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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 Aug 06. 2023

진리 없는 삶의 목표 3. 인간관계

내가 살아갈 이유가 되는 사람들

“나는 결말이 불확실한 긴 여행을 시작한 자유인이다. 

국경을 건널 수 있으면 좋겠다. 

친구를 만나서 악수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40년을 교도소에 복역하다가 가석방된 레드는 긴 기다림 끝에 자유인이 되었지만, 그 자유가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자율성, 선택을 빼앗고 정해진 일과만 제공하는 교도소에 너무 오랜 기간 있었기 때문일까?

레드는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자 오히려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던 중 레드는 자신보다 먼저 교도소에서 나온, 교도소에서 절친했던 친구의 편지를 찾게 된다.

자신과 함께 일하자는 친구의 제안에 레드는 가슴이 다시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고 친구를 좇아 국경을 건넌다는 선택을 한다.

이러한 쇼생크 탈출의 줄거리는 우리에게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그중 하나는 친구와 삶에 관한 것이다.

레드는 친구의 존재 덕분에 의미와 통제권을 잃어버린 삶이라는 늪에서 기어 올라올 수 있었다.

이처럼 친구, 소중한 사람은 때로는 하나의 삶의 목표가 되며 우리 삶을 크게 바꿔 놓을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 삶을 멈추게 만드는 삶에 관한 의문을 극복할 방법을 고민해 왔다.

삶에 관한 의문에 원인이 되는 감정에 대처하고자 했고 감정의 올바른 해소 방법과 감정이 삶에 주는 영향을 고민하다 보니 통제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따라서 감정 해소 과정에 관여해 삶에 관한 통제감을 형성하면 자신의 삶을 의심하며 위축되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불확실한 삶을 향해 한 발자국 더 내딛을 힘을 얻는다는 관점에서 이렇게 통제감을 형성하는 것은 살아갈 힘과 이유를 직접 만드는 일이 된다.

이를 더 적극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타인, 친구가 필요하다.

감정은 위험과 보상에 관한 신호이며 타인은 가장 강력한 위험이자 보상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무리에서 그 구성원들과의 어울림은 생존을 보장해 왔고 반대로 무리에서의 고립은 생존 실패로 이어졌다.

생존에 있어서 타인이 갖는 의미를 잘 아는 우리 마음은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을 요구하고자 매번 강력한 신호를 준다.

강력한 요구가 담긴 위험, 보상 신호 즉 감정에 대처하며 통제감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타인이 어떻게 보상이자 위험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과 신뢰를 쌓고 교류하며 위험을 제거하고 보상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자신이 풀어야 할 문제이자 자신을 움직일 동력이 잠시 고갈되는 순간을 대비하기 위해서 타인이 필요하다.

삶의 의문을 물리치고 살아갈 원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통제감을 형성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부지런히 새로운 동기를 찾고 자기만의 선택을 반복하며 경험을 확장시켜야 한다.

그러나 동기와 선택지를 오직 자신 안에서만 찾다가 보면, 제한된 내용을 갖고 반복적인 선택을 하게 될 수 있다.

그렇게 형성된 권태로움 때문에 기존과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들지만 대안이 될 새로운 동기나 선택지를 찾지 못하는 일이 생겨 삶의 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동기와 선택지를 찾던 영역을 자신에게서 자신과 자신의 무리 혹은 자신과 친구로 확장하면서 해결할 수 있다.

관계를 고려하면서 생기는 새로운 동기나 새로운 기회, 선택지는 지금까지 나 자신에게만 귀 기울이고 그 요구사항에만 충실하려 노력하던 우리에게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마치 레드처럼 우리는 친구의 제안으로 가슴 뛰는 삶의 목표를 다시 만들 수도 있다.

삶을 확장해 더 먼 곳으로부터 불씨를 빌려오는 것으로 내 안에서 고갈된 줄 알았던 불꽃을 다시 활활 태울 수 있다. 

무리 동물인 우리 조상은 자신의 삶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무리의 삶 역시 자신의 것처럼 여기며 자신의 삶의 영역을 넓혀가고 삶의 과제를 더해가며 삶을 이어 나갔다.

그 마음의 구조를 이어받은 우리 역시 그렇게 살며 삶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근거 없는 낭만적인 이야기를 마냥 하자는 것은 아니다.

인간관계가 우리 삶을 더 풍부하게 해주는, 꼭 필요한 생존재화라는 다양한 근거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타인이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이 될 가능성과 무엇보다 지독한 독이 될 가능성을 동시에 갖는다는 것을 안다.

나와 함께 전쟁터에 내몰린 여러 타인은 어깨에 단 국기의 색에 따라 나를 죽일 사람이 되거나 나를 살릴 사람이 된다.

꼭 타인을 보상과 삶을 확장할 기회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인은 이미 타인에 관해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치우치지 않은 다른 쪽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대 환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가 타인을 보상보다 위험처럼 느끼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무리 생활을 하던 것에 익숙한 우리 마음은 괴리를 겪으며 우리는 삶은 다양한 기회를 놓친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 마음의 요구를 충족하고 삶을 확장시킬 기회를 만들고자 타인이 보상이 되는 이유와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법을 떠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일터에 나가 일과 관련된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자신을 연기한다.

주어진 권력이 차이가 나서 불편할 수 있는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반복한다.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하는 길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과 그들이 벌인 자극적인 사건을 설명하는 인터넷 기사를 읽는다.

늦은 시간, 혼자 사는 집에 돌아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다양한 여가 생활을 누리다가 하루를 마무리한다.

물론 극단적인 예시이긴 하지만, 이와 같은 현대인의 하루를 겪다 보면 타인을 보상보다는 위험으로 바라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커리어를 유지하고자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타인과 교류하는 일은 생소하거나 불쾌하거나 대체가능한 일이 된다. 

우선 급변하는 도시산업에 적응하고자 발버둥 치는 현대인은 자발적으로 친구와 만날 기회가 적다.

따라서 타인과의 관계 맺음을 보상으로서 여기기 위해 필요한 경험이 부족하며 오히려 만나자는 제안을 거절하거나 거절당하는 경험이 쌓이며 거절의 상처만 커져간다.

하지만 반대로 일을 하며 타의적으로 타인과 만나는 일은 늘어날 수 있고 때문에 유쾌하지 않은 감정을 경험하는 경우도 늘어날 수 있다.

잘 보이기 위해 연기를 하며 피로감을 느끼거나 권력 있는 타인의 비위를 맞추며 통제감이 손상되는 불쾌한 경험이 쌓이며 타인과의 만남 자체가 거북하다는 생각이 생길 수 있다.

또 인터넷을 통해 극단치에 있는 타인에 관한 정보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일부 타인에게 시기나 혐오 등 유쾌하지 않은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대는 보상 경험을 느낄 만한 자극이 넘쳐나기에 보상 경험을 하기 위해 굳이 타인을 만나 교류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

결국 현대인은 외로움을 경험하면서도 타인과의 만남은 타의적이고 피곤하며 다른 보상과 대체될 수 있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현대 사회가 사람들을 고립시키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현대 사회는 제도나 시스템으로 신뢰를 가시화해서 낯선 사람을 더 쉽게 믿고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낯선 이와의 신뢰, 협력을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자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낯선 이의 신뢰를 보장해 주거나 대중들이 특정 대상에 대한 평가를 남기기도 한다.

또 특정 대상이 신뢰를 어길 때, 강력히 처벌하거나 믿음을 배신당한 이에게 그 대가를 보상해 주기도 한다.

이러한 현대 사회와 일부 혁신적인 기업들의 노력은 불신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우리 사회를 더 풍요롭게 만들었고 동시에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게다가 신뢰를 제도화하는 현대 사회의 영향을 받은 우리 역시 이러한 방법을 응용해 믿고 교류할 만한 사람을 찾는 일을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도 우리는 낯선 이를 판별하고자 대중적인 정보를 활용하거나 그의 신원을 보장해 주는 기관이 있는지 확인하곤 한다.

인터넷에서는 피해야 할 사람을 판별하는 ‘거를 사람 목록’이라는 글이나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의 유형을 정리한 ‘나와 맞는 성격 유형’이라는 글에 관한 관심이 나름 뜨겁다.

이처럼 현대인은 외부의 정보를 활용해 질 좋은 인간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최소한의 허들을 쉽게 구축할 수 있고 그 허들을 넘지 못한 사람을 걸러내며 더 안정적인 교류를 하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반대로 이 때문에 사람과 사람의 진실한 교류와 믿음이 점점 적어진다고 느낀다.

옛 세대 사람들은 새로운 신뢰 시스템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보며 그들이 정이 없다고 평가하곤 한다.

신뢰할 이, 교류할 이를 더 쉽게 판별할 수 있는 시대에서 왜 우리는 여전히 타인과 교류하길 어려워하거나 외로워하는 것일까?     


어쩌면 신뢰의 종류가 우리 생각보다 더 다양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을 쌓아가며 만드는 신뢰와 효율적인 도구의 도움으로 만든 신뢰가 주는 경험의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옛 세대 사람들의 교류 경험과 현세대 사람의 교류 경험의 차이가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뇌가 신뢰를 어떻게 구분하고 이해하는지를 알아보면 이러한 신뢰, 인간관계의 경험의 차이가 왜 발생하는지를 추측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도구, 제도가 구축한 신뢰와 같은 이해관계라는 것을 직접 확인하며 만든 신뢰가 주는 경험이 다를 수 있다.

Lupia, A., & McCubbins, M. D. 는 구성원 간의 이해관계가 다르더라도 제도를 통해 신뢰를 구축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자 했다 (1998).

제도적으로 구축한 신뢰가 직접 상대를 파악하고 이해관계가 같다는 것을 알아내며 형성된 신뢰를 대체할 가능성을 알아보고자 실험을 만들었다.

각 실험에는 두 명의 참여자가 한 쌍을 이루었는데, 두 명의 참여자는 동전을 던져서 나온 면을 보고하는 역할과 그 보고를 받아서 신뢰할지 말지를 결정하고 나온 동전의 면을 맞히는 역할로 나뉘었다.

기본적으로 동전 면을 맞히는 역할은 정답을 맞혔을 때, 금전적인 보상을 받았다.

보고자는 세 가지 조건 중 하나의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는데, 첫 번째로 맞히는 역할이 정답을 얘기했을 때 같이 보상을 받는 이해관계 동일 조건, 두 번째로 맞히는 역할이 오답을 얘기했을 때 보상을 받는 이해관계 상충 조건, 마지막으로 맞히는 역할이 오답을 얘기했을 때 보상을 받지만 거짓 보고를 하면 금전적인 손실을 겪는 페널티 혹은 제도 조건에 노출되었다.

맞히는 역할은 자신의 보상 금액 변화와 함께 보고자의 수익에 관한 얘기를 들으며 보고자가 어떤 조건에 노출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실험 결과, 발표자는 동일 조건과 페널티 조건에서 비슷한 길이의 고민 시간을 갖거나 비슷한 의사결정을 하는 등 유사하게 행동했다.

연구자는 이러한 결과를 통해 제도로 구축한 신뢰가 이해관계가 같다는 것을 확인하며 구축한 신뢰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Boudreau, C., McCubbins, M. D., & Coulson, S. 는 해당 실험을 복사해 진행하며 추가적으로 뇌파를 측정한 결과, 페널티 조건에서 발표자의 뇌파와 이해관계 동일 조건에서 발표자의 뇌파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2009).

오히려 페널티 조건의 뇌파와 이해관계 상충 조건의 뇌파가 유사했다는 연구 결과를 통해, 뇌에서 제도에 관한 정보를 처리해 신뢰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과 상호작용 경험을 처리해 신뢰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이 다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행동과 달리 뇌는 두 가지 신뢰를 구분하기 때문에 다양한 도구로 신뢰를 보장할 수 있는 사회에서도 왜인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고 이전과 달리 정이 없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두 가지 신뢰에 관한 뇌 활성화의 차이가 정확히 의미하는 바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해당 연구 결과는 외부 도구가 구축한 신뢰와 직접 이해관계를 파악하며 형성한 신뢰가 주는 경험이 다를 가능성을 제시해 준다.    

 

두 번째로, 보상을 기대하며 구축한 신뢰와 위험을 제거하며 구축한 신뢰가 다를 가능성이 있다.

타인은 생존에 있어서 보상이자 위험이다.

때문에 누군가를 믿고 교류하며 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보상과 위험에 관한 계산이 필요하다.

즉 우리는 주어질 보상을 예측하며 낯선 사람, 타인을 믿기도 하며 위험 요소를 소거했다는 것을 근거로 타인을 믿기도 한다.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주어서 둘 중 어느 방법을 더 자주 활용하느냐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 요소 중 하나는 이전 장에서 다뤘던 개인의 성향이다.

우리 중 일부는 보상을 무작정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성향을 가지고 나머지 다른 이들은 위험에 더 집중하거나 보상을 보다 까다롭게 평가하는 성향을 지닌다.

아마 전자는 타인과 신뢰를 형성할 때에도 그 신뢰가 가져다줄 보상에 더 집중하며 의사 결정할 것이고 후자는 타인과 신뢰를 형성할 때, 그 결정이 자신에게 가할 위해를 주로 계산하며 의사 결정할 것이다.

전자와 후자의 성향 차이와 의사결정 방식의 차이는 복잡하게 얽혀 경험, 정서의 차이로 나타난다.

보통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표현되는 전자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주관적인 만족감을 경험한다고 여겨지며 보통 내향적이거나 신경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표현되는 후자는 상대적으로 더 낮은 주관적인 만족감을 경험한다고 여겨진다.

이는 보상과 위험 중 하나에 치중된, 두 가지 종류의 의사 결정 방식이 서로 다른 경험과 정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즉 보상에 집중해 의사 결정한 결과로 만들어진 경험, 정서와 위험에 집중해 의사 결정한 결과로 만들어진 경험, 정서는 차이가 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의사 결정 방식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또 다른 요소는 사회, 환경적인 요소이다.

즉 우리는 남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참고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의사결정 방식에 반영하기도 한다.

현대인으로서 우리는 신뢰했을 때의 위험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타인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방법에 많이 노출된다.

예를 들어 구매자로서 우리는 보통 돈을 먼저 지불하고 나중에 그 대가인 물건을 받고 물건을 꼼꼼히 살필 수 있다.

때문에 믿고 돈을 지불했지만 나중에 확인해 보니 물건이 기대와 다를 위험이 있다.

이러한 배신, 위험을 줄이고자 판매자 혹은 거래 중개자는 물건이 기대와 다를 때 환불해 주거나 교환해 주는 제도를 만들어내곤 한다.

혹은 너무 고가의 물건인 경우 돈을 나눠서 거래하는 제도가 존재하기도 한다.

소비와 판매가 넘쳐나는 현대에는 이처럼 신뢰가 기대한 만큼의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해당 위험을 제거하거나 보상하는 방식이 만연하다.

그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시스템의 혜택을 받는 하나의 톱니바퀴로서 우리는 이처럼 위험에 집중하고 위험을 제거하며 신뢰를 구축하는 여러 보장 제도에 익숙하다. 

어쩌면 우리는 그 영향을 받아 타인과 신뢰를 구축하거나 교류를 하고자 할 때, 보상에 집중하기보단 위험에 더 집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거를 만한 요소, 싸한 느낌, 손절 사유, 맞지 않는 성격 등 위험을 먼저 따져보고 그 사람과 관계를 지속할지 말지를 정한다.

이와 같이 위험 계산에 치중된 의사결정을 한 결과, 보상 계산에 치중된 의사결정을 했을 때와는 다른 경험을 하고 있을 수 있다.     


민감한 우리의 두뇌는 특히 신뢰에 관해서 더 꼼꼼할 수 있다.

도구를 활용해 구축한 신뢰와 직접 이해관계를 파악하며 만든 신뢰의 차이를 민감하게 구분 지으며 또한 보상을 주로 계산해 구축한 신뢰와 위험을 주로 계산해 구축한 신뢰를 구분 짓는다.

하지만 현대인으로서 우리는 주로 제도, 도구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주로 위험을 계산해 신뢰를 구축한다.

편향된 신뢰 구축 방식이 주는 영향을 명확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이전 세대, 혹은 더 위의 조상보다 더 외로운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외로움 이전에 친구라고 여기는 관계가 적어지고 있다는 증거가 될지도 모른다.

현대인으로서 이와 같은 신뢰 구축 방식을 더 높은 빈도로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주변 인간관계 대부분이 이런 신뢰 구축 방식이 필요한 관계라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즉 우리는 주로 친구보다 비즈니스적인 관계에 더 많이 노출되고 보통 비즈니스적인 관계에서 필요한 방법으로 신뢰를 쌓곤 한다.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구축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도구를 통해 신뢰를 확인하며 예상되는 위험을 더 꼼꼼히 확인하게 된다.

우리는 그러한 방식을 반복하게 되며 그것이 교류의 기본적인 방식이라고 착각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보통 친구에게는 이러한 신뢰 평가, 구축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비즈니스적인 관계와는 반대로 우리는 절친한 친구와 한참 친해지기 시작할 때, 좋은 점, 보상만 떠올렸을 가능성이 높고 또 도구나 제도를 활용하기보단 직접 너와 내가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것을 알아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우리가 친구라고 느끼는 관계란 어쩌면 누군가를 그저 보상으로만 바라보고 그와 직접 부딪히며 서로의 생각이 비슷하다는 것을 파악하는 신뢰 구축 방식으로 생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쁜 현대 직장인 어른들은 점점 친구가 적어지고 비즈니스적인 관계만 늘어나고 있다.

그들에게 이러한 신뢰 구축 방법은 어린 날의 추억처럼 점점 희미해져만 간다.     

그래서 그들은 점점 옛날 같지 않은 정 없음, 즉 외로움을 경험한다.


현대의 풍요로운 환경과 그것을 지탱하는 거대한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타인과 비즈니스적으로 신뢰를 구축하곤 한다.

그러나 때로는 타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타인을 보상으로 바라보고 싶은 우리 마음은 한쪽으로 쏠린 인간관계에 대해 불만을 쏟아낼 수 있다.

위험을 제거하고 제도가 보장했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약간은 긴장감이 살아있는 인간관계보다는 같이 지내봐서 익숙하고 또 그저 좋기만 한 인간관계도 있기를 바란다.

이러한 마음과 현실의 괴리는 불편한 감정, 느낌으로 표현되거나 혹은 왜곡된 행동, 관계 맺음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시중 하나는 베스트 프렌드, 가족에 관한 현대인의 과한 기대가 될 수 있다.

과거 우리 조상은 이웃, 분업 동료, 친척, 친구, 배우자, 아이들 등 폭넓은 관계를 구축하고 여러 가지 종류의 만족감을 경험해 왔다. 

그 마음을 이어받은 우리 역시 기본적으로 교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경험, 감정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같이 취미 생활도 교류하고 싶고 농담도 주고받고 싶으며 전문성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은 그렇게 폭넓은 관계를 가질만한 여유 시간이 없고 또 의심쟁이 현대인은 타인을 위험으로 바라보는 일이 익숙해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아 아주 좁은 인간관계를 갖게 된다.

풀리지 않은, 타인과 여러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는 욕구는 현대인이 그나마 마음을 연 아주 소수에게만 향하게 된다.

다양한 종류의 교류에 관한 기대는 모두 배우자, 아이들을 향하거나 결혼하지 않았다면 절친한 친구 혹은 파트너에게 집중된다.

혹은 자신이 키우는 소중한 애완동물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유일하게 보상으로 바라보고 진정한 친구로 여기는 소수의 이들이 유머도 통하고 취미 생활도 공유해 주며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도 해소해 주고 여가 시간을 온전히 모두 같이 보내주길 바란다.

하지만 원래는 다양한 이들과 만들어야 할 경험에 관한 기대를 소수의 사람에게만 쏟아부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러한 기대를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가 않고 결국 현대인은 이 기형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파괴하기를 반복하거나 혹은 외로움에 시달리게 된다.     


물론 이는 아주 자그마한 표본의 결과만 가지고 만든 불완전한 추측일 수 있다.

우리의 마음이 타인을 보상으로 바라보고 친구로서 관계를 더 구축하길 바라고 있다는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또 현대 환경은 친구를 만드는데 쓸 시간이 적기도 하고 돈만 충분하다면 딱히 생존하기 위해 친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내향적인 성향의 누군가는 오히려 친구를 만나는 것이 가끔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우리는 이미 혼자 살아남는 것에 적응했는지도 모른다.

정말 평균적으로 우리 뇌는 타인을 보상으로 고립을 위험으로 여기며 우리에게 인간관계에 관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 요구는 그러한 시간이 부족하고 친구 사귀기가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도 귀 기울여야 할 정도로 강력하거나 장기적인 영향력을 갖는 것일까?

인간관계가 왜 보상이 되고 고립이 왜 위험이 되는지 그리고 어째서 예외가 존재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우리의 의식이나 최신 환경과는 별개로 작동하는 뇌의 경향을 살펴보자.     




타인과 교류하는 것은 보상일까?

우선 인간 그리고 비슷한 조상을 공유하는 다양한 사회적인 포유류에게 교류는 보상 관련 신경전달물질을 방출시키고 보상 관련 뇌 세포를 자극한다.

다양한 포유류가 포유류의 대표적인 교류 방식인 사회적인 털 가꾸기를 하는 동안 신경전달물질 변화를 측정해 본 결과, 부드러운 쓰다듬기에 특이적인 반응이 일어나며 보상 관련 신경전달물질이 유발되는 것이 관측되었다(Nummenmaa L. et al. 2016).

털이 없는 인간의 경우 쓰다듬기, 만지기, 포옹하기 그리고 감정적인 이야기 하기, 사회적 맥락에서 웃기가 비슷한 신경전달물질 방출을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Dunbar R. I. et al. 2016. Caruana F. 2017).

이처럼 우리 뇌, 보상 회로는 확실히 타인과의 교류에 반응한다.

또한 누군가와 만나 교류한다는 것은 한 번의 보상 경험,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 보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타인과 교류하며 교류 그 자체로부터 보상 감각을 느낄 수 있고 추가적으로 교류를 통해 가치 있는 사회적인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우리 뇌는 이러한 추가적인 혜택 역시 포착하고 보상으로 여긴다.

사회적인 동물인 수컷 붉은 털 원숭이는 암컷의 사진과 지위가 높은 수컷의 사진을 보기 위해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소량의 달콤한 주스 보상을 기꺼이 포기한다 (Brent, L. J., Chang, S. W., Gariépy, J. F., & Platt, M. L. 2014).

이러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교류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 것 중 하나인 사회적인 정보가 달콤한 주스 이상의 보상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누군가 만나 교류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보상이며 동시에 다양한 보상을 불러올 기회가 되기도 한다.

사회적인 동물에게 교류는 생존과 번영에 필요한 많은 것을 얻기 위한 첫걸음이 되기 때문이다.

일단 무리 구성원과 교류를 시작해야, 먹이를 나누고 돌아가며 경계를 서거나 정보를 나누는 등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더 나아가 무리 구성원 간의 관계를 파악하고 권력 싸움의 한 축에 소속되어 영향력을 기르고 번영하거나 번식할 수 있다.

조상의 마음의 구조를 그대로 이어받은 우리에게도 교류는 그 자체로 보상이고 추가적으로 더 많은 보상을 불러오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러한 교류의 특징이 반영된 것일까? 

교류가 주는 효과 또한 다양하고 교류가 행복, 삶에 관한 만족감에 주는 영향 역시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추측된다.

우선 보다 많은 보상 잠재력을 가진 교류는 그 혜택 또한 보상 감각 이상으로 다양하다.

교류는 정서, 인지적으로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낸다. 

교류와 외로움에 관한 이전 연구를 종합한 Vitale, E. M., & Smith, A. S. 에 의하면 사회적인 지지는 기분 조절, 고통 조절, 긍정적인 자기 인식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2022).

이러한 다양한 효과를 통해 교류는 정서적인 역경이 주는 충격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자신과 자신의 삶이 더 평안하고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처럼 높은 보상 잠재력과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 때문에 누군가는 교류가 곧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타인과의 교류가 활발한 것으로 여겨지는 외향적인 사람일수록 삶에 관한 전반적인 평가 혹은 긍정적인 정서 경험의 빈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Diener, E., Lucas, R. E., & Oishi, S. 2018. 서은국. 2014).

이러한 연구 결과를 활용해 행복에 관한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것을 피하더라도 어쨌든 교류는 큰 보상 잠재력을 지니고 다양한 정서, 인지적인 혜택이 있기에 삶의 만족도와 관련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     


교류가 보상인 것은 확실해졌다.

또한 교류가 강력한 보상이 될 만한 잠재력이 있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교류는 최고의 보상, 행복의 핵심으로 여겨도 되는 것일까?

사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가장 큰 쾌 값을 갖는 무언가를 무작정 최고의 목표로 여기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미 행복, 쾌 추구 활동에서 우리 삶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요소가 한 번의 경험으로 느껴지는 행복의 양이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형성될 수 있는 장기적인 믿음, 통제감이라는 것을 안다.

따라서 행복에 큰 영향을 주는 무언가를 알아내는 것은 분명 유익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믿음이나 통제감에 영향을 주는 것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최고의 보상이 줄 매력적인 경험에 관한 기대를 외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교류가 최고의 보상으로 규정되는 순간, 우리는 당장 모든 여가 시간을 교류로만 꽉 채우고 싶은 욕구가 들 수 있다. 

다른 보상에 비해 뇌의 반응, 정서적 경험, 실질적인 이득이 더 높은 보상이 있다고 한다면 당연히 그것만을 추구하고 싶어질 것이다.

심지어 교류가 주는 쾌의 크기는 성격 차이에도 상관없이 모두에게 큰 것으로 보인다.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들을 따라 많은 교류를 억지로 하는 것으로 정적인 정서가 유의미하게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화령 등. 2008).     


하지만 다른 보상과 마찬가지로 교류 또한 무조건 기대한 미래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또 사람마다 교류가 마음 안에서 보상이나 혜택으로 치환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때문에 무언가를 최고의 보상에 위치에 올려놓고 그것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려는 생각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교류와 행복의 관계를 다룬 다양한 연구 또한 더 많은 양의 교류가 무조건 더 큰 행복이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란 증거를 확보하고 있으며 교류를 행복으로 치환하기 위한 중간 조건을 조심히 찾는 과정에 있다.

예를 들면 더 행복하고 더 외향적인 사람이 꼭 상대적으로 더 높은 빈도의 교류를 하는 것은 아니며, 또 사회적인 지위가 높은 경우와 달리 사회적인 지위가 낮은 경우 쾌활하고 사교적인 성격이 꼭 더 큰 행복이나 더 큰 소득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Diener, E., Lucas, R. E., & Oishi, S. 2018).

이처럼 교류는 다른 보상에 비해 더 강력한 보상이 될 잠재력은 있으나 잠재력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을 충족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무작정 교류를 최고의 보상으로 여기고 교류의 빈도를 늘리기보다는 먼저 자신과 맞는 교류 방식을 찾아보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처럼 우리 마음, 뇌는 분명 교류를 보상처럼 여긴다.

심지어 교류는 추가적인 보상으로 이어질 잠재력과 다양한 혜택을 갖는 보상이기 때문에 마치 최고의 보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이 정말 최고의 보상이 되는지에 관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우리 마음이 타인과의 교류를 요구한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반대로 타인과 교류하지 않는 것은 분명한 위험으로 여겨질까?

교류를 향한 보상 신호가 교류를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고립을 향한 위험 신호 역시 교류를 이끌어낸다.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이미 고립이나 거절을 통해 외로움이라는 아주 기분 나쁜 느낌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고립을 경고하는 신호로서 외로움은 다른 종류의 위험 신호, 불안과 마찬가지로 편도체 활성화부터 스트레스 조절, 자율 신경 활성화까지 폭넓은 영향을 준다 (Buitelaar J. K. 2013. Oh, 2020).

즉 외로움은 경고 신호로서 위험 상태에서 벗어날 에너지와 행동을 만들기 위해 우리를 긴장 상태로 만든다.

만약 외로움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는다면 지속된 긴장 상태로 인해 수면, 소화 등의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불안, 외로움에서 이어지는 이러한 신체 조절은 물리적인 고통에서 이어지는 신체 조절과 유사하다.

우리는 흔히 외로움을 물리적인 통증만큼이나 고통스럽거나 괴롭다고 표현하는데, 실제로 그 둘은 유사한 역할을 한다.

고립으로 인한 외로움과 물리적인 충격으로 인한 통증은 모두 해당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며, 모두 위험과 관련 있는 뇌 부위의 활성화를 통해 제작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두 종류의 정보가 비슷한 영역에서 처리된다는 근거로서 외로움 해소가 통증 완화에 관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Che X. et al.2018.).

또 프레리 들쥐를 연구한 결과, 신체적 통증과 파트너 소실로 인한 충격의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Osako Y., et al. 2018).

물론 그 둘이 매번 완전히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며, 둘의 정확한 관계에 관하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둘의 유사함이 드러나는 연구 결과와 뇌가 그들을 만들어내는 상황을 보면 외로움이 고통과 유사한 신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뇌는 그 둘을 발생시키는 두 가지 상황을 비슷한 정도의 위험으로 여길 수 있다.  

두들겨 맞으며 생기는 신체 손상이 생존에 치명적이기에 고통이라는 신호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고립에서 이어지는 다양한 상황이 생존에 치명적이기에 외로움이라는 신호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즉 뇌에게 타인과 교류를 하지 않는 것은 신체가 공격당하는 상황만큼 위험한 것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 모두에게 고립은 분명한 위험이다.     


하지만 외로움은 한순간의 고통과 위험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갖는다.

외로움 또한 보상, 위험과 관련 있는 감정이기 때문에 단지 한 순간의 아픔, 불쾌한 감각을 넘어 삶 전체에 관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감정은 예측과 비교, 평가 과정의 일부이며 다음 행동과 경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불안이나 외로움에 반응하는 편도체와 해마는 위험 신호의 발생뿐만 아니라 학습에도 관여한다(Tian, 2016).

따라서 다른 감정과 같이 외로움을 경험하거나 해소하는 과정은 자신과 환경에 관한 정보를 수정하는 학습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좋아하던 음식을 먹고 배탈 난 경험이 이후 해당 음식을 보상이 아닌 위험으로 여기게 만들 듯, 외로움의 아픔을 맛봤던 이는 교류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외로움은 그 다음번의 교류에서 얻을 정보를 왜곡시킬 힘을 갖기 때문에 더욱 치명적인 신호가 된다.     

구체적으로 Hawkley(2010)에 의하면 외로움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과경계 상태에 빠져 사회적 단서를 포함한 세상의 다양한 현상을 자신에 대한 위협이라고 판단한다.

즉 타인의 행동으로부터 더 과한 해석을 하게 되는데 특히 그것을 자신을 향한 비판이자 위협이라고 해석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예를 들어 외로운 이는 옆 사람이 괜히 자신의 악담을 한다고 착각하거나 지나가던 사람이 실수로 툭 친 것을 시비를 걸어온 것이라고 해석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 결과 외로운 이는 더더욱 날을 세우고 교류 시도를 피하려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처럼 외로운 이들이 과경계에 빠지는 이유는 그들이 위험에 더 집중하는 인지적 편향을 갖게 되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외로운 사람이 갖는 인적 편향의 종류를 측정한 연구 결과 그들은 교류에 관해 더 낮은 기대를 가졌고 위험 자극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 (Spithoven, A. W., Bijttebier, P., & Goossens, L. 2017).

또 높은 외로움을 보고한 이들이 낯선 사람에게 투자 결정을 하는 동안 뇌를 측정한 결과, 보상 계산과 신뢰 평가를 하는 부위의 낮은 활성화가 나타났다 (Liberz et al., 2021a).

이러한 연구 결과를 종합하자면 장기적인 외로움은 뇌 활성화를 변화시켜 다음 상호작용에서 보상 관련 정보 처리는 줄이고 위험, 부정적인 결과 위주의 정보처리가 이루어지도록 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

교류 여부를 정하는 데 있어서 보상 계산이 줄고 위험 계산의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에 외로운 이들은 낯선 이와의 교류를 통해 상대적으로 더 적은 만족감을 경험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교류의 빈도가 줄게 된다. 

즉 외로운 뇌는 교류 상황에서 주로 보상보다 위험과 관련 있는 정보를 처리하고 그 결과 외로운 이는 낮은 교류 만족감, 부정적인 인지 편향, 과한 경계심을 경험하게 된다.

결국 이 때문에 외로움은 그 원인이 된 고립을 재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외로움이 만들어낸 변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우리는 점점 더 깊은 외로움에 빠져 허덕일지도 모른다.     

이 끔찍한 악순환이 어째서 생기는 것일까?

혹시 이러한 외로움의 순환은 아무도 믿지 못할 환경 속에서 자신을 지키고자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혹은 자신의 낮은 사회적인 능력을 마주하고 나 자신을 비판하는 고통을 피하고자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즉 자신의 통제감을 보호하거나 실제 생존에도 기여하는 나름의 역할을 하고자 타인과의 교류를 밀어내는 순환이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어쩌면 외로운 이가 더 고립되는 것은 나름의 적응적인 행동이며 그들에게는 교류가 꼭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틀린 추측일 가능성이 높다.

외로운 이의 경계심이 오직 낯선 이만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로운 뇌라고 해도 친한 타인을 낯선 타인만큼 경계하거나 밀어내지 않는다. 

Inagaki T. K 등의 연구에 의하면 외로운 이의 보상 영역은 휴식하거나 사회적인 자극을 제시받을 때 모두 외롭지 않은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활성화되었다 (2016). 

하지만 외로운 이에게 익숙한 얼굴 사진을 보여줬을 때는 유사하게 활성화되었다. 

또 설치류와 고립에 관한 연구에서도 지속적인 거절, 고립을 겪은 설치류가 익숙한 관계에서는 상호작용 하지만 새로운 대상과 상호작용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Vitale, E. M., & Smith, A. S.2022).

이러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외로운 사람도 타인과의 교류를 보상으로 여기며 교류를 필요로 한다.

다만 그들은 몇 번의 고립 거절, 실패 경험을 통해 새로운 교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조금 더 두려워할 뿐이다. 

때문에 그들은 이미 안정적으로 형성된 관계에만 파고드는 것이다.     


만약 도시화 되지 않은 환경이었다면, 마을의 마당발이 되지 않고 소수의 친한 이들끼리만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외로운 사람의 삶이 큰 문제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바쁜 현대 사회에서 외로운 이들은 그들이 유일하게 교류하고 싶은 이들과 충분히 교류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각자의 커리어 때문에 서로 다른 지역에 살게 되고 서로 다른 업무 스케줄을 갖게 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베스트 프렌드와 이전처럼 교류를 할 수 없게 된다.

야근, 아내와의 약속, 자식과의 약속 때문에 점차 서로의 만남을 거절하는 경험이 쌓이고 그 거절에서 오는 아픔이 쌓여 서로에 관한 신뢰, 친밀도 평가가 재조정될 수 있다.

따라서 현대 도시 사회에서 친한 사람과의 교류만 유도하는 이러한 외로움에 갇혀 있다간, 그 위태로운 집중 투자에서 미끄러져 또다시 거절과 고립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가끔 주변에 있는 조금은 낯선 인간관계를 활용해 우리 안에 외로움을 해소하고 보상 요구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새로운 교류를 도전하며 외로움이 만드는 부정적인 믿음, 장기적인 감정, 악순환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고립은 신체적인 공격만큼이나 치명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게다가 또 다른 고립을 만들 힘을 가진다.

고립과 외로움이 이처럼 치명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타인과의 교류를 조금 더 보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고 적극적으로 교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누구에게나 타인과의 교류는 보상이며 고립은 위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류를 이끌어내는 두 가지 감정은 다른 불안, 행복과 같이 학습에도 관여하며 다음 경험에 영향을 주고 삶 전체에 영향력을 뻗쳐나간다.

따라서 우리는 두 종류의 감정을 격렬히 이끌어내는 교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삶에 관한 영향력, 통제감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가끔 타인과의 교류를 필요로 하지 않아 보이는, 예외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외로운 이도, 바쁜 현대인도 위험에 치중된 정보처리를 하기 때문에 낯선 이와의 교류에 관한 경험과 신념이 왜곡되었을 뿐이다. 

그들 또한 이미 친숙한 타인과의 교류는 추구하기 때문에 타인과의 교류 자체를 완전히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내향적이거나 신경성이 높은 사람은 어떠할까?

그들도 비즈니스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현대인이나 고립 경험이 많은 외로운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내향적인 사람에게 더 많은 교류를 요구했더니 그들의 긍정적인 정서가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와 같이, 내향적이거나 신경성이 높은 사람에게 또한 기본적으로 타인과의 교류는 보상이고 고립은 위험이다 (이화령 등. 2008).

그러나 이들은 외향적인 이들에 비해 더 엄격하고 복잡한 보상, 위험 계산을 할 가능성이 있다.

즉 위험과 관련된 정보처리에 상대적으로 더 치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교류에 있어서 위험을 더 꼼꼼히 따질 가능성이 높고 이 때문에 교류 경험 자체가 보상으로 느껴지지만 교류가 이루어지기 직전까지 긴장을 더 크게 할 수 있다.

또 교류를 하는 동안, 외향적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정보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교류 끝에 더 큰 피로를 느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면 그들은 자신의 믿음이 배신당할 위험, 혹은 자신의 실수로 관계가 깨질 위험 등 온갖 위험을 필요 이상으로 계산하고 그 위험을 신경 써 행동하느라 더 피곤할 것이다.

결국 위험 위주의 정보처리와 위험을 경계하며 생기는 피로가 교류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더 낮은 만족감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들은 그러한 경험을 돌아보며 자신이 교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그렇다면 외향적인 이의 보상, 위험 계산 전략이 내향적이거나 신경성이 높은 사람의 보상, 위험 계산 전략보다 항상 우월한 것일까?

꼭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둘은 그저 생존 전략이 다른 것일 뿐이다.

내향적이거나 신경성이 높은 사람은 신중히 더 높은 가치를 가진 보상을 걸러내고 외향적인 사람은 온갖 보상에 분산 투자를 한다.

그 두 성격이 모두 나름 적응적이었기에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성향과 자신이 처한 환경을 다시 한번 검토할 능력을 가진 우리는 각각의 정보를 의식적으로 처리해 더 좋은 선택을 할 기회를 갖고 있다.

여러 변수를 고려하며 가끔은 의식적으로 관성을 벗어난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결과를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내향적인 성격의 사람이라도 자신이 현재 외로움과 고립의 악순환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다고 판단된다면 일정 기간 동안 의식적으로 보상 계산 방식이나 교류 방식을 조정할 수 있다.

즉 타고난 성격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환경과 이전의 경험 등의 영향이 합쳐져 편향된 행동이 생기는 것은 경계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이전의 경험, 환경, 성향은 보상, 위험에 관한 정보 처리 방식을 바꿀 수 있다.

각각이 주는 영향은 분명 일정한 수준까지는 나름의 적응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각각의 요소가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고 우리를 한쪽으로만 밀게 되면서 우리는 타인과의 교류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경험을 하고 타인과의 교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만들게 되었을 수 있다.

물론 사람마다 처한 구체적인 상황이 다르겠지만, 바빠서 사람 만날 기회가 적고, 위험을 계산하며 신뢰를 만드는 일이 흔하고, 거절을 경험하며 외로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큰 현대에서 신중한 위험 계산 방식을 고수하게 되면 너무 한쪽으로 치중된 정보 처리 방식과 교류 방식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편향된 인지와 외로움의 악순환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타인이 보상이며 고립은 위험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여러 요소가 우리가 가진 보상 계산 방식에 주는 영향을 고려해봐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 타인은 보상이고 고립은 위험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친한 타인과 교류할 여유가 적음에도 낯선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데 미숙하다.

현대에서 친한 친구와 장기적인 교류를 이어나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현대에서 자신 옆에 베스트 프랜드를 오래도록 묶어둘 거의 유일한 방법은 결혼 밖에 없어 보인다.

하루 종일 서로의 털을 어루만져주며 살던 조상의 마음을 이어받은 우리가 이 험난한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낯선 타인에게 마음을 열어보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독하게 창의적인 자본주의는 관계를 현금화하는 다양한 영업 방식을 만들었고 낯선 이 중에서 일부는 자신의 금전적인 이득을 위해 우리의 노력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한 위험은 의식할 필요는 있고 때문에 순수한 교류가 아닌 투자나 신념의 변화에 관한 요구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계속 다뤄왔듯이 보통 위험 계산에 능한 현대인이라면 그들을 잘 걷어차 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우리가 상대적으로 더 익숙하지 않은, 낯선 이에게 마음을 열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집중해서 더 다뤄볼 것이다.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진 보상과 치명적인 위험에 관한 마음의 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살아갈 이유를 넓히기 위해서, 낯선 타인 혹은 타인에게 마음을 더 열고 더 교류하고자 필요한 네 가지를 다뤄보자.     


당연히 우선은 자신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낯선 이에게 마음을 열고 교류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마음을 여는 지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타고난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무작정 타인과의 교류를 늘리는 것이 모두에게 정답이 될 수는 없다.

더 합리적인 선택을 만들고 자신이 상황을 통제한다는 감각을 만들기 위해서는 선택을 위해 고려해야 할 조건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나 자신과 자신이 처한 상황을 따져봐야 한다.

최근 발생한 교류와 관련된 감정, 보상과 위험에 관한 성향, 시간적인 여유, 자신이 접근할 수 있는 인간관계 등 여러 조건들은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교류하기 위해서 어떻게 한 발자국 씩 내디뎌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예를 들어 신경적이거나 내향적인 이라면 기본적으로 위험에 치중된 정보처리를 하기 때문에 완전히 낯선 이를 만나기보다는 이미 친한 친구와 관계를 더 돈독히 하거나 친구에게 지인을 소개받는 방식이 더 알맞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친구들의 지인이 대부분 겹치고 자신에게 충분한 여유 시간이 있다면, 혹은 최근에 자신이 외로움을 느낀다고 판단할 느낌, 행동이 늘어나고 있다면 완전히 낯선 이를 만나 경계를 조금씩 해체해 보며 신뢰를 쌓아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러한 도전을 할 때는 이전과 다른 교류 경험을 해보기위해 자신이 파악한 기존의 자신의 성향에서 의식적으로 벗어나 교류하면서 보상에 집중해 보는 시도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관성과 상황을 고려해 보고 대처할 수 있다면, 교류의 갈망과 외로움이 나타날 때, 더 현명한 선택을 해볼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의 감정, 상황, 관성에 끌려 다니지 않고 그것을 파악하고 의식적인 조율을 해낼 때 대리감과 통제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자신을 사랑하고 수용해야 한다.

낯선 이에게 마음을 열고 교류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교류 혹은 교류 만족도는 나 자신에 관한 평가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교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 중 하나인 인지된 사회적인 평가, 포용에 관한 감정은 나 자신에 관한 평가에 큰 영향을 준다 (Leary M. R., Baumeister R. F. 2000).

교류를 통해서 사회적인 평가를 얻을 수 있고 이러한 사회적인 평가는 자기 평가에 반영되며, 수정된 자기 평가는 다시 다음 교류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교류를 즐기는 이는 교류를 통해 얻은 긍정적인 사회 정보를 자신감 상승의 재료로 쓰고, 높아진 자신감을 통해 다시 적극적으로 교류에 참여한다.

반대로 외로움의 순환에 빠진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낮은 자기 평가이다.

낮은 자존감은 배제당했던 기억을 더 많이 떠올리게 만들고 배제당할 것이라는 예측을 더 많이 만든다 (Teneva, N., & Lemay Jr, E. P. 2020). 

이 때문에 낮은 자존감은 자신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결국 더 낮은 빈도의 교류와 외로움으로 이어진다 (Vanhalst, J. et al, 2013).

따라서 낯선 타인과 마음을 열고 교류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자신을 사랑하고 수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경험적으로도 어떻게 낮은 평가가 교류 만족도를 낮추는지 알고 있다.  

낮은 자기 평가는 교류를 하며 보상보다는 위험을 더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

상대방과 자신에 관한 활발한 정보처리를 하는 교류 동안, 낮은 자기 평가 정보를 계속 떠올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교류가 보잘것없는 자신 때문에 망쳐질 가능성을 계속해서 염려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염려는 그 자체로도 피곤하지만 더 큰 피곤함을 만들 특정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자신이 거절당하거나 자신 때문에 교류가 망쳐질 수 있다는 염려를 하다 보면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연기를 하게 된다.

낮은 자존감이 만드는 이러한 연기는 이타적인 배려보다는 과도한 거절 예측으로부터 나온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불안과 억지 연기로 가득 찬 교류 끝에 남는 것은 보상과 행복보다는 지침일 것이다.

이와 같은 부정적인 교류 경험은 외로움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은 우선 나 자신의 모습을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를 아끼고 사랑해서 기꺼이 남 앞에 꺼내놓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부족함을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이 자기 발전을 위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관계에도 넘어와서 수치심, 열등감, 거짓 연기로 이어지고 인간관계를 악화시킨다면 결국 득 보다 실이 크다.

교류를 긍정적인 보상 경험과 고립 회피로 치환하기 위한 첫걸음은 우선 내 안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 관계 형성을 위한 조건을 지워볼 수 있다.

우리는 흔히 교류,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특정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오래된 친구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취미가 같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까다로운 조건은 교류에 목마른 현대인이 쉽게 갈증을 해소할 수 없도록 방해할 수 있다.

조건은 그것이 훼손되었을 때의 관계가 끝날 수 있다는, 위험에 관한 생각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특정 조건의 만족으로 친구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은 반대로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더 이상 그 조건을 만족할 수 없으면 관계가 끝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건에 관한 집착은 조건 유지를 위한 피로감을 불러오고 교류를 통한 만족감보다는 부담감과 피로감을 더 키울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누군가와 교류하기 위해 여러 조건을 고려하는 것은 정작 교류의 만족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실제로도 생각보다 복잡한 조건 없이 교류, 관계 형성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우리 조상과 주변 동물을 돌아봤을 때, 교류는 분명 이해타산적이다.

무리 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명한 교류 전략은 아무나 교류하는 것보다 자신과 비슷하거나 자신보다 뛰어난 이와 교류하는 것이다.

수컷 붉은 털 원숭이는 서열이 높은 수컷이나 암컷의 사진은 보상으로 여겨 그것을 보고자 또 다른 보상인 단 주스를 포기하지만 서열이 낮은 수컷 사진은 오히려 단 주스를 줘야 쳐다본다.

우리 역시 그들과 비슷한 조상으로부터 비슷한 마음의 구조를 이어받았기에 이득이 되는 교류를 선호할 수 있다.

그러나 교류할 대상을 고르기 위한 계산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것은 상대방의 서열이나 생산성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교류할 대상을 정하는 데 있어서 그 대상이 줄 수 있는 이득의 양보다 더 중요한 고려대상은 그 대상의 소속과 영향권이다.

다른 무리 소속이라면 능력과는 별개로 경쟁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되고 멀리 살아서 나에게 영향을 줄 수 없다면 능력이 좋아도 매력적인 친구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이해타산적인 조건까지 따지는 배부른 고민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대상이 주변에 많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애초에 나와 같은 무리에 있다고 판단할 대상이 적고 가까이 살며 자주 만날 친구도 적은 현대인은 이해타산적인 계산까지 가지 않고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현대인은 회사라는 무리에서 이해타산적인 계산을 활발히 하면서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구축하곤 한다.

비즈니스적인 환경은 보다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이와 하나의 무리라는 느낌, 더 가까이에 있다는 느낌을 제공한다.

때문에 능력만 된다면 여러 조건을 추가하며 선별해 교류할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보통 많은 이들에게 비즈니스적인 관계와 친구 관계는 구분된다.

따라서 비즈니스적인 관계의 수가 많다고 친구가 될 가능성이 있는 관계의 수가 무조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교류할 이를 찾기 위해서 일터와 관련된 이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관계를 둘러봤을 때, 우리는 그렇게 많은 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지 않다.

때문에 일터에서는 사람을 엄격히 가리는 사람이라도 일터에서 벗어나 교류하고 친구를 만들 때는 그다지 까다롭지 않을 수 있다.

혹은 어쩌면 비즈니스적인 관계가 여러 조건을 더 따져야 할 필요가 있는 더 특별한 경우일 수도 있다.

애초에 아직 비즈니스적인 경험을 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에도 일단 자주 만날 수 있거나 약간의 공통점이 보인다는 이유로 충분히 친구가 되곤 했었다.

보통 가장 친한 친구 관계는 서로 까다로운 조건이 맞아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은 학교, 학급이라는 무리에서 장기적으로 동고동락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지금 우리 주변 친한 친구들에 대해서 생각해 봐도 서로가 서로를 특별히 이득이 될 것 같다고 여겨서 교류하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사실 친구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자주 만나는 것이다.

교류 자체가 보상 경험을 동반하고 보상경험은 학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주 만나는 것의 힘은 대단하다.

일단 만나는 것 자체가 보상 경험을 동반한다.

위험에 집중하며 이루어지는 교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교류, 심지어 낯선 이와의 교류조차 보상 경험을 줄 수 있다. 

Sandstrom, G. M., & Dunn, E. W. 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낯선 이와의 간단한 교류에서조차 긍정적인 정서를 경험했다 (2014).

연구자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신뢰가 교류를 행복으로 치환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위험보다 보상에 집중한다면 낯선 이와의 교류도 충분히 보상 경험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보상 경험은 한순간의 쾌에서 끝나지 않고 교류한 낯선 이에 대한 평가, 학습으로 이어진다.

기분 좋은 교류 경험은 낯선 이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으로 수정하고 친구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싹을 키우기 시작한다.

만약 교류가 반복되고 보상 경험이 이어진다면 평가는 더 강화되고 싹은 쑥쑥 자라서 친구라는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인지부조화 이론 역시 생각보다는 행동이 태도, 장기적인 믿음에 더 강력한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생각은 행동을 통한 무의식적인 학습에 영향을 받아 최신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크게 마음에 들지 않던 누군가를 몇 번 도와주게 되면 그 사람에 관한 태도가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누군가와 친구 관계가 되는데 더 중요한 것은 그와 내가 친구가 되어야만 할 이유, 서로 줄 수 있는 이득을 의식하는 것보다 그저 자주 만나는 것이다.

만나는 행동을 반복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학습이 이뤄지고 결국 우리는 자주 만난 이에 관한 생각을 최신화해서 그를 친구로 여기게 될 것이다. 

따라서 친구는 서로가 가진 퍼즐의 아귀가 맞는 존재끼리 누릴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잘 맞는다' 혹은 '도움이 된다'와 같은 만나야 할 각종 이유보다도 만난다는 행동이 인간관계를 구축하는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만나야 할 이유에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만나고, 반복해서 만나자.     


마지막으로 타인에 관한 경계심을 검토하고 믿음을 키울 수 있다.

타인과 만족스러운 교류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낯선 이를 향해 높은 경계심을 지녀야 한다는 믿음이 합리적인지 검토하고 만약 그것이 비합리적이라면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교류와 친구 관계에서 오는 보상을 더욱 누리기 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교류 방식을 파악하고 자신을 수용하며 자신 안에 형성된 교류의 조건을 지웠다.

그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경계심을 줄이고 믿음을 늘리는 것이다. 

낯선 이는 분명 선물이 될 가능성과 독이 될 가능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때문에 우리는 낯선 이를 꼼꼼히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 사회적인 정보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악순환에 영향을 받아 대부분의 장면에서 타인을 오직 독으로만 여길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외로움의 순환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합리적이고 장기적인 믿음과 느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의 시선이 위험으로 쏠리게 하는 낮은 자존감, 이해타산적인 교류 조건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인에 관한 과한 경계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정말 필요 이상으로 타인을 불신하고 그 때문에 외로워지고 있을까?

우선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경계심이 합리적인지 검토해 보고자 그 경계심의 출처를 검토해 봐야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타인에 관한 높은 경계심은 우리의 합리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외부 정보의 무비판적인 수용으로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사회적인 정보는 자주 무비판적인 수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우리는 합리적인 판단 하에 경계심을 구축했기보다는 그저 타인이 갖는 높은 경계심을 따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쉽게 말해 한국인은 구성원들끼리 과하게 높은 경계심을 무비판적으로 공유하느라 더 불편한 정서를 경험하며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다양한 행복 관련 보고서에서는 행복의 구성 요소로서 구성원 간의 신뢰 정도를 측정하는데, 여러 보고서에서 한국의 낮은 신뢰 점수가 나타난다.

UN산하 기관에서 발간하는 세계 행복 보고서는 소득, 건강, 상호 신뢰, 관대함, 서로 도움을 주는 정도, 선택에 있어서 자유로움 등의 점수를 측정하고 종합해 사람들의 행복을 측정한다  (Helliwell, J. F. et al. 2023). 

2023년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소득과 건강 부분에 있어서 앞서나가고 있으나 다른 점수가 낮기 때문에 행복 순위 자체는 137개국 중 57위로 높지 않았다.

특히 낮은 사회적 지지, 낮은 관용 점수 등에서 우리가 서로를 잘 믿지 못하기에 덜 행복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영국 정책 조사 기관 레가툼의 보고서에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Legatum. 2023).

레가툼의 2023년 번영지수에 의하면 한국은 167개국 중 29위로 상위권이었지만 구성원들 간의 신뢰 정도를 반영하는 사회적 자본 (신뢰) 점수는 107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여러 종류의 행복 보고서를 통해 한국 사람이 다른 나라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타인을 쉽게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또 낮은 사회 신뢰를 갖기에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을 살펴보며 우리가 가진 낯선 이를 향한 높은 경계심과 낮은 신뢰가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대중이 공유하는 생각 방식, 생활 방식은 어느 시점에서는 꼭 필요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분명 풍요롭지 못한 시절을 겪었으며 사회 신뢰가 형성되기 어려운,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도 겪었다.

하지만 그 시점을 지나 충분히 풍요로워지고 정신, 제도적으로도 성숙해진 지금 시점에서도 여전히 높은 경계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나아가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여러 보고서에는 우리가 다른 행복, 번영의 구성 요소들에 비해 유독 낮은 사회 신뢰 점수를 갖고 있다는 것이 나타나며 그 때문에 결국 우리가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나타난다. 

우리 삶의 질을 낮추는 높은 경계심을 대다수가 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추구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를 득보다는 실이 많은, 낮은 신뢰로 이끄는 또 다른 요소는 자극적인 기사이다.

우리는 합리적인 컴퓨터와 같이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해 의사결정하려 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머리에 강렬히 떠오르는 정보를 통해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곤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와 같이 인간에게 아주 흔한, 편향된 데이터를 통한 의사결정 방법을 발견법, 휴리스틱이라고 부른다 (Sunstein, C. R. et al. 2009).

그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가 잘 떠오르는 정보를 과도하게 반영하여 예측이나 판단을 만드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비행기 사고에 관한 기사를 접한 후, 그 기사의 강렬한 인상 때문에 비행기를 타는 것을 두려워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비행기 사고가 날 확률은 매우 낮기에 그러한 두려움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잘못된 생각, 판단이다.

이처럼 우리는 잘 떠오르는, 자극적인 기사, 뉴스를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비합리적인 경향을 갖는다.

물론 우리의 이러한 습성이 처음 형성되기 시작한, 먼 조상이 살던 시기에는 잘 떠오르는 충격적인 사건에 관한 정보가 매우 유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 당시에는 정보 전달 거리의 한계가 명확했을 것이고 때문에 충격적인 사고에 관한 정보는 실제로 주변을 잘 설명해 주는 정보였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대 환경에서는 그렇지 않다.

현대인은 자신의 삶과 전혀 상관없는, 지구 반대편에서 생긴 충격적인 정보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 강렬함 때문에 자신과 전혀 상관도 없는 지구 반대편 기사를 판단에 반영한다면, 아마 높은 확률로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운 것이, 인터넷에는 온갖 자극적인 정보가 점점 더 넘쳐나고 있다.

인터넷 환경은 누구나 쉽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 영향으로 무한 경쟁에 빠진 정보 생산자, 공유자는 서로 조금이라도 더 자극적인 정보를 더 빨리 공개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때문에 우리는 자동차 사고가 일어날 확률보다 낮은 확률을 가질지도 모르는, 누군가가 기본적인 사회 신뢰를 깨고 다른 사람을 해쳤다는 사건 사고 기사를 너무 자주 접하게 된다.

인터넷에 널린 엽기적인 정보는 쉽사리 우리 머리 안을 떠나가지 않고 낯선 이에 대한 판단에 반영되어 결과적으로 경계심을 높이고 신뢰를 낮춘다.

끔찍한 위험에 관한 정보와 발견법에 충실한 결과, 우리는 정말 더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아니면 더 외롭고 불행한 삶을 살고 있을까?

확실한 것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생기는 인지편향을 이겨내고자 계속해서 비판적인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숨어 있던 사건 사고를 남김없이 발견하고 경계심을 키우는 것이 실제로 더 안전한 삶을 살게 해 줄지도 모른다.

혹은 대중의 믿음이 아무런 근거가 없진 않을 것이기에 높은 경계심이 우리를 더 안전하게 해 줄 수 있다.

높은 경계심은 정말 우리를 더 안전하게 만들고 있을까?

그리고 그 안전함은 외로움이 주는 아픔을 감당할 만큼의 혜택을 줄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높은 경계심과 낮은 신뢰는 오히려 그 둘이 가장 경계하던 누구도 믿지 못할 위험한 사회를 만들어내는데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즉 우리는 세상이 험할 것이라며 믿으며 그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고자 실제로 험하게 행동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모인 세상은 진짜로 험해진다.

낯선 타인은 우리의 생존에 가장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존재이자 동시에 우리의 생존을 가장 크게 위협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존재이다.

즉 타인은 동료 거나 적이 될 가능성을 지닌다.

따라서 만약 만성적인 경계심으로 대부분의 타인을 위험으로 여기게 된다면 자신이 늘 적에 둘러 싸여 있다고 느낄 가능성이 있고 그 결과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의 빈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다양한 연구에서 낯선 이를 위험으로 바라보며 경계하는 외로운 사람, 민감한 사람 혹은 배제를 경험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공격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Check, J. V. et al. 1985. Chester, D. S. et al. 2018. Yue, X., & Zhang, Q. 2023).

배제가 고통과 경계심을 넘어 공격적인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여겨지는 공격적인 행동에 관한 억제가 약해지고 그 행동에 관한 보상이 강해져야 한다.

이러한 추측을 지지하듯, 거절을 당한 뒤에 보복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의 뇌를 측정한 결과, 억제 기능 담당 부위의 활성화와 보상 회로의 활성화가 나타났다 (Chester, D. S. et al. 2018). 

특히 실제로도 공격적인 행동의 빈도가 높은 사람들에게서는 억제를 담당하는 뇌 부위가 보복에 대한 보상 회로의 활성화를 제대로 억제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처럼 위험에 집중하며 생긴 경계심과 외로움은 타인을 적 혹은 쉽게 은혜를 베풀지 않을 이로 간주하게 만들고 그들을 거칠게 대하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

서로를 향한 보복과 폭력이 원인이 되어서 우리가 서로를 경계하게 된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우리가 서로를 과하게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점점 보복과 폭력이 늘어나는 것일 수도 있다.

인과관계를 명확히 따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경계와 공격적인 행동이 상호 영향을 주며 순환을 만들어낸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결국 과도한 경계심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 기는커녕 더 위험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우리는 나도 모르게 사회적인 정보의 영향을 받아 필요 이상으로 타인을 향한 낮은 신뢰를 갖게 된다.

낮은 신뢰를 유도하는 정보는 점점 더 많아지고 낮은 신뢰가 대중적이기에 얼핏 보면 낮은 신뢰를 갖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낮은 신뢰는 사실 우리 삶의 질을 낮춘다.

또한 낮은 신뢰와 높은 경계심은 사람들의 공격성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우리를 더 안전하게 만들 기는커녕 우리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

따라서 낯선 이를 향한 신뢰는 자신의 행복을 낮출 뿐만 아니라 타인의 행복까지 낮추는 강력한 악순환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잠시 쓰라린 경험과 복수의 달콤함에서 멀어져 타인을 조금만 더 믿는다면 모두가 더 만족스러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가끔 우리는 숨겨진 위험을 더 잘 찾아내는 사람을 더 탁월한 사람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위험에 집중한 결과 더 많은 위험 요소를 제거할 수는 있어도, 낮아진 자존감, 까다로운 교류 조건, 낮은 신뢰를 갖고 외로움, 경계심, 공격 욕구가 해소되지 않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굳이 똑 부러지거나 탁월해 보이기 위해서 이렇게 득 보다 실이 많아 보이는 위험 집중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

그러한 평가, 외부 정보에만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나 자신을 위한 삶에서 점점 멀어질지도 모른다.

때문에 자기 자신의 삶을 대할 때는 필요 이상으로 엄격하고 냉정해질 필요는 없다.

자신과 타인을 조금 더 유하게 평가하고 보상에 집중한다면 더 만족스러운 교류와 더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도 역시 구체적인 단기 목표 형성 방법은 생략하고자 한다.

불안 해소의 삶의 목표에서 다룬 단기 목표 추구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교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교류를 위한 네 가지 준비를 하고 그것을 반영해 교류를 하고자 구체적이고 단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면 된다.

단기적인 목표를 통해 배운 것을 반영해 나가며 관계를 더 굳건히 만들어나가거나 관계를 확장해 나가면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누리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신뢰할 수 있는 존재는 우리 삶에 얼마나 큰 힘과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으로서 회복 탄력성의 중요성을 주장한 심리학자 에미 워너와 루스 스미스는 애니메이션 릴로 앤 스티치로 유명한 카우 아이 섬에서 40년에 걸친 연구를 진행했다(Werner, E. E., & Smith, R. S. 2019).

1950년대 카우아이 섬은 바로 이전 세대에 유입해 온 아시아인 사탕 수수밭 노동자를 사회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많은 잡음을 겪고 있었다.

많은 외부인, 혼혈, 심지어는 원주민까지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지 못했고 그 결과 다른 지역보다도 범죄율이 높아지고 사회가 불안해지고 있었다.

워너와 스미스는 이러한 카우아이 섬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오랫동안 연구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나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은 아이들의 삶을 추적하다가 그들 중 일부가 문제없이 우수한 성적을 갖고 졸업했다는, 놀라운 사실을 접했다.

그 아이들을 추가적으로 연구한 결과, 연구자들은 그들이 역경에도 잘 성장한 이유가 고난이나 시련을 이겨내는 마음의 힘, 즉 회복 탄력성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그러한 탄력성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변하지 않는 따뜻한 지지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준 단 한 명의 사람이 존재했기 때문이란 것을 발견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우리가 타인과 같이 하고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얼마나 강력한 삶의 의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언제나 나에게 보상이 될, 단 하나의 소중한 지지자, 친구의 존재는 남은 삶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장기적인 느낌, 믿음 즉 살아갈 힘을 준다.

소중한 이가 준 따뜻한 은혜를 공유하기 위해 새로운 삶의 이유, 원동력이 생기기도 한다.

빈손 위에 다른 사람의 손을 쥐고 같이 어두운 미래를 향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많은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마주 잡은 손의 따뜻함이 그저 살아갈 이유가 된다.

차근차근 그 이유를 만들어 가는 게 곧 삶이라면, 부를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의 이름이 늘려가는 것이 삶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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