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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 Aug 06. 2023

진리 없는 삶의 목표 3. 인간관계

내가 살아갈 이유가 되는 사람들

쾌를 주는 자극 중에서 가장 강렬한 자극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이다.

너무나 강렬한 이 자극은 또 하나의 삶의 목표가 되기도 한다.

관계가 깊어지고 소중한 사람이 생긴다면 우리는 그 사람과 더 있고 싶어서, 반대로 그 사람 또한 우리와 계속 있길 바라기에 살아간다.

더 나아가 서로의 삶이 더 잘되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잡고 시간을 쏟기도 한다.

불안 해소, 행복 추구와는 또 다른 측면으로 삶의 목표가 된다.

특히 불안 해소와 행복 추구의 의지가 적어졌을 때, 소중한 사람은 그들을 대신할 삶의 목표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그들이 먼저 다가와 우리가 그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지지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소중한 사람을 만드는 것은 또 하나의 삶의 목표가 될 수 있다.     

소중한 사람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그렇게 만든 소중한 관계가 또 다른 삶의 이유가 된다.


한 인간에게 다른 사람은 얼마나 중요한 자원인가.

사실 돈으로 신뢰와 협력을 살 수 있게 된 시대에서 나를 도와줄 친한 이웃, 친구의 역할이 예전보단 크진 않다.

현대인은 보통 잘 살고자 자신의 무리를 발전시킬 고민을 하기보단 나와 내 가족을 발전시킬 고민만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산지는 얼마 되지 않았기에 우리 본능은 여전히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

종교와 집단주의가 무너지고 개인주의가 시작된 지 약 500년, 한국의 경우에는 100년도 안되었다.

길게 잡아도 500년으로 우리의 뇌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를 바꾸기는 어렵다.

인간은 지난 몇 만 년 동안 집단에서 협력을 하며 살아남아왔다.

그 역사를 유전자로 이어받은 뇌는 여전히 이웃을 생존의 핵심으로 여긴다.

우리는 그러한 뇌의 의도를 감정을 통해 느낄 수 있다.

뇌는 타인과의 관계가 생존에 매우 중요하단 신호로 사람을 만날 때 행복을 주고 사람과 만나지 않을 때 외로움을 준다.

세 가지 근거를 통해 누구든 이 감정에서 자유롭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될 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를 먼저 해보고자 한다.



인간관계의 중요성


1. 행복을 정하는 결정적인 요인, 타인

행복이란 Y값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X값은 무엇일까?

행복에 관한 연구 결과들은 가장 강력한 변인이 ‘외향성’이라고 대답한다(서은국. 2015.). 

외향성이 행복이라는 주관적인 경험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 연구에서는 외향적인 사람이 월요일에 느끼는 주관적인 만족감이 내향적인 사람이 금요일에 느끼는 주관적인 만족감보다 더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불금과 월요병이라는 강력한 변수에도 불구하고 외향인이 내향인보다 더 행복하단 결과를 통해 외향성이 행복에 아주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향성을 대표하는 다양한 특징 중에서 행복과 가장 관련이 높은 것은 자극 추구 성향이다.

생존에 도움을 주는 자극, 대상에 다가가는데 거리낌이 없는 성향이 외향적이고 반대로 약간의 자극에도 쉽게 만족하고 또 생존 자극에 다가가는 데 있어서 아주 신중한 성격이 내향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성향차 때문에 외향적인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자극에 노출되고 때문에 행복을 포함한 주관적인 경험을 더 많은 빈도로 하게 된다.

사실 이러한 과학적인 설명 외에 일반적으로 외향적인 성격, 내향적인 성격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특징이 있다.

바로 타인과 함께 있는 것을 얼마나 즐기느냐에 관한 성향 차이이다.

조금 과하게 얘기하면 외향적인 사람은 항상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내향적인 사람은 항상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편견이 있기도 하다.

과학적으로 접근했을 때 두 성향은 자극 추구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반적으로 두 성향을 인간관계 추구 성향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우리 주변 자극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고 중요한 자극이 타인이라는 것이다.

즉 우리가 가장 많이, 중요하게 추구하는 생존 자극이 곧 사람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의 행복에 가장 강렬한 영향을 주는 것은 결국 타인 혹은 인간관계이다.     


2. 누구나 인간관계로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위에서 얘기했듯 내향인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내향인은 타인을 만나면 오히려 기를 빨리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싫어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내향인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들은 타인과의 만남에 너무나 많은 것을 신경 쓰느라 타인을 만났을 때의 즐거움만큼이나 피로함을 느낄 뿐이다.

실제로 내향인 역시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내향인에게 외향인처럼 적극적으로 사람과 상호작용하도록 요구했을 때, 정적인 정서가 유의미하게 올라갔다는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는 내향인도 역시 적극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화령 등. 2008.).     


사람을 만났다고 해서 늘 즐거운 것은 아니다.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인관관계는 오히려 피로하다.

불편하다는 것은 곧 나의 모습 그대로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지 자기 검열을 하고 자신을 억제하는 것은 매우 피로하다.

이런 피로가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 이상이 된다면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경험이라고 해석하게 된다.     


때로는 우리가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고 해석할 경험들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든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다.

성격 때문에, 또 불편한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자신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은 자기 자신과 행복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다.     


3. 모두에게 치명적인 독인 외로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신호는 행복만으로 나타나진 않는다.

뇌는 우리가 사람을 만나지 않고 있으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인 외로움을 보내기도 한다.

그 경고는 무시하기에는 매우 치명적인 효과를 갖고 있다.

2023년 미국공중보건 서비스단의 보고서 ‘Our Epidemic of Loneliness and Isolation’에서는 외로움이 조기사망률을 26~29%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다른 변인이 매개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외로움은 우리가 더 살아가냐 마느냐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외로움은 다시 자기 자신을 고립시키는 악순환을 만들기 때문에 더욱 치명적이다.

Hawkley(2010)에 의하면 외로움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과경계 상태에 빠져 사회적 단서를 포함한 세상의 다양한 현상을 자신에 대한 위협이라고 판단한다.

즉 타인의 행동 등을 자신을 향한 비판으로 해석하고 이 때문에 더욱 고립된다.

예를 들어 외로운 이는 옆 사람이 괜히 자신의 악담을 한다고 착각하거나 지나가던 사람이 실수로 툭 친 것을 시비를 걸어온 것이라고 해석하게 될 확률이 높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며 더더욱 외로움을 해소할 가능성은 낮아지게 된다.

이는 어쩌면 현재 자신이 고립된 것은 주변이 위협적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자기 방어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자기 안으로 파고드는 과정은 근본적인 해결을 더욱 방해한다. 

어쨌든 외로움은 이 때문에 치명적임과 동시에 빠져나오기도 힘들다.

수명을 줄이고 고립의 악순환을 만들어내는 외로움은 마치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의 늪과 같다.

때문에 다른 사람을 만나라는 뇌의 신호에 따라 사람을 만나고 외로움을 해소하는 과정이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다.          



소중한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들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행복과 외로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삶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무작정 만나고 다니면 되는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

누군가는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행복함보다도 공허함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무작정 사람을 만났다가 오히려 시간과 노력, 감정을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외로움을 해소하고 행복함을 느끼는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들이 필요할까?     


1. 나를 파악하기 

역시나 우선은 나를 파악하고 나 자신에게 맞는 인간관계를 찾고자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성격을 파악해서 어떤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이 좋은지 알 수 있다.

외로움이 자신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사람을 만나기 전 부담감을 얼마나 느끼는지, 만나고 난 후 지친 적은 없는지 등 과거의 사건을 자세히 분석하며 다양한 변수가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이전과 같이 성격 검사 등을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볼 수도 있다.


또 인간관계에는 관계에 따라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가 있다.

행복과 마찬가지로 어떤 대상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향과 주관적인 해석 모두 알아야 한다.

즉 사람마다 친구, 이웃, 지인 등의 기준이 다르고 신뢰 구축 범위도 다르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겐 이웃이란 함께 많은 것을 나눌 소중한 존재인데 다른 누군가에겐 이웃이 그저 옆에 사는 사람 정도일 수도 있다.

자신이 특정 인간관계에 어떤 정의와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면 자신에게 더 알맞게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타인의 기준과 마찰하며 생기는 오해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2. 가장 중요한 것, 나 자신을 사랑하기

사실 좋은 인간관계 만들기 위해서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한 가지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서 세상에 어느 정도 떳떳하게 꺼내놓을 수 있다는 태도이다.     

친구를 만나고 와서 기 빨렸다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분명 누구에게나 인간관계는 행복을 준다고 했는데 왜 그럴까?

기가 빨렸어도 인간관계가 행복을 준다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 행복 이상으로 피로함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피로함은 만남 속에서 자신이 무언가를 계속 신경 썼기 때문에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보통은 자연스럽지 않은, 타인을 위한 가짜 모습을 연기하고자 신경 썼기 때문에 매우 피로해진다.

이는 자신의 모습을 떳떳하게 남에게 내놓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늘 자신의 행동과 말을 나서서 검열하게 된다.

복잡한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하면서 동시에 머릿속으로 열심히 검열을 하고 있으면 당연히 피로하다.

자기 검열과 연기의 피로감이 너무 크면 사람 만난다는 행복함을 덮어버리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은 우선 나 자신의 모습을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를 아끼고 사랑해서 기꺼이 남 앞에 꺼내놓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부족함을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이 자기 발전을 위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관계에도 넘어와서 수치심, 열등감, 거짓 연기로 이어지고 인간관계를 악화시킨다면 결국 득 보다 실이 크다.

좋은 인간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첫걸음은 우선 내 안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3. 타인에게 편안하게 나를 드러내기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타인에게도 떳떳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면 이제 편안하게(사회적 상식선에서) 자신을 표현하면 된다.

적절히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면서 솔직한 얘기와 행동을 하면 된다.

누군가는 나 자신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일에 대한 의문이 있을 것이다.

인간관계를 유지하는데 솔직함 따위보다 유용함, 공감대 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에게 도움이 되거나 자신과 잘 맞는 사람과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어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실질적인 이유가 있어야 인간관계가 시작되거나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가끔은 내가 상대방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을 억지 연기를 통해서라도 보여주지 않으면 상대방과 인간관계를 만들기 어렵다는 잘못된 추측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세 가지 이유로 내가 사랑하는 내 모습을 편안하게 드러내도 된다.     


첫 번째로 잘 맞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첫인상이나 자주 만날 수 있는 환경이다.

지금 절친한 친구와 어째서 절친한 친구가 되었는지 떠오르는가?

기억을 더듬어 가며 정확한 이유를 말로 표현하려고 노력해 봤자 잘 안 된다.

친한 친구라면 분명 관계가 발전할 수 있었던 실질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꼭 무언가 잘 맞거나 도움이 되어서 친해진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사실 대부분이 자주 만날 수 있던 환경, 의식하지 못하지만 긍정적이었던 첫인상 때문에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

마치 퍼즐 찾듯이 엄격하게 서로의 조각을 맞춰본 기억은 없을 것이다.

특히 학생 시절부터 이어진 절친한 관계를 살펴보면 이런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렇듯 사실 우리가 친한 친구가 되는데 중요한 것은 서로 가까이할 수 있는 환경과 첫인상이다.

얼마나 잘 맞느냐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번째로 사람끼리 교류하는 가장 우선적인 이유는 행복하기 위함이지 이득을 보기 위함이 아니다.

우리가 인간관계를 갖는 이유는 타인과의 만남 그 자체가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시간을 돈으로 치환할 수 있는 시대이기에 타인을 만나는 시간까지 득과 실을 저울질하는 사람이 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매번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교류의 가치를 매번 저울질하는 사람들은 만남 그 자체가 주는 행복을 부정하고 행복을 얻기 위한 까다로운 조건을 더하기에 인간관계를 온전히 즐길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심리학 연구는 아주 단순한 교류조차도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고 알려준다.

질리언 샌드스트롬과 엘리자베스 던은 낯선 이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의 중요성을 연구했다.

그들의 연구에 의하면 신뢰관계가 구축된 친한 친구들과의 교류만이 행복을 줄 것이라고 편견과 달리 낯선 이와의 짧은 교류도 충분한 행복을 준다.

사람을 만나고 행복을 느끼는데 친해서, 잘 맞아서와 같은 조건이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우선 그냥 행복하다. 

굳이 잘 보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은 그저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해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사람으로서 교류 자체를 즐기기에 굳이 가면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조금씩 내려놓아도 좋다.


세 번째로 만난다는 행위 그 자체가 그 사람에 대한 태도를 정한다.

인지부조화 이론은 우리의 태도가 때로는 과거의 행동에 따라서 수정된다고 얘기한다.

즉 우리는 행동 뒤에 그 기억을 되짚으며 이유를 다시 만들고 태도를 수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싫어했던 사람을 한 번 도와줬던 경험을 떠올리며 생각보다 그 사람을 싫어하진 않았다고 태도를 바꾸는 경우가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누군가를 많이 만났다는 경험을 상기하며 그 사람이 곧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기에 많이 만났다는 해석을 붙이곤 한다.

앞서서 많이 만나게 되는 환경 그 자체가 좋은 친구가 되는 중요한 조건이라고 했는데, 사람의 이런 경향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즉 '잘 맞는다' 혹은 '도움이 된다'와 같은 만나야 할 각종 이유보다도 만난다는 행동이 인간관계를 구축하는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만나야 할 이유에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만나라, 반복해서 만나라.

대부분의 경우 그런 행동만으로 좋은 인관관계를 만들 수 있다. 


4. 타인을 믿기

타인을 향해 믿음보다 경계가 크다면 인간관계에서 행복을 찾기 어렵다.

나를 믿고 타인에게 편안해질 이유를 찾았어도 아직도 나를 편안하게 드러내지 못할 수 있다. 

아마 타인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세상의 많은 이들이 쉽게 믿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다.

온갖 영업 노하우가 호의를 위장해 우리와 거짓 신뢰를 쌓으려고 한다.

당신에게 노력과 시간, 돈을 강요하면 대부분이 특정 목적이 있다.

특정 신념을 구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공부를 같이하자고 하거나 돈을 요구하는 경우는 아쉽게도 목적이 있는 경우이니 믿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특히 악질적인 이들은 불안과 외로움을 활용해서 우리 마음에 파고들고자 한다.

당신을 이해해 줄 존재는 오직 자기들 뿐이라고 유혹한다.

이들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불안을 해소하는 나만의 목표가 필요하며 나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과 폭넓게 교류할 필요가 있다.

그들 없이도 당신은 사회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이고 앞으로 멋진 만남을 할 수 있으니 부디 낌새가 보이면 과감히 관계를 끊거나 비윤리적이거나 불법적인 활동에 관한 신고를 하길 바란다.


일단은 이런 사람들은 거르고 일반적인 사람인 경우만 고려해 보자.

그런 경우, 타인을 믿고 나를 들어내야 비로소 솔직하고 편안한, 그 자체로 행복의 크기가 더 큰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어떠한 경계도 하지 말란 것이 아니라 믿음과 경계 중에서 믿음의 비율을 조금 더 높이는 것이 진실되고 편안한 인간관계를 만드는데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앞서서 소개한 질리언과 엘리자베스의 연구들은 낯선 이와 대화를 하며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행복을 올려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약 타인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늘 갖고 있다면 그들과 교류하거나 관계를 쌓아갈 확률은 매우 낮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긍정적인 경험을 할 기회가 사라진다.

낯선 이를 늘 경계하거나 일단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관계를 시작하는 것은 곧 내 주위에 있는 풍부한 행복 자원을 걷어차는 것과 같다.     

이는 과경계 상태가 우리를 더욱 큰 고립으로 이끈다는 Hawkley의 연구 결과와도 일치하는 내용이다.

나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고 있지만 타인을 믿지 못해 교류하지 않거나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면 단순히 더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을 넘어 점점 더 외로워질 것이다.


타인을 믿고 나를 들어내며 교류하는 빈도를 늘리는 것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타인을 믿고 다양한 사람과 교류할 수 있게 되면 긍정적인 경험을 하는 빈도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더 깊은 관계가 될 사람과 만날 확률도 늘어난다.

첫인상이 매우 호감 가거나 알고 보니 더 자주 만날 환경에 있는 사람 등과 만날 확률이 늘어나고 그들과 자연스럽게 더 깊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행복할 확률과 소중한 인간관계를 만들 확률을 올려주기 위해서 타인을 향한 경계보다 믿음을 더 키울 필요가 있다.


한편 타인을 믿느냐 마느냐를 판단하는데 사회 분위기도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모두 조금 더 노력해서 서로 믿는 분위기를 만들고 더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되면 좋지 않을까?

한국에 사는 우리는 사회 분위기의 영향을 받아 다른 국가 사람들 보다 상대적으로 조금 더 타인을 못 믿고 있다.

사회에 존재하는 타인의 믿음 정도를 사회 신뢰라고 한다.

UN산하 기관이 발간한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면 나라마다 다른 사회 신뢰가 국민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지지나 관대함을 포함한 사회 신뢰가 낮고 북유럽은 사회 신뢰가 높다.

그리고 두 나라의 사회 신뢰 차이는 두 나라의 국민 행복 차이와 상관이 있다.

낮은 사회 신뢰는 곧 국민 행복을 낮춘다.     

타인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 때문에 타인과 열린 마음으로 교류하고 행복할 기회를 걷어차게 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다양한 원인이 이러한 사회의 분위기를 만들었고 그것을 해결할 방법 역시 다양하지만 우선 우리 개개인도  조금씩 노력해야 한다.

다수가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행복을 순수히 놓아주어서는 안 된다.

분위기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자신의 행복을 찾을 필요가 있다.

소수의 변화는 분명 더 큰 규모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작은 변화는 적어도 주변사람들만이라도 바꿀 수 있고 그렇게 확산되는 균열은 대중으로 하여금 변화를 생각하게끔 만들 수 있다.

서로를 믿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의심의 비용은 줄고 교류의 행복은 증가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믿으면 분명 진실하고 편안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목표를 세우고 계획과 전략을 세우면 될까?

역시나 꼭 정해진 답은 없다.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하기에 의식적으로 시간을 할애해서 목표와 계획을 세워야 함을 인지하고 인간관계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이끌어내고자 준비해야 할 것들을 인지했다면 이를 자신의 상황과 성향에 따라 활용하면 된다.

아마 우선은 긍정적인 인간관계 경험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여러 경험과 고민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인간관계를 파악하고 또 자신을 사랑하며 타인을 믿고 타인에게 나를 편하게 들어낼 준비를 하면 된다.

특히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교류를 할지 모르기에 우선 솔직하고 편안한 교류를 할 준비를 마치는 게 중요하다.

물론 꼭 준비가 다 되어야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준비 과정에서도 여러 교류가 필요하다.

준비 과정에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하면 그것이 양분이 되어 더 성숙한 태도를 형성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준비 과정에서 혹은 준비가 어느 정도 끝난 후, 외로움, 새로운 환경, 관심이 생긴 사람, 나를 좋아하는 타인의 요구 등 때문에 인간관계를 위한 고민이 필요할 때, 그 요구를 들어줄 방법을 만들고 실행하면 된다.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새로운 인간관계를 확장할 계획을 세우거나 혹은 기존의 인간관계를 더 깊은 관계로 발전시킬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소중한 친구와 교류 횟수를 늘리거나 그의 인생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계획을 세울 수도 있으며 그와 더 다채로운 경험을 하기 위한 계획을 만들 수도 있다.

혹은 타인의 교류 요구에 응하기 위해 시간과 계획을 할애할 수 있다.

역시나 너무 장기적이지 않은 선에서 바로 행동하고 이룰 수 있는 것을 위주로 고민하면 되겠다.

이렇게 인간관계가 내 삶을 더 풍요롭게 해 주도록 노력한다면 본능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를 충족시켜 줬기에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실제로도 잘 살게 될 것이다.


한 가지 이야기를 더한다면 소중한 사람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장기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임을 잊지 말란 얘기를 하고 싶다.

때문에 단기적인 보상이 있는 선택을 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보상이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 인간관계의 경우에는 보통 더 알맞다.

예를 들어 서로의 환경과 조건이 변해 관계 또한 새로운 방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순간의 변화로 생긴 어색함과 불편함에 에너지를 쏟기가 싫다는 단기적인 생각보다는 어쨌든 장기적으로 관계를 이어나가며 신뢰를 구축하는 게 이득이라는 생각으로 어색함과 불편함을 이해하고 해소해 가는 노력을 하는 게 소중한 사람을 만드는데 더 좋은 전략일 것이다.     



우리는 생물학적인 과정을 통해서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태어난다.

아무런 의미 없이 세상에 던져져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맞서 살아가야 한다.

어둡고 두려운 세상과 미래는 우리가 마땅히 나아갈 길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맞서 살아가고자 우리는 이정표가 될 여러 가지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 낸다.

불안을 이겨내고자 의미 있는 일을 찾고 몰입하며, 기분을 좋게 만들어줘서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주는 대상을 찾는다.

하지만 깜깜한 미래를 헤치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가장 밝게 빛나는 횃불은 이뿐만이 아니다.

빈손 위에 다른 사람의 손을 쥐고 같이 어두운 미래를 향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많은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마주 잡은 손의 따뜻함이 그저 살아갈 이유가 된다.

아무 관계없이 태어났기에 자신과 함께할 소중한 관계들을 늘려나가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의 목표다.

반대로 다른 누군가에게 내가 같이할 사람이나 용기가 되어 간다는 것도 뜻깊은 일이다.

왜 살아가야 하는가?

차근차근 그 이유를 만들어 가는 게 곧 삶이라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내가 살아갈 이유인 소중한 사람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 된다.        

다음은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삶의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총정리해 보겠다.



참조


서은국. (2021). 행복의 기원. 21세기북스.


이화령 등. (2008). 외향적 기질과 행동이 유발하는 정적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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