지난히도 크답니다.



   자기 PR의 시대니만큼, 이번엔 제 어필을 좀 해볼게요. 대답에 참고해요.

   저말이에요, 그냥도 좋은 사람이지만 여자일 때가 훨씬 좋아요. 대개 친절하고 다정하지만 누군가의 여자가 되면 친절, 다정을 넘어 더 큰 것들을 줘요. 가령, 신뢰, 안정, 지지, 포근과 같은 것들이요. 


   그뿐이게요? 나랑 함께면 당신은 마음도 그렇지만 몸도 정신 차릴 틈이 없을 거예요. 여차하면 제가 쪼르르 당신 앞에 가서 다른 곳 눈돌릴 틈 없이 할 거거든요. 우울에게 허락될 시간 같은 건 없을 겁니다.


   감히 말하는데요, 저 자신 있어요.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 자신도, 헌신할 자신도, 변하지 않을 자신도요. 말만 해요, 뭐든 다 해줄게요. 당신 말인데 뭔들 못할까 봐서요.


   당신이  음악을 틀면 나는 그에 맞춰 더 낡은 춤을 출거구요. 당신의 독서 취향을 맞춰줄 순 없겠지만 책 읽는 당신을 사랑스럽게 볼 거예요. 당신의 접시부터 챙기는 다정함도 늘 견지할게요. 돌아오는 봄마다 당신 닮은 꽃 한 송이 챙겨 오는 애틋함도 여전할 겁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셔도 돼요.

   당신이 날 가끔 불행에 두더라도 나는 알아서 행복해할 테니 내 행복에 책임감을 느끼지 않아도 돼요. 당신이 나와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나는 불행할 수 없는 사람이 될 테니까요. 사랑할게요. 어떤 날에도 같은 마음으로 당신을 향할게요. 그러니, 나랑 내일은 연인으로 만납시다.


   저, 잘할게요.


   그럼에도, 그래도, 내가 아니라면, 깔끔히 포기하겠습니다. 제 마음이 거기까지라서가 아니고 당신을 조금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다만, 거절할 때 하시더라도 이 마음은 챙겨가셨으면 좋겠어요.


   당신은 누군가의 인생을 흠뻑 적실만큼 뜨거운 사랑이었고요.

   당신은 이성적인 여자를 별안간 애달 복달하게 만든 유일한 사람이었고요.

   당신은 돌아서는 순간에조차 한 사람의 가슴에 쨍하게 새겨질 피사체였어요.


   근사한 사람을 좋아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함께치 못하더라도 괜찮을 만큼, 당신을 품는 마음들은 언제나 시의적절했어요. 그러니 삶의 어떤 순간이 와도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아요. 분명 틀린 의심일 테니, 툭툭 털고 언제나 그러셨듯 해사히 웃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제 제 할 말은 다 했습니다.

   당신의 답을 차분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 오늘 바람이 꽤 차요.

   당신이 계신 곳에는 별안간 더운 바람이 일고 있길 바라요.



   끝으로,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참…  보고 싶네요.

   점심 챙겨 드시고, 오늘도 유유히 행복 근처로만 다니셔요.

   당신을 닮은 근사한 행복 근처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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