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TON BLUE CHEESE
스틸턴은 푸른곰팡이가 얼기설기 퍼져 있는 치즈로, 프랑스의 로크포르 Roquefort, 이탈리아의 고르곤졸라 Gorgonzola와 함께 세계 3대 블루치즈로 꼽힌다. ‘블루치즈’라고 불리기에 치즈 전체가 푸른색일 것 같지만,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껍질에 싸여 있어 치즈를 잘라야만 안쪽에 퍼진 푸른 무늬를 볼 수 있다. 이 무늬는 치즈를 만들 때 넣는 페니실륨 로크 포르티 Penicillium roqueforti 곰팡이균이 발효를 거치는 동안 사방에 퍼져 만들어지는 것인데, 그 모양이 대리석 무늬처럼 보이기에 ‘마블 치즈 marble cheese’ 즉 대리석 치즈라고도 부른다(스틸턴 치즈뿐 아니라 많은 블루치즈가 마블 치즈로 불린다).
이 치즈의 이름은 영국 중부에 위치한 ‘스틸턴 Stilton’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유래했다. 일반적으로 치즈의 이름은 처음 제조한 지역의 이름에서 따오곤 하는데, 이 치즈는 제조한 지역이 아니라 판매한 지역의 이름을 땄다. 인근 마을에서 만들어져 스틸턴 마을에서는 판매만 한 것이다. 스틸턴 치즈의 최초 제조자로 알려진 프랜시스 폴렛 Frances Pawlett은 1700년대 중반 레스터셔 Leicestershire 와이몬덤Wymondham 마을에서 블루치즈 제조자로 유명한 농부였다. 그녀의 치즈를 유명하게 만든 사람은 당시 스틸턴 마을에서 여관을 운영하던 쿠퍼 손힐 Cooper Thornhill이었다. 그는 프랜시스 폴렛의 블루치즈를 접하고는 그 특별한 풍미에 반해 농가를 직접 찾아갔다. 그러고는 그녀에게서 공급받은 치즈를 자신이 운영하던 벨 여관 Bell inn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벨 여관이 위치한 스틸턴 마을은 런던과 스코틀랜드를 잇는 단 하나뿐이었던 도로 그레이트 노스 로드 The Great North Road로, 런던을 출발한 여행자들의 첫 번째 휴게소가 있는 곳이었다.
철도 교통이 발달하기 이전 영국에서 말은 주요 교통수단이었다. 이런 이유로 여관은 비단 사람뿐 아니라 말을 위한 휴게소였으며, 마차 보관소이기도 했다. 여관들은 투숙자들을 위해 식당을 함께 운영했는데, 식사와 함께 판매된 프랜시스 폴렛의 블루치즈가 벨 여관에 머물렀던 손님들을 통해 전해지면서 자연스레 ‘스틸턴 치즈’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마차보관소: 코칭인 Coaching inn 혹은 코치하우스Coach House라 불렸다. Coach는 과거에 4륜 마차를 가리켰다.
여기에 더해, 로빈슨 크루소로 유명한 작가 대니얼 디포가 자신의 책 《영국과 웨일스 여행》에서 “스틸턴 치즈는 영국의 파르메산이 될 것이다.”라고 언급하면서 유명세를 더했다. 파르메산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하드 치즈 파르미자노 레지아노를 가리킨다. 이탈리아에서는 주방의 남편이라고 불리며, 파스타나 샐러드에 갈아서 넣는 등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도 피자에 뿌리는 치즈로 유명하다.
스틸턴 치즈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블루치즈를 만드는 농가들이 늘어났고 1700년대 후반부터 생산 지역이 점차 넓어졌다. 그리고 1840년대부터 증기기관차가 발명됨에 따라 치즈를 런던까지 운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1900년대 초, 스틸턴 치즈 제조자들은 원산지를 벗어난 무분별한 생산을 막기 위해 법 제정을 시도했다. 1969년 영국 대법원은 스틸턴 치즈 보호에 관해 이렇게 서술했다.
스틸턴은 크림을 제거하지 않은 우유로 만든 블루 혹은 화이트 치즈다. 압력을 가해 치즈를 누르지 않는다. 둥근 원기둥 형태에 자체적으로 부스러지는 질감과 껍질을 갖는다. 우유는 영국 내의 농장에서 생산된 것만 사용한다. 제조 지역은 멜턴 모브레이 Melton Mowbray와 그 주위를 포함하는 다음의 세 곳이다. 레스터셔 Leicestershire(지금은 루트랜드Rutland 지역도 포함), 더비셔 Derbyshire, 노팅엄셔 Nottinghamshire. 이 규정은 공장형 치즈나 이미테이션 치즈의 개발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블루 스틸턴과 화이트 스틸턴은 PDO**의 승인을 받는다.
-the taste of Britain 2006. HarperPress-
**Protected Designations of Origin
원산지의 명칭을 보호한다는 의미다. 스틸턴은 1996년에 승인을 받았다. 프랑스의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와 같으며 주로 와인, 치즈 등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 만드는 식품에 적용해 전통을 보호하는 제도이다. 원산지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에는 원산지에서 사용하는 명칭을 쓸 수 없다. 제조 방법 또한 정해진 전통방법 그대로를 따라야 하며 심의를 거쳐 통과한 농가들의 농산물에만 붙여진다.
오늘날까지도 스틸턴 치즈가 만들어지는 세 지역 중 내가 선택한 곳은 노팅엄셔였다. 노팅엄셔의 주도州都인 노팅엄 외곽에는 스틸턴 치즈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두 농장, 콜스턴바셋과 크롭웰비숍이 있다. 나는 런던에서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200km를 달려 노팅엄 시내의 한 호스텔에 무작정 침대 하나를 잡았다. 그러고는 이미 보내 둔 이메일의 답변을 기다리느라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두 곳 중 어느 데어리가 나를 반길지 거절할지 모르는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